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피곤해야 과로사를 하는 걸까?

과로사는 피로가 누적되어 사망하는 일을 의미합니다. 뉴스를 통해 종종 접할 수 있는데, 열약한 근무환경과 과중한 업무량 등이 주원인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현대인 중에서 피곤하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습니다. 피곤한 현대인이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면 과로사가 되는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과로사는 산업 재해의 한 종류입니다. 산업재해는 노동과정에서 작업환경 또는 작업행동 등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하는 근로자의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일컫고, 이 포괄적인 개념에 과로사가 속해있습니다.

그리고 과로사로 인정해주는 기준이 따로 있는데, 관련 질환은 뇌심혈관계 질환입니다. 그러니까 갑작스럽게 사망한 근로자의 사망 원인이 뇌심혈관계 질환에 해당하고, 해당 질환을 촉발한 원인이 열약한 근무환경과 과중한 업무량 등 업무상의 사유로 인정돼야 과로사라고 합니다. (※ 참고 : 사인미상의 돌연사도 신청 가능하나 인정받기 어려움)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열약한 근무환경과 과중한 업무량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인정 기준을 참고해보면 증상 발병 전 업무시간이나 업무량이 평소보다 증가한 정도에 따라 급성과로, 단기과로, 만성과로 등으로 분류해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업무량이나 업무시간이 평소보다 증가했다고 피로가 쌓여 죽음에 이르렀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평소 근로자의 생활 습관이나 건강 상태도 뇌심혈관계 질환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뇌심혈관계 질환 외에 원인이 정확하지 않은 질환에 대해서는 인정해주지 않으므로 과로사 산재의 승인율은 40% 안팎입니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과로사와 실제 과로사는 개념이 많이 다릅니다. 여기까지 주제의 의문은 해결했고, 여담으로 과로사의 개념은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하며 일본에서 유래합니다. 유래를 살펴보면 1969년 당시 29세의 나이였던 신문발송부 사원이 돌연사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때 돌연사의 원인이 과중한 업무량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었고, 불황 시대에 스트레스와 과로로 사망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과로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습니다. 그리고 5년 뒤 해당 사건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되면서 최초의 과로사 사례로 보고 있습니다.

개념이 국제적으로 통용된 건 1991년도이고,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도부터 용어 사용이 시작됐습니다. 최근에는 너무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용어가 됐는데, 우리나라는 국가 중 연간 근로시간이 상위권에 속하는 나라입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에서는 과로 사회에서 탈출해 저녁 있는 삶을 만들고자 2018년 7월부터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인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해당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는데, 정해진 시간 동안만 업무할 수 있기에 일감이 갑작스럽게 몰리는 경우 일손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기록 없이 근무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업무 시간이 줄어든 만큼 임금도 감소하므로 투잡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해당 문제에 대한 보완책으로 1개월(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업무의 경우에는 3개월로 한다) 이내의 정산 기간 내에 일주일 평균 52시간(기본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업무가 가능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기도 했고, 특정일의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날의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정기간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노동시간에 맞추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기도 했으나 다양한 상황에 따라 변수가 많기에 근로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겁니다.

어쨌든 새 정부에서도 근로시간제 등을 개편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더 나은 노동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자문 : 노무법인 정명의 안태은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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