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다가올 때마다 전국이 떠들썩합니다. 그도 그런 것이 국민의 대표를 뽑는 자리이기에 조용히 할 수가 없습니다. 국회의원 후보들은 국민의 대표로 뽑히기 위해 낮은 자세로 열과 성을 다합니다.
물론 그냥 뽑아달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후보자들은 자신을 뽑아줬을 때 임기 내에 추진할 공약을 제시하고 뽑아달라고 합니다. 따라서 유권자는 각 후보의 공약을 보고 판단하면 됩니다.
근데 이런 공약 중에는 지키기 어려운 공약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킬 수 없는 공약인데, 국회의원에 뽑히기 위해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내걸어도 괜찮은 걸까요?
지난 선거들을 보면 표를 얻기 위해 거짓 공약을 남발해도 법적 처벌을 받은 사례는 없습니다. 아무래도 선거 공약을 전부 지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으니 당연합니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공약을 이행하고 싶어도 다수의 국회의원이 반대하면 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공약 미이행을 무조건 질타할 수는 없습니다. 근데 이점을 노리고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내거는 후보들이 분명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실제 공약 이행률을 보면 좋을 것 같은데,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 19대 국회의원이 제출한 자체 평가자료로 공약 이행률을 확인해봤더니 51.2%의 공약 이행률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20대 국회의원의 공약이행률은 46.8%로 19대 국회보다 4.4%p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국민의 대표라는 자리에 뽑히기 위해 거짓 공약을 내걸어도 아무런 처벌을 할 수 없는 걸까요? 구두계약도 법적인 효력이 있다고 하던데, 공적인 자리에서 거짓말을 했으니 처벌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실제 2001년 8월 공약 미이행을 이유로 정치인을 고소한 사례가 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는데, 판결문을 보면 “정치인이 유동적인 정치 현실에 따라 공약을 파기한 것이 이를 신뢰했던 사람들에게 배신감이나 불쾌감 등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지만, 손해배상 책임까지 물을 인과관계는 없다”고 합니다.
또한, “국회의원은 양심에 따른 직무수행 의무가 있으나 국민 개개인과 구체적 권리, 의무관계는 없으므로 여론이나 투표로 책임을 추궁할 수는 있더라도 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의 공약을 전부 이행하도록 하면 국가의 1년 예산으로는 턱도 없습니다. 공약을 다 지키면 나라가 망할 겁니다. 즉, 애초에 불가능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뽑은 사람은 유권자입니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판단해야 하는 것도 유권자입니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을 남발한 후보자를 뽑은 유권자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습니다.
근데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유권자가 전부 판단하도록 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2008년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서 공약을 내놓을 때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구체적인 이행 계획은 어떠한지 등을 명시하도록 했습니다. 문제는 대통령이나 지자체장 등만 해당하고, 국회의원은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는 겁니다.
그래서 가끔 말도 안 되는 공약이 나옵니다. 말도 안 되는 공약은 무시하면 되나 그럴듯한 공약도 있기에 판단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유권자의 판단이 중요합니다. 판단은 투표권을 행사해야만 가능합니다. 투표권이 있음에도 행사하지 않고, 정치인을 질타하는 일은 밥을 앞에 두고 먹지 않으면서 배고프다고 화를 내는 일과 같습니다.
그렇다고 국회의원이 거짓 공약만을 내세우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다음 선거에서도 뽑히고 싶으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약 미이행률이 너무 높다면 다음 선거에서 법적인 처벌은 아니더라도 정치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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