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할 때 왜 여보세요라고 하는 걸까?

참 질문이 많이 오는 주제 중의 하나입니다. 사실 해당 주제는 2018년도에 이미 글로 다룬 적이 있는데, 주장에 대한 근거가 많이 빈약해서 차마 영상으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근데 최근 이와 관련한 논문 자료를 찾을 수 있었고, 논문과는 별도로 서울대학교 국어학 전공 박사과정생 고동현님의 도움으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여러분에게 보여드릴 수 있게 됐습니다.

참고로 논문에서 인용할 자료가 많아서 저자 송인성님에게 따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도움 주신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인사 올립니다.

각설하고, ‘여보세요’는 전화할 때 쓰는 표현입니다. 매우 자연스러운 이 표현은 잘 생각해보면 전화할 때 말고는 쓸 일이 없는 표현입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왜 전화할 때 ‘여보세요’라고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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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언제부터 ‘여보세요’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여보’의 어원은 ‘여기를 보오’의 준말로 추정하고 있고, ‘여보’류에는 꽤 다양한 표현이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여보’류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참고해보면 위와 같고, 해당 표현들은 낯선 사람을 부를 때나 친분이 있는 사람을 부를 때, 부부간에 서로를 부를 때, 전화 중에 상대를 부를 때 등에 쓰입니다.

이들 표현은 청자대우법 화계(높임말의 단계)의 차이가 있으나 공통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을 부를 때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근데 ‘여보’류의 다양한 표현 중에서 지금도 사용하는 표현은 ‘여보세요’와 ‘여보’뿐입니다. 다른 표현들은 사실상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논문에서는 20세기 구어 자료를 참고해서 시기별 ‘여보’류의 출현 빈도를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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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한 결과를 보면 위와 같습니다. 근대에서 현대로 올수록 ‘여보세요’와 ‘여보’를 제외한 ‘여보’류 표현의 출현 빈도가 줄고 있는 것이 보이시나요?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은 1980년대에 ‘여보세요’의 출현 빈도가 갑자기 늘어났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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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시기별 ‘여보세요’의 사용 상황에 따른 출현 빈도를 분석한 표를 보면 위와 같습니다.

표를 보면 ‘여보세요’의 사용이 급증한 이유가 전화 중에 상대를 부를 때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시기는 우리나라에서 전화 보급을 막 시작하던 때입니다. 그렇다면 이 시기가 ‘여보세요’라는 표현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를 알면 주제의 의문을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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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어의 기본형태는 존댓말과 반말의 2가지 구성이나 격식체(하십시오체, 하오체, 하게체, 해라체)와 비격식체(해요체, 해체)도 존재합니다. 이중 ‘여보세요’는 ‘해요체’에 해당하고, ‘여보시오’나 ‘여보게’는 각각 ‘하오체’와 ‘하게체’에 해당합니다.

‘하오체’와 ‘하게체’는 구식의 느낌이 가득한데, 현대에서는 사실상 잘 사용하지 않기에 시대물에서나 볼 수 있는 표현입니다. 근데 1980년대 전화라는 신문물이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에 구식의 느낌이 가득한 언어 표현을 사용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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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대우법에서 ‘해요체’의 사용이 일상적인 표현으로 확산하는 시기였기에 조금 더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는 ‘해요체’를 사용했을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전화 상황에 사용하는 표현으로 특정됐을 겁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여보세요’였을까요? 지금은 전화가 누구에게서 오는지 쉽게 알 수 있지만, 그때는 아니었습니다. 전화 교환수나 전화 상대 등이 누구인지 모르기에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추고 사람을 부를 수 있는 표현인 ‘여보세요’의 사용이 가장 적절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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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방증하듯 전화가 누구에게서 오는지 알 수 있는 기술이 도입된 이후에는 ‘뭐해?’, ‘왜?’, ‘어디야?’ 등으로 ‘여보세요’를 대신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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