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화학비료가 널리 보급되기 전에는 소똥 같은 가축의 배설물이 중요한 비료였습니다. 물론 사람의 똥도 비료로 사용했지만, 오늘날에는 가축의 분뇨만큼 흔하게 이용되지는 않습니다. 소가 풀만 먹는 초식동물이라서 소똥이 비료에 더 적합해서 그런 걸까요? 그렇다면 채식하는 스님 똥은 비료로 쓸 수 있을까요?
우선 비료는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토양이나 식물에 사용하는 물질입니다. 식물이 자라는 데에는 특히 질소(N), 인(P), 칼륨(K)이 많이 필요하고, 화학비료에서는 이러한 영양분을 요소, 암모늄염, 질산염, 인산염, 칼륨염 등의 형태로 공급합니다.

비료는 광물 원료를 가공하거나 화학적으로 합성해서 만들 수 있지만, 동물의 분뇨 같은 유기성 자원으로부터 만들 수도 있습니다.
동물이 음식을 먹으면 소화·흡수되지 않은 물질과 체내 대사 과정에서 생긴 물질이 분뇨로 배출되고, 이 분뇨에는 질소 화합물과 인, 칼륨, 유기물 등이 들어 있어 식물의 영양분으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갓 배출된 분뇨를 식용 작물에 아무 처리 없이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암모니아와 높은 염류 농도가 식물에 피해를 줄 수 있고,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기생충 등이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분뇨로 퇴비를 만들려면 적절한 퇴비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생물이 분뇨 속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불안정한 유기물이 점차 안정화됩니다.

또한, 퇴비화 과정에서는 미생물의 활동으로 열이 발생하는데, 적절한 온도가 충분한 시간 동안 유지되면 병원체와 악취가 줄어들고, 분뇨는 비교적 안정적인 퇴비로 바뀝니다.

첫째, 축산 농가에서는 많은 양의 분뇨가 한곳에서 꾸준히 발생하고, 생활하수와 별도로 수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분뇨를 모아 저장하고 처리하기가 비교적 쉽고, 처리해야 할 폐기물을 비료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분뇨는 적절한 처리 과정을 거치면 비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농가에서는 사람의 분뇨보다 소나 돼지, 닭 같은 가축의 분뇨를 주로 이용하는데,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축산 농가에서는 많은 양의 분뇨가 한곳에서 꾸준히 발생하고, 생활하수와 별도로 수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분뇨를 모아 저장하고 처리하기가 비교적 쉽고, 처리해야 할 폐기물을 비료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둘째, 식물에 필요한 영양분과 유기물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특히 가금류의 분뇨에는 질소와 인이 비교적 많이 들어 있어 퇴비로서의 가치가 높은 편이고, 소의 분뇨에는 유기물이 많아 수분을 더 오래 잡아두는 등 토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셋째, 축산 농가를 중심으로 분뇨를 수거하고 저장한 뒤 부숙시키거나 액비로 처리해 농경지에 공급하는 관리 체계가 마련되어 있어 활용하기가 비교적 쉽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분뇨는 어떨까요? 사람의 분뇨에도 질소와 인, 칼륨, 유기물이 들어 있기 때문에 성분만 놓고 보면 비료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사람의 똥에는 채식 여부와 관계없이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세균과 바이러스, 기생충 등이 들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병원체가 토양이나 물, 농작물을 거쳐 다시 사람에게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의 분뇨를 비료로 쓰기 위해서는 가축의 분뇨와 마찬가지로 철저한 위생 처리가 필요합니다.

즉, 채식했다는 이유만으로 분뇨가 더 안전하거나 특별히 좋은 비료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무엇을 먹었느냐보다 배설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또한, 현대에는 사람의 분뇨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하수처리 시스템이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기존 시설에서 사람의 분뇨만 따로 수거해 비료로 만드는 방식은 추가되는 비용과 관리 부담을 고려하면 효율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즉, 사람의 똥은 비료로 쓸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처리 체계에서는 굳이 따로 모아 쓰지 않는 것에 가깝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스탠포드 대학교 화학공학과 박사후연구원 최규환
Copyright. 사물궁이 잡학지식.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