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을 알콜솜으로 닦아도 될까?

알콜(에탄올)은 음용 외에 소독의 목적으로도 많이 사용합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이용의 편의를 위해 알콜을 아예 솜에 적셔서 판매하는 제품도 있습니다. 이를 알콜솜이라고 하고, 소독하고자 하는 곳을 닦아주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소독에 사용하는 알콜은 농도 70%의 이소프로필 알콜(isopropyl alcohol)입니다. 소독 원리는 알콜이 건조되면서 탈수시켜 세균의 세포벽·세포막을 파괴하거나 세균의 단백질을 변형시키는 원리로 작용합니다.

이때 알콜의 농도가 너무 높으면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세균 표면에 단단한 막(bio film)이 형성돼 효과가 없고, 농도가 50% 이하이면 소독 효과가 없어서 70~80% 농도의 알콜을 사용하는 겁니다.

* Morton, Harry E. “The relationship of concentration and germicidal efficiency of ethyl alcohol.” NYASA 53.1 (1950): 191-196.

다음으로 항문은 사람이 음식물을 섭취한 뒤 소화 흡수되지 않은 것과 장내 미생물 등(소화액의 나머지, 위장관의 상피가 벗겨진 것)이 포함된 대변(배설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이런 이유로 항문의 이미지는 비위생적인 느낌이 강한데, 이곳을 깨끗하게 소독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알콜솜을 이용해 닦아볼 수 있…지 않습니다!

도대체 왜 알콜솜으로 항문을 닦은 것인지 이해할 수 없으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시도한 사람의 경험담이 올라왔고, 많은 누리꾼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소식이 퍼지는 과정에서 저를 찾는 분이 있어서 저도 보게 됐고, 항문을 알콜솜으로 닦으면 어떻게 되는지까지 알아보게됐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해서는 안 됩니다. 알콜은 자극성이 강하므로 일반적으로 피부에 덮여있는 부위를 소독할 때나 사용합니다. 피부 표피 겉면에는 죽은 세포가 모인 케라틴(keratin)층이 존재해서 알콜로 닦아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항문은 케라틴층이 없는 점막(mucous membrane)입니다. 여기에 알콜을 바르면 살아있는 세포에 알콜이 작용하므로 자극과 손상이 가해지고, 신경이 자극되어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이와 같은 내용은 알콜 제품 겉면의 사용상 주의사항에 제일 먼저 나오는데, 구강 내, 점막, 손상된 피부에 사용하면 안 된다고 나와있습니다. 물론 소독 효과는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알콜이 일반 점막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찾기 어려웠고, 특히 항문에 알콜을 바르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하지 않는 행위라서 더욱이나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이와 관련해 일본의 한 연구진이 기니피그의 여러 점막에 이소프로필 알콜을 노출시켜서 변화를 관찰한 실험이 있습니다. 결과를 보면 코 점막과 기관지 점막, 중이 점막 등 모두 알콜에 손상을 입었고, 회복에 수주의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즉, 점막을 소독하기 위해 알콜솜을 사용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고, 흐르는 물에 씻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각설하고, 그분의 경험담을 천천히 읽어보면 잦은 설사를 했고, 이로 인해 항문에 가려움을 느끼게 됐고, 세균 때문이라고 판단해 이와 같은 일을 벌였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사실 설사를 하면 누구나 느끼는 일반적인 증상인데, 항문에 통증이 생기는 이유는 내용물이 충분히 소화되지 않아서 위산이나 소화효소, 담즙 등이 분해되기 전에 배설되어 점막을 자극했을 수 있고, 소화가 덜 된 음식이 배출되면서 점막에 미세한 손상을 가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설사를 자주하면 항문을 자주 닦게 되면서 손상이 발생했을 수 있고, 매운 음식을 먹었더라면 덜 분해된 캡사이신이 배설되면서 점막을 자극해 통증이 발생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조직이 손상되어 통증과 가려움증을 느꼈을 것이고, 세균 때문은 아닙니다.

이때 할 수 있는 적절한 대응 방법은 아기용처럼 부드러운 휴지를 이용해 닦아주고, 닦기가 너무 아플 때는 좌욕이나 샤워기로 세척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때는 잘 말려줘야 합니다. 그리고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좋지 않으므로 자주 앉은 자세를 바꾸거나 쿠션이나 도넛 방석 등을 대고 앉는 것이 좋고, 통증이 심하면 연고를 바르는 방법도 있습니다.

자극이 될 수 있는 온수 목욕이나 오일·염분을 녹인 목욕제를 사용하는 것은 피해주고, 설사를 너무 많이해서 탈수나 전해질 이상 등의 증상이 발생하면 병원에 가야 합니다.

이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주고, 설사를 유발하는 음식들을 피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설사의 원인에 따라서 적절한 약물 치료(항생제or지사제)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투고 : 김의사박사님(의사, 유튜브 ‘김의사박사의 이해하는 의학/과학 이야기’ 채널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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