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만 동의하면 멀쩡해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될까?

사람을 어느 한 공간에 강제로 있게 하면 형법상 감금죄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고, 보호의무자들조차 제어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제어하지 못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상황 중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는데, 이런 심각한 상태라면 강제적으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나 웹툰 등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면 중의 하나가 정신질환이 없음에도 가족에 의해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당하는 장면입니다.

이 경우는 병원의 운영 목적과는 상관 없이 어떻게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뒤 물질적 또는 물리적·정신적으로 피해를 주기 위해 악용되는 경우입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정말 가족만 동의하면 본인의 의사와 상관 없이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당하는 걸까요?

정신질환자의 경우 겉으로 봤을 때 질환 유무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본인이 정신질환이 없다고 주장해도 가족들이 있다고 하면 대부분은 가족의 말을 믿을 겁니다.

물론 의사는 진단을 통해 판단하므로 가족의 주장만으로 강제 입원하는 일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겠으나 드라마나 웹툰에서는 이 부분까지도 고려하여 병원을 한패로 연출합니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강제 입원의 방법에는 보호의무자의 동의에 따라 진행되는 보호 입원과 시장·군수·구청장의 동의에 따라 진행되는 행정 입원, 경찰과 의사의 동의에 따라 72시간 동안 입원하는 응급 입원 등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이중 주제와 관련 있는 강제 입원은 보호 입원인데, 2017년 정신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주제와 같은 일은 사실상 발생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이전에는 보호의무자 2명(*1인만 있는 경우 1인)의 동의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 명이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정신보건법에 따라 최대 6개월간 강제 입원시킬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2017년 이전에는 미디어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전문의 한 명만 매수하면 주제의 상황이 실제 가능했고, 유사한 사례도 많이 있었습니다.

보다시피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악용되는 부분이 있었으며, 악용 시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너무나 크게 제한하는 일이었기에 국회에서는 정신보건법을 전부 개정하는 법안을 준비합니다.

마침 2016년 9월 29일 헌법재판소에서도 기존 정신보건법 제24조는 위헌이라는 결정을 했기에 개정은 순탄하게 진행됐습니다.

그래서 2017년 5월 30일부터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정신보건법 대신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는데, 보호 입원 절차 관련해 보호의무자 2명이 동의해야 하는 부분은 기존과 같았으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판단이 기존 1명에서 서로 다른 기관에 있는 2명의 판단을 받아야 했고, 환자 본인이 원하면 입원 즉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로부터 외부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심사는 1개월 이내에 이루어지는데, 입원이 필요할 만큼 정신적 질환이 심각한지, 입원하는 과정에서 강박과 같은 신체의 불필요한 구속이나 폭력 등의 상황이 있었는지를 심사합니다.

과거에는 사설 응급이송사들이 끈 등을 이용해 결박하고, 불필요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으나 개정법 이후 주제의 상황처럼 다른 목적으로 강제적인 입원 시도를 하는 경우 부적합 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부적합 판단을 받으면 즉시 환자를 퇴원시켜야 하므로 주제의 상황은 벌어지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통계 자료를 보면 법령 개정 이후 비자의적 입원율이 크게 줄었는데, 2014년 70.2%(57,333명)에서 2018년 31.5%(23,791명)가 됐습니다. 법 개정 이후 비자의적 입원 환자 수가 3만 명 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판단이 잘 안 되는데, 여러 가능성을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그동안 다른 목적으로 입원시키는 경우가 많았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법령 개정 전이나 후나 환자 본인이 입원을 거부할 경우 의사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는데, 시대 흐름에 따라 인권이 계속 강조되는 상황에서 입원이 모호한 상태의 경증 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키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을 뿐더러 강제로 입원했어도 추후 의사에게 형사고소·민사소송 등의 부담이 생길 수 있기에 입원까지는 아니라고 조금이라도 판단되면 부적합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입원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가족들도 정신질환이 있다고는 하지만 가족을 강제로 입원시키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더 느끼게 되어 실제 보호 입원까지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고, 아니면 법 개정 이후 정신건강 서비스도 맞춰 확대되면서 과거보다 잘 치료 받아 중증 환자가 줄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해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통계자료를 봤을 때 정신질환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서 3만 명 가까이 줄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이에 대한 여러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하는데, 인권 침해와 시민 보호 사이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주제라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법률사무소 온유 이철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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