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오면 더위와 함께 찾아오는 것이 모기입니다. 모기는 여름 내내 우리를 괴롭히는데, 매우 작은 틈만 있으면 어디든 비집고 들어올 수 있으므로 모기의 침입을 막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이런 모기가 싫은 이유는 물렸을 때 간지러움을 유발하고, 윙윙거리며 신경 쓰이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기가 보이면 바로 잡아서 제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모기를 잡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벽이나 천장 등에 붙어 있을 때는 쉽게 잡을 수 있어도 어디에 있는지 모를 때는 정말 잡기가 어렵습니다.
어찌어찌 위치를 파악하고 모기를 잡으려고 하면 눈치 빠른 모기들은 잽싸게 도망가는데, 비행 중인 모기를 잡으려고 할 때 눈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모기의 비행 속도는 시속 2.4~4.8km(=0.66~1.5m/sec)로 그렇게 빠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눈으로 잘 좇다가 놓치게 되는 이유가 뭘까요?
큰 물체의 움직임을 좇을 때 눈의 속도는 1초에 최대 700°까지도 가능합니다. 작은 물체의 경우 큰 물체를 눈으로 좇을 때처럼은 아니더라도 좇지 못할 속도는 또 아닙니다.
결론을 말해보면 여러 상황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일단 모기는 비행 능력이 뛰어납니다. 순간속도와 선회속도가 빠르므로 요리조리 움직이면서 비행할 때 눈이 놓칠 수 있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집에 파리가 들어왔을 때를 떠올려보면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파리의 비행 속도는 시속 8~15km로 모기보다 3~4배 정도 빠른데, 눈으로 좇다 보면 놓치긴 해도 크기가 비교적 크므로 시야에 금방 다시 잡힙니다. 하지만 모기는 크기가 작아서 시야에서 한 번 놓치면 다시 잡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이 주장만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지므로 과학적인 주장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성인의 경우 분당 15~20회가량 눈을 깜빡입니다. 이때 100~150ms(1,000분의 1초)의 속도로 눈을 깜빡이는데, 매우 빠른 속도이긴 해도 눈을 감는 순간에는 사물에 대한 인식을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눈을 깜빡일 때 안구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움직이므로 깜빡이기 전에 잡은 초점과 깜빡인 후에 잡은 초점은 미세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때 모기가 직선 방향으로만 비행한다면 눈은 경로를 예측해서 깜빡이는 순간에 초점을 예측하여 보정합니다.
문제는 모기가 직선 방향으로만 비행하지 않고, 초점을 잡은 원점에서 계속 멀어지기까지 하므로 시야에서 놓치는 순간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배경의 영향도 있습니다. 대부분 가정의 인테리어를 떠올려보면 단조롭지 않습니다. 이런 복잡한 배경 속에서 눈이 움직이는 물체를 안정적으로 좇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그래도 비행 중인 모기를 눈으로 좇을 때는 눈은 배경을 억제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배경이 움직이는 물체의 보호색을 띠거나 너무 복잡한 경우에는 인식에 혼란이 생겨 방해됩니다. 이때는 물체에 대한 시각적 정보가 분절적으로 들어오므로 비연속적으로 물체를 보게 되고, 좇고자 하는 물체를 시야에서 놓치게 됩니다.
이런 다양한 상황이 겹치면서 비행 중인 모기가 눈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어떤 물체를 눈으로 좇을 때는 시각적 정보뿐만 아니라 머리에 있는 균형 감각도 함께 작용하므로 눈으로만 좇지 말고 머리도 같이 움직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투고 : 안과전문의 전제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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