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타는 육상동물 중 가장 빠르다고 알려졌습니다. 순간 최고 속도가 100~120km/h 정도로 1초에 약 27~33m를 이동할 수 있는 매우 빠른 속도입니다. 근데 치타가 이렇게 빨리 달릴 수 있는 비법이 뭘까요?
치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신체구조가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머리가 작고, 가슴이 납작하여 전체적으로 날씬한 신체구조로 되어 있으므로 달릴 때 발생하는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리와 등뼈가 길고 유연한데, 유연성이 속도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치타가 달리는 모습을 보면 앞다리를 최대한 멀리 딛고, 앞다리를 땅에서 내디딜 때 뒷다리를 앞다리가 디딘 위치에 놓습니다. 그리고 뒷다리로 땅을 내디디면서 앞으로 이동합니다.
앞다리가 최대한 멀리 딛은 위치까지 뒷다리를 이동시키려면 등을 구부려야 하는데, 등뼈가 유연하고, 쇄골과 견갑골(어깨뼈)이 붙어 있지 않은 덕분에 가능합니다. 그리고 뒷다리로 땅을 내딛는 순간에 구부러졌던 등뼈가 펴지면서 탄력이 생기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치타가 다리를 내딛을 때 네 개의 다리를 동시에 내딛는 게 아닙니다. 치타가 달리는 모습을 초당 1,200프레임으로 촬영한 위의 영상을 보면 다리 하나씩 순서대로 땅을 딛습니다. 보폭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날아가는 수준입니다.
또한, 치타의 발톱은 다른 고양이류와는 달리 오므려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즉, 밖으로 노출된 상태인데, 마치 스파이크화처럼 트랙 표면과 신발의 마찰력을 높여 미끄럼을 방지해주고, 땅을 내딛을 때 더 강력한 힘을 낼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심장과 폐 등이 커서 분당호흡수가 높은 편이고, 혈액 공급도 원활히 이루어져서 빠른 속도를 내는 치타의 신체 능력을 뒷받침해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근육도 남다릅니다. 근육은 수축 정도에 따라 수축 속도가 느린 지근(slow twitch muscles), 수축 속도가 빠른 속근(fast twitch muscles), 속근 보다 더 빠른 속근(super fast twitch)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은 초속근이 2%, 속근이 49%, 지근이 49%로 되어 있습니다. 근데 치타는 속근이 무려 70%로 발달해 있어서 달리는 속도가 빠릅니다. 참고로 단거리 달리기 선수들은 속근이 발달했고, 장거리 달리기 선수들은 지근이 발달했습니다.
여기까지 치타가 빨리 달리는 이유에 관해서 알아봤는데, 치타가 매우 빠른 속도로 사냥에 나선다면 무서운 맹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 치타의 사냥 성공률은 40~50% 정도로 다른 포식자의 성공률(약 20~30%)보다 높습니다. 근데 치타는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많은 걸 포기한 동물입니다.
일단 얼굴이 작으므로 턱이나 이빨의 크기도 작아서 약한 편입니다. 그래서 사냥감을 물어도 한 번에 치명타를 줄 수 없고, 오랫동안 물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심장과 폐가 커도 워낙 빠른 속도이므로 신체에 한계가 있습니다. 지구력이 약한 편으로 약 300m 정도가 한계입니다. 만약 그 이상을 넘어가면 체열로 인해 장기에 손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치타는 가볍습니다. 30~70kg 정도로 체급이 작은 편이라 많이 무시당하면서 삽니다. 잡은 먹이를 다른 포식자에게 뺏기는 확률이 무려 10~50% 정도로 치타는 다른 포식자가 접근하면 먹이를 놔두고, 재빠르게 도망갑니다.
그렇다면 나무 위에서 먹으면 되지 않을까요? 실제 치타와 비슷한 생김새의 표범은 사냥 후 먹이를 나무 위로 가지고 올라가서 안전하게 먹는데, 치타는 삐져나온 발톱이 갈고리 형태가 아닌 일직선 형태라서 나무를 잘 못 탑니다. 즉, 그 자리에서 먹어야 하고, 다른 포식자가 뺏기 좋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치타는 소식(小食)한다는 겁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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