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찬 사람은 수능 시험장에 못 들어갈까?

한국에서 아주 중요한 연례행사 중 하나가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입니다. 너무 중요한 시험이라서 문제를 만들 때부터 시험 종료 후까지 철저한 통제 속에서 관리가 이루어지고, 수능 날에는 시험에 차질이 없도록 온 국민이 여러 방면에서 배려도 해줍니다.

수능 시험을 위해 교통과 출근 시간을 조정하는 모습

또한, 시험에 부정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 절차를 거칩니다. 대표적으로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등 모든 전자기기 반입 금지가 있는데, 여기서 주제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전자발찌도 전자기기이므로 이를 찬 사람은 수능 시험장에 못 들어가지 않을까요?

발목에 착용하는 전자발찌

전자발찌 착용과 수능 전자기기 반입 금지

전자발찌는 임의로 벗거나 훼손하면 강력하게 처벌받습니다. 이걸 착용한 사람은 성폭력나 유괴, 살인, 강도, 스토킹 등 무거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재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이를 억제하도록 법원의 판결로 착용하게 됩니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구속된 피의자가 보석될 때 조건부로 착용하거나 가석방될 때 남은 형기 동안 착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각종 시험에서는 시험 중 활용 여부 및 기능과 무관하게 모든 종류의 전자기기 반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적발 시 부정행위로 처리하는 등 강력한 조처를 하고 있습니다.

수능 시험장 반입이 금지된 전자기기의 예

이에 따르면 전자발찌를 착용한 사람은 시험장에 들어오지 못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긴 하나 수능 등 시험을 보는 것은 개인의 행복추구권, 평등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법원의 판단을 받아 본다면 과도한 제한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전자발찌 부착 나이와 성인 수험생의 상황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일단 만 19세 미만에게 전자발찌를 착용하라는 판결은 내려질 수 있으나 실제 착용은 성인이 된 날부터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수능을 보는 나이인 고등학교 3학년의 경우는 주제에 해당하는 상황이 없을 겁니다.

만 19세 미만의 전자장치 부착 제한을 설명하는 그림

그러나 N수생이거나 늦게 공부를 시작한 수험생 중에 전자발찌를 착용한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관련해서 현재 운영 중인 대학수학능력시험 관리 규정에는 전자기기 반입의 예외 사항에 전자발찌를 정하고 있지 않기에 알 수가 없었습니다.

시험 관리본부에서 확인해야 하는 절차

그래서 교육부에 문의를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교육청에 문의하라고 안내해 주었고, 교육청에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문의하라고 안내해 주어 어렵게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교육부와 교육청을 거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문의하는 과정

정리해서 이야기해 보면 특수한 상황인 만큼 약간의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시험장에는 시험 관리본부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법원의 판결문 등을 보여주어 자신이 전자발찌를 착용했고, 벗을 수 없는 상황임을 증빙하면 본부에서 이 내용을 감독관에게 전달하여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합니다.

시험 관리본부에 판결문을 제시하는 전자발찌 착용 수험생

전자발찌 착용자의 시험 응시를 허용하는 이유

아무래도 전자기기 반입 금지 규정의 목적은 응시자가 예상치 못한 통신수단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할 위험을 차단하는 데 있고, 전자발찌는 국가가 관리·감독하는 위치추적 장치이기에 외부와의 통신 기능이 극히 제한되므로 부정행위에 이용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판단했기에 가능한 절차로 보입니다.

또 감독관을 추가 배치하거나 별도 격리된 시험장에서 응시하도록 하는 등 감독을 강화하는 방법도 상황에 따라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는데, 수능 날이 일반적으로 날씨가 쌀쌀한 편이기에 전자발찌를 착용했어도 잘 보이지 않을 것이고, 다른 응시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거의 없을 것이기에 다른 사람과 똑같은 방식으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주는 게 못마땅하게 여겨질 수 있으나 전자발찌를 착용한 사람은 사실 법이 정한 처벌을 이미 모두 받은 상태입니다. 그렇기에 전자발찌 착용을 이유로 시험 응시를 금지하도록 하는 건 사실상 이중 처벌이며, 헌법에 어긋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법률사무소 온유의 이철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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