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주기적으로 대변을 봅니다. 이는 섭취한 음식물로부터 소화과정을 통해 영양분을 흡수하고, 남은 찌꺼기를 배출하기 위한 신체 활동입니다. 그런데 간혹 화장실에 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변이 마려울 때가 있습니다. 이때는 참는 방법밖에 없고,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힘든 싸움을 지속하다 보면 갑자기 괜찮아지는 순간이 오는데, 금세 대변이 다시 마려운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요?
섭취한 음식물은 구강-식도-위-소장-대장 순으로 이동한 뒤 대변으로 배출됩니다. 이 과정은 16시간에서 30시간에 걸쳐서 이뤄지고, 이 시간 동안 소화과정을 통해 영양분과 수분 등을 흡수합니다.
주제의 의문을 해결하려면 소장에서 대장으로 넘어간 뒤의 과정을 이해하면 되는데, 보통 소장에서 대부분 영양분을 흡수한 뒤 대장으로 넘어가므로 대장으로 넘어가는 것들은 음식물 찌꺼기에 장액, 소화액 등이 섞인 액체에 가까운 상태입니다. 이것이 대장의 첫 부분인 맹장(Cecum)에 모이고, 대장의 길을 따라서 천천히 이동하면서 탈수됩니다.
과정을 보면 액체에 가까운 상태로 상행결장(ascending colon)을 지나고, 횡행결장(transverse colon)에서는 죽 정도의 질감으로 지납니다. 하행결장(descending colon)에서는 반고체 상태로 지나고, 직장으로 연결되는 부위인 S자결장(sigmoid Colon)으로 통과하면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대변의 상태가 된 뒤 항문을 통해 배출됩니다.
만약 장의 움직임이 빨라지면 찌꺼기가 대장을 지나가는 속도도 빨라져서 탈수가 잘 안 되어 묽은 변이나 설사를 하게 됩니다. 반대로 장의 움직임이 느려지면 너무 탈수되어 딱딱해지고, 변을 보기 힘든 변비 증상을 보입니다.
대장에서는 위와 같은 과정을 8시간에서 15시간에 걸쳐 진행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하게 되면 전날 먹은 음식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신체는 특별한 장치를 마련해놨습니다. 대장은 하루에 1~3회 정도 배변 운동(Mass movement)을 일으키는데, 장의 움직임이 왕성해지게끔 합니다.
보통 횡행결장 부분이 꽉 조이면서 강하게 수축해 직장 쪽으로 리드미컬하게 수축하면서 대변을 보게끔 유도합니다. 갑자기 대변이 마려운 이유는 이 현상 때문이고, 위와 소장이 자극을 받으면 배변운동을 일으키므로 식사 직후에도 대변이 마려운 느낌이 드는 겁니다.
어쨌든 이 현상은 30초 정도 지속하다가 2~3분 정도 이완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대변이 마려울 때 참아보면 순간 괜찮아지는 이유가 이완 단계에 있기 때문이고, 다시 대변이 마려운 이유는 수축과 이완의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위 단계에서 화장실로 직행해 해결하는 편이나 해결하지 못하면 계속 참아야 하는데, 배변운동은 10분에서 30분간 지속하므로 계속 견디다보면 괜찮아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한 번 배변 운동이 지나가고 나면 다음 배변 운동이 오기까지 변이 마려운 느낌이 들지 않으므로 한참동안 대변이 마렵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주제의 의문은 해결했고, 추가로 앞서 언급됐던 맹장 부분을 다시 보겠습니다. 맹장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상한 것이 삐죽 튀어나와있을 겁니다. 그 모양이 벌레 같다고 해서 충(벌레 충蟲)수(드리울 수垂)라고도 하는데, 여기에 염증이 생길 때를 맹장염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이는 잘못된 용어이고, 충수염이 맞습니다.
충수는 원래 풀을 소화하던 기관이나 잡식동물이 되면서 불필요해져서 퇴화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사람에서는 거의 하는 일이 없어서 충수염이 발생했을 때는 떼어내는 수술을 받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투고 : 김의사박사님 (현직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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