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자체를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저도 처음에는 장난으로 한 질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같은 내용의 질문이 수차례 왔습니다. 커피와 대변이 무슨 관련이 있길래 커피를 마셨을 때 대변이 마렵다는 사람이 많은 걸까요?
놀랍게도 커피를 마셨을 때 대변이 마려운 이유에 관해서 연구한 논문 자료가 꽤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논문의 결론이 커피를 마셨을 때 실제 변의(대소변이 마려운 느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주제의 상황은 실제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뭘까요? 이와 관련해서는 소화기 및 간장학 분야의 학술지인 구트(Gut)지에서 1990년도에 발표한 논문자료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해당 논문에서는 17~27세의 건강한 실험 참가자 약 100명 미만을 대상으로 소규모 실험을 진행합니다.
실험 방법은 간단합니다. 커피를 마시고 변의을 느끼는지 확인하는 거로 실험 참가자의 29%가 변의을 느낀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러니까 10명 중 3명은 주제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고, 나머지는 경험하지 못하므로 공감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커피의 성분을 말해보라고 하면 대부분 카페인(Caffeine)을 말합니다. 해당 내용도 논문에 나와 있는데, 14명의 실험 참가자에게 45℃ 온도의 커피와 디카페인 커피, 물 200mL를 오전 11시에 마시도록 합니다.
만약 카페인이 원인이라면 디카페인 커피를 마셨을 때 반응이 없어야 합니다. 결과를 보면 약간의 차이는 있었으나 커피를 마셨을 때 뜨거운 물보다 60%, 디카페인 커피보다 23% 더 변의을 느꼈다고 합니다.
즉,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도 변의을 느낍니다. 변의을 느끼는 증상은 커피를 마신 뒤 4분 안에 나타났고, 30분간 지속됐습니다.
워낙 커피에는 다양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명확한 원인 성분을 찾지는 못했으나 가스트린(Gastrin) 호르몬과 콜레시스토키닌(Cholecystokinin) 호르몬을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가스트린 호르몬은 위의 말단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으로 위와 소장, 대장 등의 움직임을 촉진합니다.
가스트린의 분비가 촉진되면 소화가 활발해지고, 변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커피를 마셨을 때 가스트린 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됐다는 여러 연구자료(1, 2)가 있으므로 거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집니다.
마찬가지로 소장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인 콜레시스토키닌 호르몬은 지방 및 단백질의 소화를 자극하여변의을 느낄 수 있게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5년 미국 화학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에서는 위의 내용에 추가로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도 변의을 느끼게 하는 원인 성분으로 지목했는데, 클로로겐산은 커피 속에 다량 포함된 폴리페놀 화합물의 일종입니다.
해당 성분은 위산의 농도와 생성량을 높이므로 마찬가지로 소화과정을 빠르게 일어나도록 하여 변의을 느끼도록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 커피나 디카페인 커피나 모두 클로로겐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으므로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도 마찬가지로 변의를 느끼는 이유에 관해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식후 커피를 마시는 행동이 소화를 돕는다고 이해하면 안 됩니다. 소화를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필요한데, 커피를 마셨을 때 위장에 있는 음식물이 바로 소장으로 넘어가는 경우 음식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아 위장 자극과 염증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만약 커피를 마셨을 때 이런 반응이 자주 관찰된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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