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프트 주행은 운전자가 자동차의 조작을 유지하면서 의도적으로 뒷바퀴를 미끌리게 하여 코너링할 때 밖으로 밀려나는 원심력을 억제하는 타이어의 힘이 코너링 방향으로 회전력을 일으키는 상태를 유발해 코너를 통과하는 기술입니다.
직접 레이싱을 해본 적이 없더라도 게임을 통해 간접적으로 해본 적이 있거나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많이 봤을 겁니다. 그런데 드리프트를 하는 이유가 뭘까요?
많은 사람이 코너에서 최대한 빠르게 주행하기 위함이라고 알고 있는데, 평범한 운전자들은 코너를 돌 때 원심력에 의해 차량이 코너 바깥쪽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속도를 충분히 줄여서 주행합니다.
이때 드리프트로 주행하면 속도를 크게 줄이지 않아도 되므로 더 빠르게 주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실제 레이싱 경기를 보면 코너를 돌 때 드리프트 없이 부드럽게 돕니다. 왜 드리프트 주행을 하지 않는 걸까요?
정확히는 차량이 온로드(주행용 도로)에서 주행하는지, 오프로드(포장되지 않은 도로)에서 주행하는지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대중이 주로 접하는 경기는 온로드 경기로 이때는 드리프트 주행 없이 그립 주행으로 코너를 도는데, 코너 주행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버스티어(oversteer)와 언더스티어(understeer)에 관해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자동차는 엔진의 힘으로 바퀴를 회전시키고, 노면과의 마찰로 구동합니다. 이때 엔진이 앞바퀴를 회전시키면 전륜 구동이라고 하고, 뒷바퀴를 회전시키면 후륜 구동, 네 개의 바퀴를 모두 회전시키면 사륜 구동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전륜 구동 방식의 자동차가 많은 편인데, 드리프트할 때는 주로 후륜 구동의 자동차를 이용한다는 것을 알아두길 바랍니다. (*보통 온로드에서는 후륜 구동, 오프로드에서는 4륜 구동 차량 이용)
자동차가 주행하기 위해서는 바퀴와 노면 사이의 마찰력인 접지력(Grip force)이 필수입니다. 자동차가 가속하면 자동차 표면을 따라 공기흐름이 발생하고, 압력에 변화를 줍니다. 압력의 총합이 주행 방향과 수직으로 위를 향하면 양력이 발생해 앞바퀴와 노면 사이의 접지력이 약해집니다.
반대로 감속하면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밀착성이 커지므로 접지력이 강해집니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자 하는 코너를 돌때는 원심력에 의해 타이어 안쪽의 접지력이 약해지는데,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후륜 구동의 자동차가 코너를 돌다가 가속하면 보통은 뒷바퀴부터 바깥쪽으로 미끄러집니다. 뒷바퀴에 가해지는 원심력이 접지력보다 강하기 때문이고, 이때를 마찰의 한계점을 넘어선 상태인 오버스티어(oversteer)라고 합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오버스티어를 발생시켜 이를 이용해 코너를 주행하는 방식이 드리프트 주행입니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될 것은 후륜 구동의 자동차가 무조건 뒷바퀴부터 미끄러지는 것은 아닙니다. 앞바퀴부터 미끄러지기도 하는데, 특히 빠른 속도로 코너 진입을 하는 경우 오버스티어보다 앞바퀴가 먼저 미끄러지는 언더스티어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마찬가지로 전륜 구동과 사륜 구동의 자동차에서도 오버스티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구동 방식 외에도 차량의 밸런스에 따라서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즉, 어느 바퀴의 타이어가 먼저 마찰의 한계점을 맞이해서 미끄러지느냐에 따라 앞바퀴부터 미끄러지면 언더스티어, 뒷바퀴부터 미끄러지면 오버스티어가 발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가 코너를 돌 때 바퀴가 돌아간 방향에 따라 주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언더스티어는 바퀴가 향한 방향과는 다르게 관성의 힘이 붙은 방향으로 직진성을 띠며 미끄러지는 현상을 보입니다.
그러니까 바퀴가 방향에 맞게 주행이 잘 안되고, 주행하던 방향 그대로 미끄러지므로 라인의 바깥쪽으로 붙습니다. 그리고 이를 언더스티어라고 합니다.
그립 주행은 오버스티어나 언더스티어와 달리 마찰의 한계점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미끄러짐의 양을 제한해 주행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코너에 진입하기 전에 속도를 살짝 줄여서 접지력을 높여주고, 코너에 진입한 후에는 핸들을 꺾은 다음에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재가속합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보기에 그립 주행은 부드럽게 코너링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마찰의 한계점에 근접해 약간씩 미끄러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사실 1980년대 중반 이전에는 드리프트로 코너를 도는 것이 더 빨랐습니다. 그때는 엔진의 힘이 지금보다 많이 약해서 속도를 줄였을 때 원래 속도로 되돌아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동차와 타이어 기술이 많이 발전했습니다. 제로백(자동차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에 이르는 시간)이 빨라졌고, 접지력이 좋아져서 굳이 드리프트로 코너를 돌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립 주행 방식은 코너를 돌 때 구동력 확보가 좋아서 더 빨리 돌 수 있고, 타이어 소모도 덜 합니다.
물론 레이싱에서 드리프트 주행을 아예 안 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로의 반경이 매우 짧은 급커브 구간이 많은 코너 도로에서는 드리프트 주행이 유리하고, 오프로드에서는 노면이 다양해 그립 주행이 어려워 드리프트 주행이 더 유리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이 영상은 ‘고잉 패스터 – GOING FASTER‘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이서영 레이서가 자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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