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비밀유지의무를 정말 지킬까?

변호사는 일상적인 법률 자문을 위해 찾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감당하기 어려운 법적 문제나 분쟁 해결에 도움을 받기 위해 찾습니다. 찾아가서 사건의 개요를 설명할 텐데, 의뢰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나 사적인 비밀은 숨기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비밀을 모른 채 소송을 진행할 수는 있어도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밀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변호사는 소송 과정에서 알게 된 의뢰인의 비밀을 100% 지켜줄까요?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미디어를 통해 변호사에게는 의뢰인에 대한 비밀유지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 의무에 따라 변호사는 의뢰인이 직접 알려준 내용뿐만 아니라 소송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 중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이 의뢰인에게 유리한 내용은 외부에 공개하면 안 되는 의무가 있습니다.

이 의무는 개인의 의지에 따라 지켜지는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법률에서 법적 책임까지 규정해놓은 의무로 의뢰인이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를 믿고 사실대로 얘기할 수 있어야 변호사가 의뢰인을 효과적으로 조력할 수 있기 때문에 존재합니다.

이러한 규정들은 변호사뿐만 아니라 의사와 약제사, 회계사, 종교인 등에게도 부여됩니다. 다만, 변호사라는 직업 특성상 의뢰인의 범죄 사실이나 이익에 직결되는 사실을 다룬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비밀유지의무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 자주 직면하는 편입니다.

어쨌든 변호사가 지켜야 하는 의뢰인의 비밀이 무엇인지부터 정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소송에서 승소하려면 의뢰인의 사적인 이야기가 일부 공개되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의뢰인의 동의 하에 이루어진 변론 전략에 따라 결정되고, 이외에 외부에 알려지지 않을 때 의뢰인에게 유리한 내용들은 비밀유지의무 대상에 해당됩니다.

그렇기에 변호사는 의뢰인이 과거에 어떤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명백히 알게 되더라도 외부에 알릴 수 없고, 위반하면 민사상 손해배상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또한, 업무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데, 의뢰인의 비밀을 누설해 직업 신뢰를 훼손한 경우 그 누구도 찾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부분 변호사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의식적으로 경각심을 가지며 비밀유지의무를 지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일부 판례를 찾아보면 변호사가 기자회견이나 인터뷰에서 의뢰인과의 비밀을 누설했다는 사실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 경우가 있긴 합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최악의 상황으로 의뢰인의 비밀을 인질 삼아 협박하고 돈을 갈취하는 공갈범죄 등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킬 게 많은 사람이 큰 돈을 써서 믿을 수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까지 주제의 의문은 해결했는데, 앞서 살펴본 법률 조항을 자세히 보면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는 경우는 비밀유지의무를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정확히 무엇인지 법으로 규정하지 않았고, 논의만 있다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변호사가 비밀유지의무를 지키는 것이 타인의 신체·생명을 위험하게 하거나 타인의 재산을 크게 침해하는 등의 범죄가 진행 또는 예정되는 상황에서는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 내용과 관련해 검찰과 변호사 간에 갈등이 있습니다. 검찰에서 변호사가 비밀을 누설하지 않는 것을 넘어 범죄에 공모했다고 주장하며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경우입니다.

이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검찰의 의도와 상관 없이 사건과 관련 없는 의뢰인들의 기밀자료나 상담 내용 등 민감 자료가 유출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는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나 유지할 권리인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은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과 비교했을 때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의뢰인의 비밀을 유지하는 것을 명확하게 권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검찰은 공익을 위한 범죄 규명을 위해 공무를 수행하는 것일뿐 변호사와 관련된 의뢰인 정보 수집에는 딱히 관심이 없을 겁니다. 또 구속영장 발부는 법원에서 하는 것이기에 절차상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악용되어 의뢰인의 민감 자료가 유출되면 프라이버시와 방어권이 침해될 수 있고, 이는 변론권 위축과 의뢰인과의 신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일이 됩니다. 무엇보다 악용되지 않더라도 변호사에게 믿고 맡긴 자료가 제삼자에게 드러난다는 것 자체가 꺼려지는 일입니다.

따라서 의뢰인에 대한 법적 보호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에서 논의가 필요해보이는데, 예를 들어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이 도입된 국가에서는 증거 인멸이나 범죄 사실 등 공범의 혐의가 있는 경우에는 권리 행사를 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사법방해죄가 있어서 악용할 경우 처벌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하여 공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균형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법률사무소 온유 이철규 변호사 (https://blog.naver.com/lck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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