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플러는 종이 또는 이와 유사한 재료에 철심을 박아서 고정해주는 장치입니다. 살면서 다양한 이유로 한 번쯤 사용해봤을 텐데, 사용 방법은 매우 단순합니다.
묶고 싶은 종이 등을 철심판에 올린 다음에 머리 부분을 눌러주면 됩니다. 그러면 ㄷ자 모양의 가느다란 철심이 종이를 관통하면서 철심판의 모양에 따라 철심이 안쪽으로 휘어지면서 종이를 고정해줍니다.
굽은 철심은 인위적으로 펴주거나 종이를 찢지 않는 이상 종이로부터 분리할 수 없어서 많은 사람이 스테이플러로 종이를 고정할 때는 신중하게 찍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때 어느 각도로 찍으시나요?
아마 0도(ㅡ)가 아니면 45도(/) 각도로 많이 찍을 것 같은데, 오늘은 이와 관련한 문제를 공학적으로 분석해서 주제에 대한 답을 내리고자 합니다.
아무 지식이 없어도 경험을 통해서 45도 각도로 찍는 것이 종이를 넘겼을 때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알 겁니다. 이는 공학적으로 객관적인 사실인데, 철심이 종이를 뚫게 되면 구멍 2개가 생깁니다.
종이에 생긴 구멍은 고체역학 또는 재료역학적 관점에서 균열(또는 크랙)이라고 할 수 있고, 균열이 있는 재료에 외부 힘을 가하면 응력이 집중됩니다.
응력은 외부 힘이 가해질 때 변형이 발생하는 물체를 원래 형태로 되돌아오도록 하는 힘으로 응력이 강하게 작용하면 종이가 찢어지는 등의 파괴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1898년 에른스트 구스타프 커쉬(Ernst Gustav Kirsch)라는 독일의 공학자가 원형 구멍이 있는 무한한 길이의 판에 일정한 인장응력을 가할 때 구멍 근처에서 생기는 응력 분포를 계산해봤습니다.
계산한 값을 보면 구멍의 양끝단에서 외부에서 가한 응력보다 3배나 강하게 응력이 집중됐습니다. 이 말은 균열이 생긴 곳에 외부 힘이 작용하면 다른 곳보다 파괴되기가 쉽다는 의미입니다.
종이를 찢을 때는 인장응력 대신에 전단응력이 가해진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고, 인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응력이 집중됩니다.
만약 철심이 0도, 90도 또는 135도로 박혀있을 때 종이를 넘기게 되면 구멍의 끝 부분에 전단응력이 강하게 집중되어 종이가 찢어지기 쉽습니다.
또한, 찢어지지 않는 선에서 종이를 넘기게 되면 윗부분이 가려지므로 보기가 불편해집니다. 그런데 철심이 45도 각도로 되어 있으면 종이를 넘겼을 때 응력이 집중되지 않고 분산되므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종이를 넘겼을 때 가려지는 부분이 다른 각도와 비교했을 때 가장 덜하므로 스테이플러의 철심은 45도 각도로 찍어야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형식을 따지는 곳에서는 각진 각도를 선호합니다. 주로 제출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0도로 많이 찍는 편이므로 눈치껏 따르면 되고, 정해진 규칙이 없는 곳이라면 45도로 찍으면 됩니다.
이때 135도로 찍을 경우에는 절대 제출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찢길각으로 종이가 찢길 위험보다 본인이 찢길 위험이 큽니다. 여기까지 주제의 의문은 해결했는데, 이 내용을 통해서 우리는 뭘 알 수 있을까요?
이러한 원리를 응용한 것이 제품 포장지의 뜯는 곳 부분에 있습니다. 톱니 모양으로 된 이곳에는 아무런 특수처리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두 손으로 잡은 다음에 면의 수직방향으로 뜯으면 전단응력이 강해지는데, 톱니의 패인 부분이 균열 역할을 해주어서 응력이 집중되고, 파괴현상까지 일으켜 쉽게 뜯을 수 있는 겁니다.
이지컷(easy cut)도 마찬가지로 레이저를 이용해 얇게 땀선을 내서 균열을 여러 개 만들어 놓고, 응력이 집중되게끔 해놓은 겁니다.
추가로 스테이플러 사용 관련해 팁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앞서 스테이플러를 이용해 철심을 고정하면 종이로부터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는데, 스테이플러 철심판의 아래를 보면 버튼이 하나 있을 겁니다.
이 버튼을 누르면 철심판이 들리고, 철심판을 180도 회전시켜준 다음에 사용해보길 바랍니다. 철심이 바깥쪽으로 휘어지므로 쉽게 제거할 수 있어서 임시 보고서나 임시 문서 등을 잠시 고정하고자 할 때 사용하면 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투고 :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박사과정생 @두유카페라뗴
Copyright. 사물궁이 잡학지식.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