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등 시험을 볼 때 답 크게 외치면 들은 사람들은 무효 처리될까?

한국에는 다양한 시험이 시행되는데, 그중 수능은 매우 중요한 시험 중 하나입니다. 단 하루의 시험 결과가 대학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수능 당일에는 시험이 공정하고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다양한 조치가 시행됩니다.

특히 시험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동이 적발되면 해당 시험을 무효로 하고, 중대한 경우 다음 연도 시험 응시까지 제한하는 등 엄격하게 다뤄지는데, 여기서 주제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

답을 들은 수험생도 모두 부정행위일까?

수험생 간의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행동은 부정행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시험을 보다가 답을 크게 외친 수험생은 부정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실제 벌어졌을 때 옆에서 답을 들은 다른 수험생들도 부정행위로 처리될까요?

시험장에서 큰 소리로 답을 외치는 모습

일단 수능이나 공무원 시험에는 해당 상황과 직접 다룬 규정은 없고, 국가기술자격시험에는 시험장 안팎의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 답안지를 작성하는 행위가 부정행위로 규정돼 있습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외친 답을 듣고 답안지를 작성하면 부정행위로 볼 수 있지만, 따져볼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국가기술자격시험 부정행위 기준

그건 바로 누군가가 외친 답을 듣고 정답을 골랐는지, 원래 알고 있어서 골랐는지 가려내기 어렵다는 겁니다. 실제로 도움을 받아 답안을 작성했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하므로 누군가 답을 외쳤다는 이유만으로 주변 수험생 전원을 부정행위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답을 들은 수험생과 원래 정답을 아는 수험생의 비교

답을 외친 사람은 어떤 제재를 받을까?

이에 따라 정답을 외친 수험생만 고등교육법에 따라 시험이 무효가 되고, 다음 연도 응시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만약 오답을 외쳤더라도 마찬가지인데, 정답 여부가 아니라 그 행위가 부정행위 유형에 해당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부정행위자의 시험 무효와 응시 제한

답을 외치는 행위가 부정행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시험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무원 시험에서는 공무원임용시험령에 따라 시험이 무효가 되거나 합격이 취소되고 5년간 응시 자격이 정지될 수 있으며, 국가기술자격시험에서는 3년간 응시 자격이 정지될 수 있습니다.

공무원 시험 부정행위에 대한 제재

형사 처벌은 시험 주관 기관에 따라 다를까?

이게 끝이 아닙니다. 시험을 누가 주관했는지에 따라 형사 처벌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립학교나 민간 기관이 치르는 시험이라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업무방해죄는 허위사실 유포나 속임수, 위력으로 남의 업무를 방해할 때 성립하는데, 시험장에서 갑자기 소리를 질러 시험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위력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허위사실 유포 등 업무방해죄의 성립 요건

반면 공무원이 직무로 시험 감독을 하는 경우는 다릅니다. 대법원은 공무원이 직무로 수행하는 공무는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따라서 공무원 시험의 감독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만으로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그러면 공무집행방해죄는 어떨까요? 이 죄는 공무원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가해야 성립합니다. 소리를 질러 상대에게 고통을 줄 의도로 음향을 이용했다면 폭행으로 볼 수 있지만, 시험 중 정답을 외치는 건 감독관을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다른 수험생에게 정보를 전달하려는 행동이므로 폭행이나 협박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소리를 지르는 행위와 폭행 여부를 비교하는 장면

또 위계공무집행방해죄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위계(속임수)는 상대방이 모르거나 착각하는 상태를 만들어 그 틈을 이용하는 것으로 감독관의 눈을 피해 답이 적힌 쪽지를 건넨 사안에서는 이 죄가 인정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놓고 큰 소리로 외치면 감독관이 바로 알 수 있으므로 위계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감독관 몰래 답이 적힌 쪽지를 전달하는 장면

공무원 시험은 이처럼 답을 외친 행위만으로 형사 처벌까지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국가기술자격시험은 고의로 시험을 방해하거나 부당한 영향을 주는 행위를 직접 형사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시험 중 타인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안내

시험 문제를 우연히 미리 알게 됐다면?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어떨까요? 식당 옆 테이블에서 시험 출제에 관여한 사람이 실제 출제될 문제와 정답을 말하는 걸 우연히 들었고, 그 답을 외워뒀다가 실제 시험에서 그 문제가 나와 맞힌 경우입니다.

식당에서 시험 문제를 우연히 듣는 상황

여기서는 형사 처벌과 관련해 ‘기대 가능성’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법은 사람에게 지킬 수 있는 것만 요구한다는 원칙으로 그 상황에서 다르게 행동하기를 기대할 수 없었다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1966년 대법원은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누나에게서 채점 기준표를 받아 답을 외운 뒤 그대로 답안을 쓴 학생에게 업무방해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스스로 부정한 방법으로 알아낸 게 아니라 우연히 알게 됐다면 외운 답을 쓰지 않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미리 알게 된 답과 기대 가능성에 관한 판례

형사책임과 시험의 효력은 별개

물론 오늘날 수능은 출제·검토위원들이 외부와 차단된 채 합숙하고, 국가공무원 시험도 선정위원들이 국가고시센터에 입소해 시험일까지 외부 연락이 제한됩니다. 따라서 시험 직전 식당에서 실제 출제 문제를 우연히 듣는 상황은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출제위원의 외부 접촉을 제한하는 합숙

하지만 수험생이 부정한 방법을 쓰지 않고 우연히 시험문제를 미리 알게 됐다면 형사책임과 시험 자체의 효력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수능이나 공무원 시험에는 이런 상황을 직접 규정한 조항이 없지만, 국가기술자격시험은 ‘미리 시험문제를 알고 시험을 치른 행위’를 부정행위로 규정합니다.

국가기술자격시험 문제를 미리 알고 응시한 경우

따라서 실제 시험문제를 사전에 알고 응시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문제를 알게 된 경위에 대한 형사책임과 별개로 해당 시험은 정지되거나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법률사무소 온유의 이철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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