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남자는 자기의 외모를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여자는 안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인식 경향은 우리나라에서만 관찰되는 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관찰되는 현상입니다.
이와 관련한 여러 연구 자료에 따르면 여성은 대체로 신체 자존감 점수가 남성보다 낮은 편이라 외모와 신체에 대해서 불만족과 불안을 더 쉽게 느낀다고 합니다.
물론 남자라고 자신을 무조건 좋게 평가하는 건 아닌데, 한 연구 자료를 보면 자기 얼굴과 다른 사람의 얼굴을 다양한 신체 유형의 사진에 합성해서 각각 보여줬을 때 남자든 여자든 너무 뚱뚱하거나 마른 신체 유형에 대해서는 자기 얼굴이 합성된 신체 유형을 더 나쁘게 평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잘 가꾸어진 몸에 자기 얼굴이 합성된 사진에서는 남성은 더욱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여성은 일관적으로 엄격하게 부정적인 기준을 적용해서 평가했다고 합니다. 즉, 자신의 외적 모습에 대해서 여성은 남성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편입니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이 존재하나 관련해서 흥미로운 제보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제보 내용을 보면 한 대학 강의에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무기명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질문 내용은 ‘자신의 성별이 무엇인지’, ‘이성 커플이 지나갈 때 남자와 여자 중 누구를 먼저 보는지’, ‘남성 신체와 여성 신체 중 어느 신체에 성적 매력을 느끼는지’입니다.
응답 결과를 보면 대부분 남성은 여성을 먼저 쳐다보고, 여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성은 80%가량이 여성을 먼저 쳐다본다고 응답했고, 여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도 높았다고 합니다.
남성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응답일 겁니다. 저도 그랬고, 진짜인지 궁금증이 생겨서 성인 여성 119명에게 일대일 대화를 통해 교수와 같은 설문조사를 진행해봤습니다.
놀랍게도 119명 중 94명의 여성이 이성 커플이 지나갈 때 여성을 먼저 쳐다본다고 했고, 49명은 여성의 신체에 성적 매력을 느낀다고 응답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신체 부위도 말해주었는데, 다리를 언급한 여성이 가장 많았고, 허리에서 골반의 라인과 가슴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직접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앞서 교수가 진행한 설문조사와 비슷한 수치가 나왔습니다. 이 결과를 보며 표본이 적어서 예상을 벗어난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남성을 포함하여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해봤습니다.
2차 설문조사에는 남성 1,427명과 여성 633명이 응답해주었는데, 응답 결과를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남성의 경우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으나 여성의 경우 앞선 조사의 응답 수치와 비슷한 수치가 또 나왔습니다.
왜 이런 차이를 보이는 걸까요?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볼 때 다양한 문화와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지배적인 위치에 있었고, 남성 우월주의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여성이 남성의 시선으로 판단하도록 적응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찾아보니 이 주장의 개념에 대해서는 1975년 영화 평론가 ‘로라 멀비(Laura Mulvey)’가 ‘남성적 시선(Male gaze)’이라는 용어로 처음 제시했고, 아마 교수는 해당 주장을 인용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개념을 보면 미디어와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남성 우월적인 인식이 형성됐고, 여성이 이러한 남성적 시선을 의식하며 자신을 바라본다고 주장하는 하나의 페미니즘 이론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은 이성 커플이 지나갈 때 남성의 시선으로 판단하기에 여성을 먼저 쳐다보는 것이고, 저 여성은 어떻게 남성에게 사랑받는지 생각하며, 더 나아가 여성의 신체에 성적인 매력까지 느끼게 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많은 여성이 자신의 모습에 불만족하는 경향이 있는 이유도 남성적 시선에서 바라보기 때문이고, 이러한 관점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이 페미니즘이 시작된 이유 중의 하나라고 설명한 것까지가 제가 제보받은 내용입니다.
어디까지나 일방적인 주장이므로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충분히 흥미로운 주장이라고 생각하고, 관련해서 설문조사를 진행했을 때 흥미로운 결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결과에 대해서는 일반화할 수 없으니 하나의 재미있는 사회적 현상과 그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의 하나로 봐주길 바랍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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