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 스포츠를 보면 잘 버티다가도 턱끝이나 오른쪽 옆구리, 이른바 리버샷을 맞는 순간 맥없이 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리버샷을 맞으면 얼마나 아프길래 쓰러질까요?
사람 몸에는 여러 장기가 있습니다. 그중 간은 오른쪽 옆구리쯤 위치해 있는데, 갈비뼈가 보호하고 있긴 하나 측면에서는 간의 하단 일부가 갈비뼈 아래로 노출되어 있어 비교적 충격을 받기 쉬운 위치에 있습니다.
특히 복부 근육이 긴장하지 못한 상태에서 타격을 받으면 충격이 간까지 전달되어 순간적으로 강한 압박을 받게 됩니다.
장기는 내부 조직보다 장기를 둘러싸고 있는 피막에서 통증이 주로 발생하는데, 간은 글리슨 피막이라는 막에 싸여 있고, 피막에는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이 분포해 있습니다. 그래서 외부 충격을 받으면 간 조직이 눌리면서 피막이 급격히 늘어나고, 이때 강한 통증이 발생하는 식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원인은 신경 반응입니다. 간에서 발생한 통증 자극은 단순히 그 주변의 통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통증 신호는 늑간 신경, 횡격막 신경, 간 신경총으로 전달되는데, 이에 따라 미주신경이 자극받아 심박수가 떨어지고, 혈관이 확장되어 혈압이 하락합니다.
또 횡격막은 억제되어 숨이 멎거나 경련을 일으킬 수 있고, 결과적으로 몸이 의지와 상관없이 쓰러지거나 실신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왼쪽 옆구리를 맞는 건 괜찮을까요? 여기에는 비장이라는 장기가 위치해 있습니다. 비장은 혈액을 저장하고, 면역 기능에 관여하는 장기인데, 비장은 간보다 크기가 작고 상대적으로 보호되는 위치에 있어 리버샷을 맞았을 때와 같은 반사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뭅니다.
하지만 외상 의학 관점에서 비장이 타격을 받아 손상이 생길 경우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비장은 혈관이 매우 풍부한 장기라서 파열이 발생하면 복강 내 출혈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복부에 강한 충격을 받으면 간과 비장은 쉽게 손상되는 장기인데, 특히 비장은 둔성 복부 외상의 40%를 차지하고, 출혈도 잘 일어나며, 파열 시 때에 따라 대량 출혈이나 쇼크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즉, 의학적으로 봤을 때 간은 강한 통증과 신경 반사를 통해 순간적인 무력감을 유발할 수 있는 장기이고, 비장은 심한 외상 시 내부 출혈로 이어질 수 있는 장기입니다.
여기까지 주제의 궁금증은 해결했는데, 격투기는 눈, 생식기, 후두부 등 가격이 금지된 부위가 있습니다. 다른 부위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후두부는 이유를 잘 모를 수 있어 간단하게 알아보겠습니다.
후두부 아래에는 뇌와 척수가 연결되는 큰 통로가 있고, 뇌간과 소뇌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특히, 호흡, 심박수, 의식 수준을 조절하는 생명 유지 중추인 뇌간이 인접하여, 이 부위에 충격이 가해질 경우 즉각적인 의식 소실이나 심각한 자율신경계 기능 장애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후두부를 따라 주행하는 추골동맥은 외상에 취약한 구조라서 타격을 받으면 혈관 박리나 손상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지연성 뇌경색이나 치명적인 출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외상 역학적으로도 후두부 타격은 매우 위험합니다. 회전 가속과 감속이 뇌에 동시에 작용하면서 뇌가 두개강 내에서 흔들리고, 미만성 축삭 손상 같은 심각한 뇌 손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후두부 타격은 생명 중추가 위치한 해부학적 특성, 주요 혈관 손상 가능성, 회전 가속에 의한 뇌 손상, 그리고 방어가 어려운 구조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스포츠 규칙에서 엄격히 금지되는 겁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내과 전문의 임필용, 국제성모병원 신장내과 조교수 이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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