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나라 형벌은 ~이하로 돼서 미국처럼 강하게 처벌 못할까?

1. 왜 우리나라 형벌은 ‘~이하’로 되어 있을까?

법률로 정해진 범죄를 개인이 저지르는 경우 국가로부터 처벌받습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법률을 통틀어 형사법이라고 하는데, 범죄자는 재판을 통해 죄의 경중을 판단 받은 뒤 다양한 처벌을 받습니다.

그런데 처벌과 관련한 법령 조문을 보면 징역 n년 이하 또는 n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적혀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뉴스를 보면 미국에서는 수백 년의 징역형이 나오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왜 처벌의 상한을 정해놔서 속 시원한 판결을 하지 않는 걸까요?

우리나라의 형벌 종류는 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몰수 등 9가지로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징역, 금고, 구류의 3가지를 자유형이라고 하는데, 감옥에 가두어 신체의 자유를 빼앗는 형벌입니다. 그리고 벌금, 과료, 몰수의 3가지는 재산형으로 일정 금액을 국가에 내도록 하는 형벌입니다.

감금 기간이 며칠인지 벌금은 얼마인지 등에 따라 명칭에 차이가 있고, 대부분 형사법에서의 형벌은 이와 같은 징역과 벌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설하고, 같은 형태의 범죄도 범행 동기나 행동 경위, 합의 여부, 반성 여부 등에 따라 다른 형벌을 받습니다. 그래서 범죄의 처벌에는 범위가 정해져 있는데, 예를 들어서 살인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유기징역형은 법에서 1개월 이상 30년 이하(*가중처벌 시 50년 이하)의 형벌로 정의됐으므로 살인의 법정형은 5년 이상 30년 이하의 징역형이 됩니다.

추가로 예를 들어보면 사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사기의 법정형은 1개월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됩니다.

보다시피 형벌을 n년 또는 n만 원 이상으로 규정하면 하한이 정해지므로 징역형은 최대 30년(*가중처벌 시 50년)이고, 벌금형은 액수 제한이 없습니다.

보통 살인처럼 무거운 범죄들이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우리나라 형사법은 ‘~이하’뿐만 아니라 ‘~이상’으로도 형벌의 범위를 정하고 있습니다. 즉, ‘~이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2. 왜 우리나라 형벌은 미국보다 약할까?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 형벌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몇백 년의 초장기 징역형이 나오는 것을 봤을 때 우리나라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왜 그런 걸까요?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고, 이유 중의 하나는 법체계의 차이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 발전한 대륙법 체계를 수입한 일본의 법체계를 받아들였는데, 대륙법은 성문법주의로 범죄의 성립과 처벌을 모두 법에서 정한 대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만들어진 법을 중시하므로 법률을 통해 판사의 재량을 상당 부분 제한하고, 나아가 우리나라에서는 대법원 소속의 양형기준위원회를 통해 구체적인 범죄 행위에 대한 양형 기준이 있어서 판사가 양형 기준을 벗어나 판결할 때는 구체적인 이유를 적시해야 합니다. 그래서 어느 판사에게 재판받더라도 가급적 유사한 형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미국과 영국 등에서 발전한 영미법 체계는 불문법주의입니다. 관습법과 판례법을 중시해서 판례를 만들어 내는 판사들의 재량이 비교적 강한 편이고, 여기서 형량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또 대륙법을 따르는 국가들은 무거운 형벌을 내려도 범죄 예방 효과가 미미하다는 통계를 근거로 수감자를 재사회화해서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교화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차이로 인해 미국은 범죄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리고,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사회 정책적 태도에서의 형량 차이가 있습니다.

법률 차이에 따른 이유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하나의 행위로 여러 개의 범죄를 저지르면 그중 가장 무거운 범죄만을 적용하여 처벌하는데, 미국은 성립하는 모든 범죄를 적용해서 처벌합니다.

그리고 하나의 행위가 아니라 여러 행위로 여러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우리나라는 가장 무거운 죄에서 정한 형의 상한과 그 상한의 절반까지 가중하여 처벌하는 가중주의를 취하고 있고, 미국은 각 죄에 해당하는 형을 모두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취하고 있습니다.

엄벌주의를 따르는 국가와 우리나라의 형량을 비교해보면 처벌이 매우 약해 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대륙법을 따르는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는 유기징역의 상한이 50년으로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그리고 엄벌주의를 따르는 미국의 경우 실제 범죄율 자체는 낮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수감자만 늘어나다 보니 수용 공간 확보와 관리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각종 제도를 만들어 가석방으로 출소를 많이 시키는데, 그 비율이 일본·영국과 더불어 약 50%에 이른다고 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가석방 출소 비율은 30% 아래입니다.

여기까지 우리나라의 법체계와 미국법과의 비교를 해봤습니다. 범죄예방 및 교화를 중시할 것인지, 엄벌 및 사회와의 격리를 중시할 것인지 등에 따라 차이가 있어서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확답할 수는 없습니다. 확실한 것은 둘 다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존속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이철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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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 형벌은 ~이하로 돼서 미국처럼 강하게 처벌 못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