주제와 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다리 위에 수로가 있고, 배가 그 수로를 지날 때 다리가 버티는 무게의 변화에 관해서 묻는 질문입니다.
배의 무게만큼 다리에 하중이 가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배가 잠긴 만큼 물이 밀려날 것이므로 그만큼의 무게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와 관련해 자료를 찾아보니 일부 커뮤니티에서 이미 열띤 논쟁을 벌인 주제였습니다. 자체적으로 설문도 진행해봤는데,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결론을 말해보면 다리에 가해지는 무게 변화는 없고, 그 해답은 물의 압력에 있습니다. 정지 상태의 유체 속에 작용하는 물의 압력(단위 면적당 힘)을 정수압(hydrostatic pressure)이라고 하는데, 정수압이 존재하는 이유는 중력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중력은 지구의 중심을 향해 가해진다고만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람으로 봤을 때 중력에 의해 목이 받는 압력은 어떨까요? 당연히 목 위의 머리에 의해 눌리는 압력일 겁니다. 마찬가지로 허리는 머리와 상체가 중력을 받아 누르는 압력이고, 발바닥은 여기에 하체가 포함됩니다.
이러한 개념은 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면에서 특정 높이(h)만큼 잠긴 위치의 물은 그 위의 물기둥만큼의 물이 누르는 압력을 받습니다. 이 물기둥의 무게는 아래의 계산식을 통해 구할 수 있고, 구한 값을 압력(단위 면적당 힘)으로 바꾸면 물의 무게로 발생하는 압력입니다.
그런데 물 위에 공기가 누르는 압력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를 대기압(atmospheric pressure)이라고 부르는데, 면밀하게 따져보면 물의 압력에 대기압을 더해주어야 정확합니다. 다만, 대기압은 1기압으로 거의 일정하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각설하고, 정수압은 위와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주제와 관련한 특징은 두 번째 특징으로 정수압은 물의 높이(수위) 변화에 따라서만 크기가 달라진다는 부분인데, 예를 들어서 아래 그림의 a, b, c는 폭에 상관 없이 정수압 세기가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d, e, f도 같고, 정수압 세기는 더 깊게 잠긴 쪽이 더 셉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리 위로 지나가는 배가 물을 밀어낸다고 해도 그 양을 고려했을 때 수위 변화는 무시할 만큼 적습니다.
그리고 수위 변화를 포함해 물의 밀도와 중력가속도는 동일하므로 다리에 작용하는 힘(=압력*면적)은 배가 있더라도 일정합니다. (※단, 배가 충분히 크고 빨라 다리 밖의 물을 밀고 들어와 수위에 변화를 주면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여기까지 주제의 의문은 해결했는데, 학창시절 과학 시간에 아르키메데스 원리(Archimedes’ law)로부터 배운 부력으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 유체에 잠긴 물체는 밀어낸 유체의 무게와 동일한 수직방향의 부력을 받는다.
- 떠있는 물체는 잠긴 만큼의 유체 무게와 동일한 부력을 받는다.
해당 원리는 위와 같습니다. 한 번 읽어보시고, 아래의 정수압 그림을 살펴보겠습니다. 상대적으로 깊이 잠겨 있는 아랫표면에 작용하는 정수압은 위 표면에 작용하는 정수압보다 셀 것입니다. 따라서 물체는 물로부터 위 방향의 힘인 부력을 받습니다.
그런데 물에 떠있는 경우에는 잠긴 부피로 계산해야 합니다. 즉, 아르키메데스 원리에 따라 물체가 받는 부력은 물체가 잠긴 부피만큼의 물의 무게와 같습니다.
그리고 물체를 들어 올리는 힘이 물체의 무게보다 크거나 같으면 물체는 물에 뜨는데, 이때 부유하는 물체 바닥의 정수압은 어떨까요? 물 위로 뜬 물체 윗부분이 받는 중력으로 인해 늘어날까요?
아닙니다. 원래 물이 누르던 압력을 물체가 누르는 것으로 바뀐 것이므로 변화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배가 다리 위 수로 위에 떠있다고 해서 다리에 가해지는 무게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우연히 문제 출제자분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출제자가 생각한 답을 말씀드리면 '교과서적인 답안은 일정하다가 맞으나 배가 충분히 크고 빨라서 다리 밖의 충분한 양의 물을 다리 지점으로 밀고 들어오면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입니다. - 문제 출제자 페이스북 페이지 @공학적인 시각자료 -
– 원고 투고자 :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박사과정생 엔너드 EngNe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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