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신체를 보면 내부 장기는 비대칭이지만 외관은 좌우대칭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중 팔이나 다리, 눈, 귀 등 인체의 많은 장기는 2개가 좌우대칭으로 있고, 입이나 코, 두개골, 뇌 등은 하나로 보여도 양쪽의 뼈와 근육들이 융합되거나 연결되어 거의 중심에서 하나를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체가 이러한 대칭성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 영상에서는 눈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만약 사람의 눈이 일부 다른 장기처럼 하나로 합쳐졌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한 눈으로 사물을 보면 한 평면으로 사물을 받아들이게 되므로 입체시가 떨어질 것이고, 공간지각 능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큰 불편을 느꼈을 겁니다.
또 시야각도 좁아질 것이고, 눈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한쪽 눈으로 볼 수 있는 대응도 불가할 겁니다. 그나마 장점은 앞에 있는 물체에 대해서 초점 맞추기가 쉬워진다는 정도가 있을 텐데, 단점이 워낙 많기에 한 눈은 생존에 불리합니다.
이와는 달리 눈이 2개이면 각각의 눈에서 발생하는 상들의 차이 덕분에 물체가 가까이 있는지 멀리 있는지, 어느 정도 깊이에 있는지 등을 인식할 수 있는 원근감과 입체시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야각도 넓어질 것이고, 한쪽 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른 한쪽으로 대응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두 눈으로 각각 받아들이는 정보가 달라서 사물의 위치가 다르게 보인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멀리 있는 것을 볼 때는 크게 느끼지 못해도 가까이 있는 사물을 볼 때 느낄 수 있는데, 예를 들어서 눈앞 가까이에 연필을 위치시켜놓고 눈과 연필 사이에 손가락을 위치시킨 뒤 한 눈씩 번갈아 가면서 감아보면 손가락의 위치가 계속 다르게 보일 겁니다.
뇌에서는 이런 점을 이용해 원근감을 얻긴 하지만, 왜곡이 발생하는 만큼 사물의 정확한 위치를 인식하는 부분은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눈으로 사물을 볼 때는 시신경 등 여러 신경계와 외안근 등 여러 근육의 긴밀한 상호 작용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불일치가 일어나면 사물이 2개로 보이거나 그림자가 생겨 이중으로 보이는 복시가 발생할 수 있어서 한 눈으로 볼 때보다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눈이 3개나 4개였으면 어땠을까요? 눈의 개수가 많아지면 입체감은 증가하고, 시야각은 넓어질 겁니다. 하지만 사물을 유심히 바라보기 위한 초점 심도가 떨어질 수 있는데, 잘 생각해보면 사냥이 필요한 동물들은 눈이 앞쪽에 몰려있는 경우가 많고, 도망이 필요하거나 빛이 흔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는 동물들은 눈이 양옆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냥이 필요한 동물에게 눈이 많아진다면 사물을 보는 정확도가 떨어지기에 엉뚱한 곳을 목표로 달려들 수 있고, 사냥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생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망이 필요한 동물들은 눈이 더 많아지면 생존에 유리하지 않을까요? 눈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 여러 신경계와 근육들이 긴밀하게 상호 작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눈의 개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외관에 구조적·공간적으로 변화가 필요할 것이고, 발달과 유지에 에너지 소모도 더 많아지게 됩니다. 굳이 늘릴 이유가 없는 것이고, 여러 부분을 따져봤을 때 2개가 적당합니다.
물론 3개 이상의 눈을 가진 동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곤충들은 수많은 눈이 모여 있는 겹눈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의 눈은 하나의 사물을 잘 보기 위해서 하나의 렌즈에서 광원을 받아들여 수많은 시세포와 주변 세포들의 도움으로 정밀하게 사물을 보는 것에 적합하나 겹눈은 각각의 세포에 수정체가 달린 구조입니다.
넓은 시야에서도 작은 움직임을 발견하는 데에 최적화되어 있고, 덕분에 작은 곤충들은 포식자로부터 빠르게 도망갈 수 있으며, 다른 곤충을 사냥할 때 작은 움직임에도 잘 반응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알면 흥미로운 내용으로 일부 동물은 시각 기능을 하지 않는 제3의 눈(Parietal eye)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시각 정보를 통해 사물에 대한 영상을 얻는 것이 아니라 빛을 통해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과 체온 조절을 위한 호르몬 생산을 조절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겁니다.
정리해보면 눈이 3~4개면 더 좋을 것 같아도 여러 장단점이 있고, 단점이 더 많습니다. 만약 사람의 눈이 3~4개였다면 그만큼 공간이 더 필요해지고 얼굴이 엄청나게 커졌을 겁니다.
무엇보다 넓은 시야각보다 적절한 해상도를 가지는 것이 생존에 훨씬 유리하기에 사람을 포함한 여러 척추동물은 2개의 눈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즉, 각자의 생활환경에 맞춰서 눈의 형태가 결정된 겁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안과 전문의 전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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