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등록되는 모든 자동차는 전·후면에 자동차등록번호판(이하 ‘번호판’)을 달아야 합니다. 이 번호판에는 초록색 또는 흰색의 바탕색에 한국어와 숫자 조합으로 이루어진 일련번호가 적혀있는데, 시대 흐름에 따라 여러 변화가 있었으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번호판을 차량에 고정해주는 볼트로 번호판의 크기에 따라 위치는 달라져도 좌우를 고정하는 2개의 볼트는 항상 그대로였습니다. 그런데 후면 번호판의 볼트를 보면 좌우가 다르게 생겼습니다. 한 대만 그랬으면 부품이 없어서 그랬나보다 생각했을 텐데, 모든 자동차가 그러하니 의문이 생깁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 볼트는 봉인볼트라고 합니다. 국가에서 인정한 체결 볼트로 번호판의 위·변조 및 각종 범죄에 악용될 소지를 줄이고자 도입한 장치입니다.
봉인볼트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후면 번호판의 왼쪽에 장착해야 하고, 봉인이 떨어지거나 훼손된 상태로 주행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하므로 각 구청이나 차량등록사업소에 가서 구매해 새로 장착해야 합니다.
현재 국가에서 발급하는 봉인볼트는 무궁화를 배경으로 한 정부 마크가 표시되어 있고, 국토교통부에서 제정한 고시에 봉인볼트의 기준이 존재합니다. 전·후면 번호판 중 한 곳만 달라도 위조 식별이 가능하므로 후면 번호판의 왼쪽에만 장착하는 것이고, 이런 이유로 후면 번호판의 볼트는 짝짝이로 되어 있는 겁니다.
여기까지 주제의 의문은 해결했고, 여담으로 봉인볼트의 실효성과 관련한 논쟁을 살펴보겠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현대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자동차등록번호만 알면 자동차에 관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조회할 수 있어 봉인볼트가 필요 없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특히 신형 재귀 반사식 번호판이나 전기차 번호판은 차량에 고정할 때 볼트의 사용이 불필요한데, 봉인볼트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하므로 좌측에 억지로 구멍을 뚫어서 부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봉인볼트 외의 고정볼트는 고무와 플라스틱 재질이지만 봉인볼트와 너트는 알루미늄이나 철로 되어 있어서 녹스는 경우가 많습니다. 녹슬면서 번호판을 더럽히므로 미관상 보기 좋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봉인볼트의 품질을 올려야 하나 납품 단가가 워낙 저렴해서 어쩔 수 없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봉인제도는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에서만 시행하고 있기에 실효성에 관해 검토할 필요가 있는 제도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주장이 타당하다고 여겨 봉인제도를 폐지하려고도 했습니다. 2011년 봉인제도 폐지가 입법예고 됐는데, 폐지 시 예상되는 문제점을 우려해 무산됐습니다.
그런데 이 자동차 번호판 봉인제도가 드디어 폐지된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앞서 살펴본 문제점과 불편함이 해소될 것으로 보이고, 주제의 궁금증도 앞으로는 생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김진호 전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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