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수사와 관련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검사가 피의자를 신문(訊問)하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검사는 피의자의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형량을 빌미로 압박하거나 설득하는 장면도 한 번쯤 봤을 겁니다.
여기서 주제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범죄자 입장에서 자백과 무죄 주장 중 무엇이 더 유리할까요? 애초에 범죄자가 수사에 협조한다고 형량이 줄어들기는 할까요?
상황에 따라서 그때그때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내용인데, 법률사무소 온유의 이철규 변호사님이 투고한 원고를 바탕으로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수사 협조는 자기 자신 또는 다른 범죄자에 대한 수사 협조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중 자기 자신에 대한 수사 협조는 범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요구하는 자료를 성실히 제출하는 등 적극 협조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형을 낮출 때 판단하는 여러 기준이 있는데, 모든 범죄 행위에 ‘진지한 반성’이라는 게 포함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진지한 반성’은 수사 과정이나 재판과정에서 자기 잘못을 자백하고 협조하는 등의 행위가 해당하고, 법원에서도 이를 적극 고려하여 판결문에 범행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문구를 넣어 형을 낮춰주곤 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수사가 이미 시작된 상태에서 수사관의 물음에 잘못을 인정하는 자백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가 범죄를 알리는 자수를 하면 형법 제52조에 따라 조금 더 강력하게 형을 낮추는 요소(특별감경인자)로 적용되어 자백할 때보다 형을 더 많이 낮춰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죄를 지었을 때 자백이나 자수를 하는 게 유리하다는 걸까요? 이는 수사의 진행 상황과 범죄의 성격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는 자백이 협조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겠지만, 협조의 내용과 방식, 정도가 얼마나 구체적이었는지를 평가하여 결정되므로 늦어질수록 참작의 정도도 약해집니다.
그렇다면 무죄 주장 전략을 취하는 건 어떨까요? 범행 입증이 안 될 것으로 확신한다면 당연히 이 전략이 유리합니다. 하지만 증거가 명백한 상황에서는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어 더 무거운 형량이 선고될 수도 있습니다.
범죄자 입장에서 무엇이 좋은 전략일지는 이처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일단 자백하면 유죄 판결은 거의 100% 선고된다고 봐야 합니다. 만에 하나 범행 증명이 안되는 상황에서 미리 겁먹고 자백하면 피고인은 무죄를 받을 기회를 놓치는 겁니다.
물론 일반인이 이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므로 죄를 지었을 때 범행 사실이 명백히 드러날 경우에는 빠르게 자백하고, 수사에 협조하여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편이 높은 확률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자백 중 수사기관에서 몰랐던 범죄 행위까지 이야기하여 더 큰 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어 오히려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범죄는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자기 자신에 대한 것만이 문제가 됩니다. 그런데 마약이나 보이스피싱 같은 일부 특수한 범죄는 다른 범죄자에 대한 수사 협조가 형을 낮출 때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특히 마약 범죄는 우리 사회 전체에 피해를 주지만 명확한 피해자 개인이 없고, 연관된 모두가 공범이며, 대부분 점조직으로 운영되어 조직 구성원들조차 서로를 잘 알지 못합니다. 또한, 텔레그램 등 추적이 어려운 수단까지 사용하므로 검거는 더욱 어렵습니다.
따라서 내부자가 수사에 협조해 주면 크게 도움이 되므로 형을 낮출 때 중요한 요소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에 걸렸을 때 자백하는 것이 특히 유리한 범죄이고, ‘일반적 수사 협조’가 아니라 ‘중요한 수사 협조’로 판단되면 형을 더 크게 낮출 수도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범죄도 피해자가 범죄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점조직으로 운영되어 검거가 어려워 내부자가 스스로 정보를 알려주면 수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처럼 수사에 큰 도움이 되는 정보를 가진 경우에는 수사기관이 정보를 제공해 준 범죄자에게 ‘공적서’라는 것을 작성해 주고, 이 공적서는 법원이 형을 정할 때 크게 고려하여 형을 낮추는 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정리해 보면 일반적인 범죄에서는 자백이나 수사 협조가 형량을 줄이는 데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마약이나 보이스피싱 범죄 등 특수 범죄에 한해서는 공적서 등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형을 크게 낮출 수도 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추가로 미국 등의 국가는 유죄 인정을 조건으로 가벼운 형을 약속하는 계약이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 사법협조자 형벌 감면제도)’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운영되고 있습니다.
범죄자가 수사 단계에서 죄를 인정하면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도록 해주고, 미국은 전체 형사사건의 80~90%가 플리바게닝 제도로 종결된다고 합니다. 이는 피라미드형 범죄 구조에서 내부자의 협조로 윗선을 잡고자 하는 목적도 있으나 수사기관이 수사할 때 써야 하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아껴주고, 법원의 재판 비용도 아끼게 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한국도 2011년에 해당 제도를 도입하고자 시도했으나 밀실에서 검사와 범죄자가 형을 정하는 것은 사법 정의와 국민 정서에 반한다는 인식으로 도입되지 못했고, 최근에는 정치권에서 검사의 권한을 줄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으므로 제도의 도입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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