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가 크게 났을 때 차라리 피해자가 죽는 게 더 낫다는 괴담은 사실일까?

교통사고가 나면 사고 상황에 따라 과실 비율이 판단되는데, 도로교통법 제27조(보행자의 보호)에 따라 운전자에게는 보행자에 대한 보호 의무가 있어서 보통은 보행자에 비해 과실이 많이 잡히는 편이고, 운전자는 치료비 지원과 합의금 등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때 사고 피해자의 나이가 어리고 피해 정도가 커서 신체에 영구 장해가 예상되면 향후 수십 년 간의 치료비와 장해로 인한 소득상실분, 위자료 등을 모두 물어줘야 합니다. 그래서 인터넷에는 대형트럭 기사들 사이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차라리 밀어버려서 죽인다는 끔찍한 괴담이 퍼져있기도 합니다.

실제 그런 사정이 의심되는 교통사고들이 있기도 했고, 해당 내용을 소재로 웹툰이나 드라마 등에서 에피소드로 다루기도 해서 주제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사실일까요?

먼저 자동차 보험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자동차보험은 크게 사람이 다친 것에 대한 치료비 등을 배상하는 대인배상과 사람을 제외한 타인의 자동차 등 물건 손상에 대한 배상인 대물배상, 자기차량손해 등으로 나누어집니다.

이중 대인배상은 1, 2로 나누어지는데, 대인배상1은 최대 1억 5천만 원까지 보장되고, 이것과 대물보험 한도 2천만 원까지 보장되는 보험을 묶어서 책임보험이라고 합니다. 책임보험은 차량을 보유하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안 하면 과태료와 형사처벌을 받는 보험입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큰 범위(*무한 설정 가능)의 손해배상까지 보장하는 보험이 대인배상2와 2천만 원을 초과 시 보상하는 대물배상, 자차손해보험 등이고, 이를 합하여 종합보험이라고 하는데, 의무가입 보험은 아닙니다.

여기까지 자동차보험을 이해했다면 다시 교통사고 상황에서 보겠습니다. 운전자가 보행자를 다치게 하거나 죽게하는 경우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적용됩니다.

이 법 제4조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 전액을 보상하는 보험에 가입한 운전자, 그러니까 무한책임 대인배상2 보험에 가입한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 일반적인 교통사고라면 공소권이 없어 처벌받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데, 교통사고는 불가피하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운전자가 형사처벌 위험에 지속해서 노출되는 것은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사법 시스템에도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사고를 당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일단 가해자의 처벌보다 합리적인 보상을 빠르게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보험제도 활용이 촉진돼야 하므로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처벌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었거나(*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 면제) 사망했거나 음주나 무면허, 신호위반 등 12대 중과실에 해당하는 교통사고를 낸 경우는 예외라는 단서 조항이 있고, 형사 처벌을 받게 됩니다.

어쨌든 종합보험(*무한책임 대인배상2 보험)에 가입하면 교통사고가 크게 났을 때 상대방에게 물어줘야 할 손해배상액과 혹시 모를 형사상 책임까지 어느정도 예방할 수 있으므로 운전자에게 가입이 강력히 권고되는 보험이고, 대부분 가입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면 형사재판을 감당해야 하고, 초범임에도 실형까지 각오해야 합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심하게 다치더라도 살아있어야 형사상 책임을 피할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종합보험은 의무 가입이 아니므로 가입하지 않은 운전자도 존재합니다. 이들이 교통사고를 내면 책임보험에서 최대 1억 5천만 원까지의 대인배상 보험금이 지원되는데, 초과 피해 부분은 모두 운전자가 부담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피해자가 20대 청년이고, 신체에 영구적 기능 상실이 발생한 사고라면 정년까지 그 상실분에 해당하는 수십 년치의 손해를 보상해줘야 하므로 가해자는 추가로 수억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을 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는 당장 지급할 돈이 없어도 피해자의 보험사에서 가해자의 보험사에 구상 청구하고, 가해자의 보험사는 그 보험금을 가해자에게 구상 청구하여 추심하는데, 인생 난이도가 많이 올라갈 겁니다.

그리고 아예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라면 유족들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등 절대 적지 않은 민사손해배상액을 지급해야 합니다. 두 상황에서 금액 손실만 놓고 비교해본다면 종합보험이 없는 운전자는 위자료를 지급하는 것이 더 적은 금액을 지급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처벌의 강도가 달라집니다. 피해자가 사망하면 더 강력한 처벌을 받을 확률이 높고, 혹여나 앞서 말했던 괴담처럼 살아있는 피해자를 차로 밀어버려서 죽이기라도 하는 경우 혐의 입증 시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 살인죄로 장기간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당장에 감옥에 더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배상하는 것이 싫어서 끔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데, 감옥에 있는 일은 상상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고, 장기적으로 본인에게 더 큰 손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발생하면 보상금으로 얼마를 받는다고 해도 피해자가 제일 안타까운 일입니다.운전자는 본인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하고, 혹여나 불의의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해결할 수단을 마련해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종합보험에 가입하는 일은 피해자에게 조금이나마 안전하게 보상할 수 있는 방안이고, 운전자 자신을 보호하는 방안이기도 하니 꼭 가입하길 바랍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이철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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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가 크게 났을 때 차라리 피해자가 죽는 게 정말 더 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