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수를 주로 사용하거나 온수를 사용해도 물을 받지 않고 사용한다면 주제의 상황을 겪어보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분은 화장실에서 투명한 컵에 온수를 받아서 확인해보길 바랍니다. 분명 수돗물의 온수는 뿌옇게 나올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아마 많은 사람이 수돗물의 소독 약품인 염소(Cl, chlorine) 때문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염소가 원인이라면 냉수에서도 뿌연 물이 나와야 하는데, 맑은 물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염소와는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온수가 수도관을 통해 나오는 과정에서 수도관을 녹여 뿌연 물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요? 실제 파이프 연결관의 납 성분이 온수에 녹아 나올 가능성은 있어도 일부만 해당하는 상황입니다.
모두가 공통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이 현상은 백수현상이라고 합니다. 공기가 물속에 녹아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돗물을 틀었을 때 온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야 합니다.
보일러를 틀면 온수가 금세 나옵니다. 이렇게 온수가 빨리 나올 수 있는 이유는 가느다란 파이프 여러 개에 물을 통과시켜 표면적을 넓혀 최대한 열전도율을 높이고, 순간적으로 물을 데우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수도꼭지를 조절해가며 온수와 냉수를 섞어 최적 온도를 찾아 사용합니다. 그런데 보일러는 일정 온도에 다다르면 가동을 잠시 중단합니다. 그때는 냉수가 더 강해져서 물이 미지근해지고, 갑자기 냉수가 나옵니다.
이때는 온수 쪽으로 더 돌릴 수 있으면 돌리거나 냉수 쪽으로 잠깐 돌렸다가 온수 쪽으로 해서 보일러를 재가동 시키면 됩니다. 온수 쪽으로 다 돌려놓으면 갑자기 뜨거운 물이 나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그래서 세면대 아래쪽 뒤편에 냉·온수가 나오는 물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밸브가 있는 것이고, 이를 통해 적절히 조절해서 사용하면 됩니다.
이렇게 온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관로(물·가스 등의 유체가 단면을 채우고 흐르는 관) 내 압력이 높아져 공기가 물 속으로 녹아듭니다. 과포화된 상태의 기포라고 이해하면 되고, 과포화된 상태의 기포가 대기 중으로 나오면 갑자기 압력이 낮아지면서 급격한 기압차가 생깁니다.
이때 온수 속에 녹아있던 공기가 순간 대기 중으로 빠져 나가려는 현상을 보이고, 잠깐 동안 미세한 거품이 많이 생깁니다.
잘 생각해보면 모든 거품은 흰색입니다. 왜냐하면, 빛이 거품과 만나 비선택 산란을 하면서 무수히 겹치기 때문입니다. 모든 빛을 합치면 흰색이 되고, 모든 색을 합치면 검은색이 된다는 사실을 배웠을 텐데, 거품은 수많은 빛이 합쳐지면서 흰색이 되므로 우리 눈에는 거품이 흰색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온수 속의 공기 거품은 대기 중으로 금방 날아가 버리므로 그전까지만 뿌옇게 보입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온수에서 나온 뿌연 물이 투명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백수현상으로 물이 뿌옇게 보이는 것은 수질과는 관련이 없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이 뿌옇게 나오는 현상은 간혹 냉수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데, 일시적인 단수 증상이 나타나거나 장시간 사용하지 않다가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염소 소독한 물이 공기와 혼합되어 공기의 분자가 미세화되면서 물에 녹아 나타난 현상입니다.
만약 뿌연 물이 시간이 지나도 투명해지지 않는 경우에는 급수관이나 배수관에서 아연이 용출된 것일 수도 있으므로 이때는 상수도 관리사 시험담당자에게 연락해서 조치를 받아야 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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