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화학식은 왜 OH₂가 아니라 H₂O일까?

두 가지 이상의 원소가 화학반응을 통해 만들어진 물질을 화합물이라고 하고, 원소기호를 사용해 화합물을 나타낸 것을 화학식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화학식에 H₂O라고 쓰는 물이 있습니다. 그런데 물의 화학식은 왜 H₂O일까요? OH₂라고 하면 안 되는 걸까요?

만약 한 가지 물질을 두고 사람마다 자신만의 규칙으로 표현한다면 소통이 되지 않을 겁니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고자 표현 방식을 통일했고, 물질의 구성원소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화학식을 표현할 때 원소기호는 알파벳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알파벳을 올바른 순서에 맞게 쓰면 되는데, 알파벳 순서는 1900년에 개발된 힐 시스템(Hill system)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힐 시스템 규칙

힐 시스템은 위와 같은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규칙에 따라 화학식을 표현해주면 되고, 위 규칙 외에 네 가지의 예외 사항이 있으니 참고해서 따라주면 됩니다.

힐 시스템 규칙의 예외 사항

몇 가지 예시를 통해 확실히 이해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처음 예시로 들었던 물(H₂O)을 보면 2개의 수소 원자(H)와 1개의 산소 원자(O)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탄소를 포함한 물질이 아니므로 알파벳 순서에 맞춰서 적으면 되는데, H는 알파벳의 8번째 글자이고, O는 15번째 글자이므로 H, O의 순서로 적으면 됩니다.

이후 각각의 개수를 아래 첨자로 적어주면 H₂O₁이 되고, 1은 생략할 수 있으므로 물은 H₂O가 되는 겁니다.

또 다른 예시로 술에 들어있는 에탄올(C₂H₆O)을 보면 2개의 탄소(C)와 6개의 수소(H), 1개의 산소(O)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탄소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힐 시스템의 규칙을 따라 가장 먼저 적어주고, H, O의 순서로 마저 적어준 다음에 각각의 수를 적어주면 에탄올의 화학식(C₂H₆O)이 나옵니다.

그런데 에탄올(C₂H₆O)의 화학식을 본다고 해서 이 물질이 에탄올인지 알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C₂H₆O는 2개의 다른 구조를 가지는 물질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물질을 이성질체라고 하는데, 이성질체 중 하나는 지금까지 봤던 에탄올이고, 나머지 하나는 다이메틸 에터(dimethyl ether)로 산소 양옆에 메틸기(CH₃)가 결합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앞서 화학식의 목적은 서로 간에 소통을 잘하기 위함과 물질의 구성 원소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함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이를 구분하고자 특수한 성질의 원자단이 분자 내에 존재함을 나타내는 화학식인 시성식을 사용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에탄올의 경우에는 알코올 작용기(-OH)를 따로 적어서 에탄올일 때는 C₂H₅OH라고 적고, 다이메틸 에터일 때는 에터 작용기(-O-)를 따로 적어서 CH₃OCH₃라고 적습니다. 이렇게 보면 헷갈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에탄올과 다이메틸 에터처럼 화학식만 보면 분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을까요?

거의 가능합니다. 과학자들은 오해 없는 소통을 위해 IUPAC(International Union of Pure and Applied Chemistry)이라는 기관에서 각 분자의 이름을 짓는 방법을 정해두었고, 분자마다 고유한 10자리의 번호를 부여했습니다.

이렇게 이름을 정하는 방법을 IUPAC 명명법이라고 하고, 각 번호는 CAS(Chemical Abstracts Service)번호라고 합니다. 이 명명법을 따르면 아무리 복잡한 구조를 가진 분자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물과 에탄올을 IUPAC 명명법의 규칙대로 쓴다면 아래와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 일반적인 물질이라 공식명칭은 Water, Ethanol과 같이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던 이름과는 다르고, 조금 더 복잡한 구조를 가지는 설탕(C₁₂H₂₂O₁₁)은 더욱 복잡한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질의 구성과 구조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도 직관적이지는 않아서 자주 사용하는 물질은 널리 알려진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즉, 힐 시스템을 이용한 화학식이나 아이유팩 명명법, 카스 번호 등의 방법을 활용해 복잡한 화합물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성질체를 표현하기 위해서 화학식 중 시성식을 이용한다고 했습니다. 시성식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화학식이 있는데, 목적에 따라 아래와 같이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한 가지 물질이어도 목적에 따라 다양한 화학식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포도당을 예시로 보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이름은 D-glucose라고 하고, IUPAC의 규칙을 따르면 (3R, 4S, 5S, 6R)-6-(hydroxymethyl)oxane-2,3,4,5-tetrol라고 합니다.

그리고 포도당의 분자는 6개의 탄소와 12개의 수소, 6개의 산소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분자식으로 표현해보면 C₆H₁₂O₆라고 하고, 실험식은 CH₂O라고 합니다. 이외에도 구조식으로도 표현을 해보면 위와 같이 다양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캘리포니아 대학교 – 산타바바라 캠퍼스 화학공학 박사과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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