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를 저지르면 국가는 범죄자에게 형벌을 내려 제재를 가합니다. 형벌에는 크게 생명형, 자유형, 명예형, 재산형이 있는데, 죄가 무거운 경우는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정해진 기간 동안 감옥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이를 판단하는 절차가 재판이고,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는 삼심제라서 세 번의 재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재판 결과 피고인에게 실형이 선고되면 판사는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고려하여 직권으로 법정에서 선고해 구속할 수 있습니다. 이를 법정구속이라고 하고, 사법연감 통계에 따르면 매년 약 1만 명 정도가 1심에서 법정구속됩니다.
법정구속이 선고되면 그 즉시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것이므로 경위들이 피고인을 법정 옆에 있는 문으로 끌고 나가 구치감으로 이동시킵니다. 그 곳에서 스마트폰이나 지갑 등 소지품을 제출받고, 몸 수색을 한 뒤 구속사실 통지서를 피고인이 지정한 사람에게 전달합니다.
많은 범죄자가 설마 구속될까 싶은 생각과 부끄럽다는 이유로 범죄 사실을 가족 및 주변에 말하지 않아서 구속사실 통지서를 통해 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쨌든 통지서를 받고 면회를 와줄 사람이 있다면 갑작스러운 법정구속으로 인한 문제들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범죄는 범죄고 구속은 되더라도 피고인의 생활 기반은 그대로 남겨지게 됩니다. 만약 피고인이 재판을 받고자 차를 끌고와 주차장에 주차한 상황에서 법정구속되면 차는 그 자리에 계속 방치됩니다.
그래서 모 지방법원 근처 주차장 주인이 오늘 법정구속될 것 같으면 차키와 차 인수할 사람의 연락처를 남겨놓으라는 안내문을 걸어놓아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만약 아무 조치 없이 차를 2개월 동안 주차해놓은 경우 자동차 관리법 제26조(자동차의 강제 처리)에 따라 폐차 당할 수 있고, 밀린 주차요금도 내야 합니다.
살던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월세로 살고 있다가 법정구속돼도 집주인과의 임대차 계약은 유효한 상황이므로 월세를 지급해야만 합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알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임대차 계약 해지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소장을 어디에 송달시켜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시간이 소요되고, 재판이 시작돼도 판결까지 시간이 소요돼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법정구속되면 관리해줄 사람이 없으므로 집에 방치된 채로 있다가 자칫 안타까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즉, 법정구속되기 전에 본인이 없으면 문제가 생기는 상황들을 해결해놓지 않으면 문제는 그대로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세금이나 보험료 등은 어떻게 될까요? 내야 할 세금이 있으면 당연히 내야 합니다. 법정구속되면 납세고지서를 받지 못해 체납할 수 있는데, 과거에는 이에 따른 가산세까지 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2018년 세법을 개정해 수감자의 경우 해당 교도소와 구치소 등 수감자가 있는 곳으로 송달하도록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다만, 법인이 내지 않은 세금을 내야 하는 2차 납세 의무는 없습니다.
건강보험료 납입 의무도 면제입니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호법 제54조(급여의 정지)에 따라 보험급여도 지급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수입원이 차단된 수감자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하면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전가하는 것이고, 수감자에 대해서는 의료보장 체계를 일원화하여 관리하므로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직장에 다니다가 법정구속되면 어떻게 될까요? 대다수 기업의 인사규정이나 취업규칙을 보면 해당 내용에 대해 나와있습니다.
법정구속으로 근로 제공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해고 사유로 인정되고,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받아서 근로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신용이나 직장질서 유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되면 정당한 사유에 따라 해고 또는 직권면직할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많은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면 직장에 통보되는지도 궁금해하던데, 사기업의 경우는 통보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무원이나 교사, 공공기관 직원의 경우는 통보될 수 있습니다.
국가·지방공무원법,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어떤 범죄든 수사가 개시되면 소속 기관의 장에게 그 사실을 통보합니다.
그리고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경우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직무와 관련된 사건에 관한 조사나 수사를 시작하거나 마쳤을 때 통보합니다. 보다 시피 법정구속되면 즉시 자유를 박탈하므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엄벌보다는 교화를 중시하는 편이라서 처벌은 비교적 약할 수 있지만, 짧은 기간이라도 감옥에 있으면 그동안 많은 것을 잃을 수 있고, 감옥까진 안 가더라도 어려움을 겪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을 준수하여 감옥에 가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이철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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