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산업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에너지입니다.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전력 소비량은 약 1만kWh인데, 스마트폰 배터리 용량이 5,000mAh(=5Ah)라고 했을 때 1회 충전 시 약 0.0185kWh의 전기를 사용하므로 1만kWh는 스마트폰을 약 54만 번 정도 충전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이런 전기를 사용하고자 할 때는 콘센트에 전기 플러그를 꽂아주면 됩니다. 이때 제공되는 전압이 220V인지 110V인지에 따라서 모양에 차이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220V를 사용한다는 것 정도는 대부분 알고 있는 정보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다른 여러 국가에서도 220V에서 240V대의 전압을 사용하는데, 일부 국가는 100V에서 127V대의 비교적 낮은 전압을 사용합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120V를(*주에 따라 차이가 있음), 일본은 100V를 사용하는 것을 봤을 때 전압의 크기는 국가의 발전 정도와는 관련이 없어 보여서 주제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우리나라는 왜 220V의 전압을 사용하는 걸까요?
과거 우리나라의 표준전압은 110V였습니다. 왜냐하면, 1887년 우리나라 경복궁 내 건청궁에서 에디슨 전등회사의 전등 설비를 구매하여 최초로 사용함으로써 전기가 이 땅에 알려졌는데, 당시 미국의 표준전압이 110V여서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표준전압이 110V였을까요? 그 이유는 미국의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이 초기 전기 배전 시스템을 설계·구축할 때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그때 110V를 사용한 영향 때문입니다.
표준전압을 정해야 하는 이유는 제공되는 전압이 높으면 전자제품이 과열 또는 고장 나거나 폭발할 수 있고, 낮으면 작동이 제대로 안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표준전압은 110V였는데, 우리나라는 1960년대 중반부터 고도 성장기를 맞아 가정에서 쓰는 전기의 양이 급증했고, 정전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당시 발전소도 부족했고, 송배전으로 인한 손실이 많은 탓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발전소를 늘리면 되나 무턱대고 발전소를 늘릴 수는 없기에 정부에서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다가 1970년 220V 승압 사업을 계획했고, 1973년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합니다.
이 사업이 성공할 시 여러 장점이 있었기 때문인데, 전압을 높이면 전력(P)은 전압(V) x 전류(I)의 값과 같다는 공식에 따라서 높인 전압만큼 전류를 낮출 수 있었고, 이에 따라 같은 전선에서 더 많은 전력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전압을 높인 만큼 전압강하율도 낮아지게 되어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도 있었습니다.
덕분에 발전단가를 낮출 수 있어서 고품질의 전기를 선진국 대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고,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전자제품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외에도 전압을 높여 전력을 전송하면 같은 양의 전력을 더 멀리 효율적으로 전송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장점이 있는 사업이었습니다.
문제는 기존의 기반 시설 전부를 갈아엎어야 하므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무엇보다 국민을 설득해야 했는데, 당시 전화를 위한 통신망 구축이 전국적으로 진행되던 때라 ‘220V로 전압을 올리면 전화기를 쓸 수 있다.’, ‘220V는 전기요금이 덜 나온다.’는 식으로 여론전을 벌이기도 했고, 1979년에는 110V와 220V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양전압 방식을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또 기기 개조나 교환, 무상으로 소형 변압기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였고, 그 결과 220V 승압 사업은 무려 32년이 지난 2005년에 마무리됐습니다.
이 사업은 당시 설비 증설 없이 발전소 1기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할 정도로 매우 성공적인 사업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가정집에서도 전기용량이 큰 제품을 추가적인 배선공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점도 장점 중 하나입니다.
만약 해당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잦은 정전에, 비싼 전기요금, 대용량 전자제품 사용 시 불편함 등 여러 어려움을 겪었을 겁니다. 또 전봇대에 전기 설비 역시 지금보다 더 복잡하게 되어 보기에도 안 좋고, 유지보수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보면 승압 사업은 장점밖에 없는 것 같은데, 왜 더 높은 전압으로는 안 하는 걸까요? 그리고 미국이나 일본 등의 국가들은 왜 승압하지 않는 걸까요?
220V의 2배인 440V로 승압하면 효율성은 더 증가해도 일반인이 사용하기에 위험해지고, 기존에 사용하던 전자제품이나 콘센트, 스위치, 조명등을 모두 교체해야 하므로 공장 등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220V가 일반적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고, 미국이나 일본 등의 국가들도 220V로 승압하면 더 좋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나 국가적 인프라가 이미 많이 깔린 상황이라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고, 우리나라처럼 상황이 잘 맞아떨어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발전량을 높이는 것으로 버텼는데, 미국의 경우는 미래에 전기를 더욱 많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 전압을 올리는 식으로 진행 중입니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에서는 120V를 표준전압으로 사용하고 있고, 지속해서 천천히 올리고 있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쪽은 상황이 더 안 좋은데, 동부 지방은 50Hz, 서부 지방은 60Hz로 주파수까지 나누어져 있어 전력 주파수조차 통일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거기에 100V로 사용하기에 송배전 효율성도 크게 떨어지고, 가정에서 대용량 전자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3상을 이용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로 불편합니다.
여기까지 우리나라가 왜 220V를 사용하게 됐는지 알아봤습니다. 결국 나중에는 모든 국가가 220V로 승압해야 할 것 같은데, 이런 상황을 보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김기사의 e-쉬운 전기’의 저자 소망 김기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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