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자동차에는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이 있습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대부분 자동차의 가속 페달은 오른쪽에 있고, 브레이크 페달은 왼쪽에 있습니다. 그리고 모양도 가속 페달은 세로로 길고, 브레이크 페달은 가로로 깁니다.
이러한 내용은 일본이나 영국처럼 차량이 좌측으로 통행하는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페달의 배열과 모양이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이유가 뭘까요?
페달의 배열이 이렇게 정해진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페달의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인류 최초의 자동차에는 발로 조작하는 페달이 없었고, 바 형태의 조절기로 가속과 감속을 조작했습니다.
페달에 대한 논의는 1900년대에 들어서야 나왔는데, 차량을 정확하게 조향하고 변속하기 위해서는 양손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렇게 등장한 페달은 제조사마다 배열이 제각각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1900년대 초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중 하나인 미국 포드사의 ‘모델 T’ 차량은 아래와 같은 페달 배열을 가졌습니다. 현대와 같은 페달 배열은 1908년 독일 프로이센 왕국의 군용차로 인해 널리 퍼졌습니다.
이처럼 제조사에 따라 페달 배열이 달랐던 시대인 만큼 페달 배열 자체가 차량을 구매할 때 중요한 결정 요인이었고, 프로이센 군용차의 페달 배열을 선호하는 구매자가 많아지면서 다른 제조사에서도 해당 배열을 따라 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현재와 같은 페달 배열이 정해졌습니다.
그런데 초창기 자동차에는 페달이 3개였고, 지금은 대부분 2개입니다. 왜냐하면, 20년 전만 하더라도 변속을 위한 클러치 페달이 필요해 수동 변속기가 탑재됐기 때문인데, 이는 왼발로 조작할 수 있도록 왼편에 있었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대부분 자동차에 자동 변속기가 탑재되어 필요가 없어짐에 따라 기존 클러치가 있던 자리에는 풋 레스트(foot rest)라는 왼발을 올려둘 수 있는 공간이 탄생한 배경입니다.
다음으로 페달의 모양에 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가속 페달은 서스펜디드 페달과 오르간 페달, 오르간 스타일 페달 등 크게 세 가지 모양으로 구분됩니다. 형태는 다양해도 대체로 가속 페달은 세로로 길고, 브레이크 페달은 가로로 깁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건 클러치와 브레이크 페달, 가속 페달의 수동 변속기 시절에서 기인합니다.
수동 변속기 시절에는 속도가 늘거나 줄어들면 왼발로 클러치를 밟아서 변속을 다시 해야 했습니다. 수시로 밟아야 하는 만큼 왼발은 항상 클러치 위에 올려놔야 했고, 오른발로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조작해야 했습니다.
자동차 연구진들은 어떻게 하면 오른발 하나로 두 페달을 효율적으로 조작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이를 해결하고자 가속을 하다가도 급박한 순간에 브레이크를 빠르게 조작할 수 있도록 페달이 가로로 긴 형태가 됐습니다.
그리고 가속 페달은 브레이크 페달로 이동하는 거리를 줄이기 위해 폭을 줄여서 세로로 긴 형태가 됐고, 더불어 사용 빈도가 많은 만큼 발 모양과 비슷하게 세로로 길게 만들어주는 것이 운전자의 피로도를 줄일 수 있는 효과도 있으리라 판단했습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현재의 페달 배열과 모양이 만들어진 겁니다.
추가로 요즘 출시되는 모터가 달린 자동차인 수소차나 전기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은 하나의 페달로 가속과 감속을 모두 조절하기도 합니다. 이는 회생제동 원리를 응용한 기능인데, 회생제동은 차량이 가속을 멈출 때 모터에서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여 배터리에 저장하는 기술입니다.
모터가 달린 대부분 차량에는 회생제동의 강도를 설정하는 기능이 있고, 강도를 최대한 적용한 상태를 원페달 드라이빙이라고 부르는데, 원페달 드라이빙을 잘 활용하면 브레이크 사용을 줄여 소모품을 아낄 수 있고, 감속 중에 손실되는 에너지를 재활용하여 주행 가능한 거리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회생제동의 강도가 강하면 멈추는 속도가 빨라져서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김진호 전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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