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를 거닐다 보면 길고양이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서 일정 지역에 터를 잡고 살아가면서 번식까지 하므로 살다 보면 길고양이가 낳은 새끼 고양이를 한 번쯤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태어난 새끼 고양이는 매우 귀엽게 생겼습니다. 호기심이 많아 사람에게 먼저 접근하기도 하고, 움직임이 날렵하지 않아 원한다면 쉽게 만져볼 수 있는데, 결론부터 말해보면 만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사람 입장에서와 새끼 고양이 입장에서 모두를 위해 지켜야 할 내용입니다.
사람 입장부터 알아보면 고양이는 그루밍(털 손질)을 하고, 대·소변도 깔끔하게 처리하는 모습 덕분에 깔끔한 이미지로 통합니다. 이는 겉보기에만 그런 것이고, 길고양이에게는 진드기나 벼룩 같은 외부 기생충이나 곰팡이와 같은 여러 병원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람의 피부는 고양이와 달리 털이 조금 있는 대신에 각질층이 두꺼워서 진드기나 벼룩 등이 옮겨와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링웜(ringworm)이라고도 하는 고양이 피부사상균증(Dermatophytosis in cats)에 감염되는 경우입니다.
이 질환은 다른 동물과의 접촉이나 습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감염될 수 있는데, 동물과 사람 사이에서 전파가 되는 인수공통감염성질환입니다.
링웜에 감염된 고양이를 사람이 만지면 감염될 수 있고, 감염 시 붉은 반점이 생기며 가려움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를 키울 때 고양이에게서 링웜이 관찰되면 함께 치료받아야 합니다.
치료는 항진균제 약물을 복용하면 되고, 치료가 어렵지는 않으나 굳이 감염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만질 이유는 없습니다. (※심할 경우 탈모 증상도 발생)
또한, 고양이는 예측 불가한 경우가 많아서 혼자 호기심으로 다가왔다가 혼자 놀라서 물거나 할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광견병이나 고양이 할큄병 등이 발생할 수 있고, 해당 질환은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만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으로 새끼 길고양이 입장에서 알아보겠습니다. 만약 사람이 새끼 길고양이를 만져서 사람 냄새가 배어버리면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찾지 못하거나 찾더라도 낯선 냄새로 인해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참고로 고양이는 모성애가 강한 동물로 잘 알려졌는데, 자리를 비운 경우는 주변을 탐색하거나 먹이를 구하러 간 경우입니다. 고양이의 행동반경은 매우 광범위하므로 주변에 어미 고양이가 없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나흘간 그냥 놔두기도 합니다)
간혹 새끼 길고양이가 관심을 보인다고 해서 간택당했다는 등 착각해 만지거나 더 나아가서 집에 데리고 가는 경우가 있는데, 어미 고양이와 생이별을 시키는 행동일 수 있습니다.
또한, 불쌍해 보인다고 츄르 등 간식을 챙겨주는 행동도 피해야 할 행동으로 대부분 간식은 새끼 고양이가 먹기에 염분이 과다한 편입니다.
야생에서는 깨끗한 식수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고양이가 갈증을 잘 느끼는 동물은 아니라서 물을 많이 찾지 않기에 자칫 영양불균형이나 신장결석, 방광염 등 질환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즉, 고양이는 고양이들만의 생태계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행동은 따뜻해 보일지 몰라도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행동이 아닐 수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수의사 신동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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