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 방귀 뀌면 시트에 있는 미생물들이 죽을까?

방귀는 사람이 음식을 먹을 때 함께 삼킨 공기와 소화 과정 중에 발생한 가스의 혼합물입니다. 건강한 성인은 하루 평균 10회에서 25회 정도 방귀를 뀌는데, 주제와 같은 궁금증을 가지는 이유는 이 방귀의 냄새가 독해서 그렇습니다.

물론 사람이 방귀 냄새를 맡았을 때 생명에 위협이 되는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사람보다 아주 많이 작아서 맨눈으로는 관찰할 수 없는 미생물이라면 방귀도 상당히 위협적이지 않을까요?

침대에는 땀, 각질, 피부 유분 등으로 인해 세균이나 곰팡이, 집먼지 진드기 등의 다양한 미생물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미생물을 살균하는 방법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는데, 첫째, 고온으로 가열해서 미생물의 단백질을 변형하는 방법이 있고, 둘째, 알코올 등을 이용해 미생물의 세포막을 용해 또는 파괴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셋째, 요오드나 과산화수소, 오존, 락스(염소계 산화물) 등을 이용해 미생물의 세포막을 산화 또는 파괴하는 방법이 있고, 마지막 넷째, 세포대사를 저해시킬 수 있는 독성 물질을 주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방귀로 미생물을 살균하기 위해서는 방귀에 적용되는 방법이 있어야 할 겁니다. 첫 번째 방법부터 따져보면 방귀 온도는 체온과 비슷한 36℃ 정도이고, 체외로 배출되면 공기와 섞이면서 순식간에 식어 버립니다. 살균을 위해선 최소 60℃ 이상의 온도가 필요하므로 이 방법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을 따져보면 알코올이 미생물을 죽이는 원리는 세포막의 지질을 녹이기 때문입니다. 방귀에는 알코올도 없고, 지용성 성분을 녹일 수 있는 물질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역시나 어려움이 있습니다.

세 번째 방법을 따져보려면 구체적인 방귀의 성분을 알아야 합니다. 방귀는 장내 미생물이나 식습관, 건강, 사람에 따라 성분에 차이는 있으나 대략적인 성분 비율은 아래와 같습니다.

방귀 대부분은 장내에서 흡수되지 않고 남은 질소이고, 이외에 수소나 이산화탄소, 메탄, 황화수소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중 방귀 속 냄새의 핵심 성분은 황화수소(H₂S)인데, 냄새가 워낙 독해서 세포막을 파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황화수소는 장내 미생물이 음식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부산물일 뿐이고, 세포막을 산화할 정도의 산화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끝으로 네 번째 방법을 따져보려면 방귀에 유독성 물질이 있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이를 평가하는 방법에는 반수 치사 농도(LC50, lethal concentration 50%)가 있고, 이는 해당 물질의 특정 농도에 일정 시간 노출됐을 때 실험체의 절반이 사망하는 수치를 의미합니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반수 최대 유효 농도(EC50, effective concentration 50%)라는 것도 존재하는데, 마찬가지로 해당 농도에 노출됐을 때 대사나 성장 등 생물학적 효과가 절반 정도 나타나는 농도를 의미합니다.

방귀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의 반수 치사 농도와 반수 최대 유효 농도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중 그나마 황화수소가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미생물의 성장을 저해시키려면 방귀 농도를 90배 이상 독하게 농축해서 지속 노출시켜줘야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 또한, 여러 조건 등을 붙였을 때 가능성을 어렵게 추측한 수준이고, 이러나저러나 일반적인 방귀로는 미생물을 죽이긴 어렵습니다.

그런데 침대에서 방귀를 뀌면 오히려 장내 미생물이 퍼져 나올 수 있습니다. 2001년 한 논문에 따르면 미생물을 검출할 수 있는 고체 배지를 항문에서 5cm 떨어진 곳에 두고 방귀를 뀌었더니 미생물이 자랐다고 합니다. 이런 시도를 한 이유는 수술 중 무균 환경에서 방귀를 뀌었을 때 수술실을 오염시키는 게 아닌지 궁금해서 해봤다고 합니다.

결과를 보면 사람은 팬티나 바지 등을 입고 생활하므로 방귀를 뀌었을 때 촘촘한 옷의 직물이 필터 역할을 해주므로 벗고 뀌지 않는 이상 주변을 오염시키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침대에서 팬티를 벗고 방귀를 뀌는 게 아니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스탠포드 대학교 화학공학과 최규환 박사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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