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힌 사람과 찍은 사람 중 누구의 권리가 더 셀까? (초상권자 VS 저작권자)

누군가가 내 허락 없이 내 얼굴 사진을 찍었을 때 그 사진에는 두 가지 권리가 존재합니다. 찍힌 사람의 초상권과 찍은 사람의 저작권인데, 그 사진을 상업적으로 활용하고자 할 때 초상권자와 저작권자 중 누가 활용할 수 있을까요?

두 권리의 개념부터 정리해보면 먼저 초상권은 얼굴이나 목소리 등 어떤 개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경우 그 대상만이 독점적으로 갖는 권리입니다. 권리가 명확하게 법률로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오래전부터 헌법 제10조(행복추구권)와 제17조(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바탕으로 인정해오고 있습니다.

초상권은 다시 인격적 초상권과 재산권적 초상권으로 나누어집니다. 인격적 초상권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초상권에 대한 개념이고, 모든 국민에게 인정되는 권리입니다. 하지만 유명인은 직업 특성상 일반인과 같은 수준에서 인격적 초상권을 인정받기 어렵고, 침해를 인정받으려면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정도에 이르러야 합니다.

대신 유명인은 재산권적 초상권의 보호를 일반인보다 강하게 받는데, 과거에는 유명인의 사진을 도용해서 경제적 이익을 취해도 재산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려웠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 4월 20일부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인격표지영리권, 이른바 퍼블리시티권이 도입되면서 유명인은 재산상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기까지 초상권에 대한 개념은 이해했을 것이고, 저작권을 알아보면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창작한 저작자의 배타적·독점적 권리를 말합니다. 그 대상으로 글이나 음악, 미술, 건축, 연극, 영상 등이 다양하게 포함되고, 사진도 포함됩니다.

물론 모든 사진에 저작권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고,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돼야 합니다. 즉, 일반인끼리 찍은 사진들은 누가 찍어도 결과물에 차이가 없을 확률이 높기에 저작권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만약 촬영자가 개성과 창의력을 발휘하여 타인을 촬영한 사진을 저작물로 인정받았다면 초상권자과 저작권자 중에서 누가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촬영자(저작권자)가 초상권자의 허락 없이 사진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면 초상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고, 침해 대상이 유명인이라면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을 포함해 재산상 손해배상도 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침해 대상이 일반인이라면 퍼블리시티권이 인정되기 어려우므로 정신적 손해배상만 하면 됩니다. 문제는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이 명백히 인정되기 어렵고, 초상권은 우리나라 최상위 법 규범인 헌법에 따라 보장받는 권리여도 침해에 관한 법률관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법령이 없어 형사처벌은 어렵다는 겁니다.

또한, 정신적 고통이 인정돼도 50~300만 원 정도의 위자료가 책정되어 피해 대비 큰 처벌을 받지도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에서 퍼블리시티권을 ‘인격표지영리권’으로 칭하고, 이를 명문화하는 민법 개정안을 2022년 12월 26일부터 40일간 입법 예고했습니다.

왜냐하면, 시대가 변함에 따라 일반인도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플랫폼을 통해 유명해질 수 있기 때문인데, 입법예고 후 여러 절차를 거친 뒤 국회에서 의결되어 대통령이 공포하면 일반인도 자신의 초상·성명·음성 등 인격표지를 침해당했을 시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 단, 언론 인터뷰·스포츠 경기 생중계 등 불가피하게 타인의 인격표지를 활용한 경우 허락 없이도 합리적인 범위에서 이용 가능.

그런데 이와 관련해 입법예고에서 이례적으로 많은 반대 의견이 제출됐습니다. 법조계에서는 반대 의견에 대해 과도한 해석이라고 하는 등 찬반논쟁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이에 따른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법제화가 된다고 해도 일반인이 재산상 피해가 발생했음을 증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므로 법적으로 인격표지영리권의 침해 전후로 구제받을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는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각설하고, 초상권자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상업적으로 활용하면 본인 사진이어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됩니다. 이는 민사소송뿐만 아니라 형사소송의 대상이므로 초상권 침해보다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초상권을 침해하든 저작권을 침해하든 침해한 대상은 각기 다른 책임을 져야 하고, 책임 정도를 비교해봤을 때 저작권 침해에 대한 처벌이 초상권 침해에 대한 처벌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다만, 이와 같은 상황은 유명인의 초상에서나 발생할 일이고, 일반인의 경우 본인의 초상을 상업적으로 활용할 일은 거의 없을뿐더러 일상에서 찍는 사진들은 저작물로 인정받기 어려워 초상권만 유효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잘 따라왔다면 타인의 얼굴 사진을 찍어서 활용하고자 할 때 허락 없이 사용해도 생각보다 처벌이 약하고, 초상권자가 초상권 침해를 주장해도 인정받는 과정이 어렵기에 소송까지 갈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 이러한 실정이긴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든지 촬영할 수 있는 세상이 된 만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퍼블리시티권의 대상을 일반인으로 확대하려는 시도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의 얼굴이 함께 나온 사진을 SNS 등에 공개적으로 올릴 때는 모자이크 처리를 해주거나 사전에 허락을 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허락을 구했다고 하더라도 유포하는 행위는 별개의 일이므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충분히 설명한 뒤 동의받은 범위 내에서만 활용해야 합니다. 만약 사전에 동의한 방법이나 내용과 다르게 활용되면 이 또한 초상권 침해입니다.

일반인의 노출이 쉬워진 세상이 된 만큼 초상권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이철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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