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먼저 핵무기는 만들고 싶다고 해서 만들 수 없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서 핵확산금지조약(Non-Proliferation Treaty, NPT)과 개별 국가 간 체결된 원자력 협정 등 국제 협약에 의해 핵무기 개발이 강력하게 제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이를 어기고 핵무기 개발을 시도한다면 국제 사회의 제재와 외교적 고립을 피할 수 없고, 국가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유엔(UN)에 따르면 핵확산금지조약 가입국은 191개국인데,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만이 공식적으로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반면 인도, 북한, 파키스탄, 이스라엘, 남수단은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고, 이 중 일부는 핵무기를 개발한 상태입니다.

보다시피 누구는 핵무기를 보유했고, 누구는 보유하지 않았기에 국제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핵무기 개발을 제한하던 제약들이 사라진다면 각국은 핵무기 개발 경쟁에 몰두하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핵무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핵폭탄은 크게 핵분열 폭탄(Fission Bomb)과 핵융합 폭탄(Fusion Bomb)이 있는데, 두가지 방식 모두 핵반응 중 소실되는 질량이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을 활용한 원리입니다.

핵융합 폭탄은 중수소 또는 삼중수소를 사용해 수소 폭탄이라고도 하며, 강력한 폭발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핵융합 폭탄도 초기 폭발을 위해 핵분열 폭탄을 기폭제로 사용해야 하므로 이번 영상에서는 기본적인 핵분열 폭탄에 집중해 설명하겠습니다.

핵분열 폭탄은 우라늄-235 또는 플루토늄-239 등 중성자를 흡수해 상대적으로 쉽게 핵분열이 가능한 원소들을 이용합니다.

먼저 우라늄 폭탄을 만들려면 우라늄-235를 충분히 모아줘야 합니다. 하지만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우라늄은 99.28%가 우라늄-238이고, 나머지 0.72%가 우라늄-235입니다. 무엇보다 0.72%의 우라늄-235를 전부 추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라늄-235를 어떻게 모아야 할까요? 일단 두 우라늄은 동위원소라서 화학적 성질과 용해도, 외형 등은 동일합니다. 따라서 화학적인 방법으로는 정제할 수 없으나 질량 차이가 있어서 이를 이용하면 됩니다.

그런데 우라늄은 금속 원소라서 고체 상태에서는 분리가 어렵고, 녹는점도 1,132℃로 매우 높아 다루기 쉬운 형태로 변환해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자연에서 발견되는 우라늄에 불산, 불소 등을 이용한 화학 반응과 물리적 공정을 거쳐서 순수한 기체 상태의 육불화우라늄을 얻어줍니다.

그리고 이 기체를 원심분리기에 넣고 초고속(분당 5~10만 회)으로 회전시키면 질량이 약간 더 무거운 육불화우라늄-238은 바깥쪽으로 밀려나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육불화우라늄-235는 중심부에 남게 됩니다.

이때 한 번의 원심분리만으로는 충분한 농축이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중심부에 있는 육불화우라늄을 모아 다시 여러 차례 원심분리 과정을 거칩니다.

이후 나트륨, 마그네슘, 칼슘 등의 금속 또는 수소 기체와 같은 환원제를 이용한 화학 반응을 통해 기체 상태의 육불화우라늄을 금속 우라늄으로 변환합니다. 이를 잘 모아주면 무기급 핵물질이 되어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고농축 우라늄은 농축을 여러 번 수행해야 하고, 농축할 때마다 분리효율이 낮아지므로 핵발전을 위한 저농도(3~5%)보다 훨씬 만들기 어려워 시간과 시설에 대한 투자가 수 배에서 수십 배 이상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플루토늄은 핵발전의 부산물에서 얻을 수 있는데, 사용후핵연료에 플루토늄이 소량 존재해 물리적·화학적 과정을 거쳐 추출해 얻습니다. 대표적인 공정으로는 용매 추출 방식을 기반으로 하는 퓨렉스(Plutonium – URanium EXtraction, PUREX) 공정이 있습니다.

대략적인 공정을 설명해보면 먼저 사용후핵연료를 충분히 식혀준 뒤 이를 잘게 부수고 질산에 녹입니다. 이후 TBP(트리부틸포스페이트)라는 추출제가 포함된 유기용매를 부어주면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기름층으로 이동하는데, 이를 추출해줍니다.

그다음 수용액(묽은 질산)에 환원제를 녹여 넣어주면 플루토늄이 우라늄보다 먼저 환원되어 플루토늄(IV) 질산염(Pu(NO₃)₄)에서 플루토늄(III) 질산염(Pu(NO₃)₃)으로 변합니다. TBP와 분리된 플루토늄은 수용액에 잘 녹으므로 우라늄으로부터 분리하여 추출할 수 있게 됩니다.

이후 추출한 수용액에 질산을 넣어 불순물을 제거해주고, 남은 플루토늄 질산염을 전기적 또는 화학적인 방법으로 환원해주면 고체의 금속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정제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모아주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분열성 물질로 활용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고농축시켰을 때 평소에는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한 순간에만 모든 에너지를 내뿜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핵물질은 자연 상태에서도 천천히 핵분열하지만, 일정량 이상 모이면 스스로 더 빠르게 연쇄적으로 분열하기 시작합니다. 이 지점을 임계질량(Critical mass)이라고 하며, 핵폭탄을 만들려면 임계질량을 초과하도록 순간적으로 압축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사용하는 기술이 폭축렌즈(Implosion Lens)입니다. 렌즈가 빛을 한 지점에 모으듯이 폭축렌즈는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폭발을 일으켜 충격파를 중심부로 집중시키고, 이 압력으로 핵물질이 순간적으로 압축되면서 밀도가 높아지게 하여 임계질량을 초과하게 만듭니다. 그러면 핵분열 반응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핵폭탄의 제조 및 폭발 원리까지 알아봤는데,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핵폭탄이 너무 크면 미사일이나 폭격기에 실을 수 없어 실전 배치가 어렵고, 다탄두 각개 목표 재돌입 미사일(MIRV)에 적용하기도 어려워 여러 목표물을 동시에 타격하는 것도 힘듭니다. 또한, 생존성과 기동성을 높여 전술적으로 다양하게 활용하려면 소형화가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더 적은 양의 폭약으로 충격파를 모을 수 있는 기술과 더 높은 농도의 핵물질, 핵분열을 일으키는 고속 중성자의 손실을 줄여줄 수 있는 중성자 반사체 등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끝으로 핵폭탄을 목표 지점에 전달할 수 있는 발사체 기술도 필요한데, 직접 투하하는 방법은 조종사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고, 비교적 느립니다.

그래서 오늘날 대부분의 핵무기는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ALCM(공중발사 순항미사일)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핵폭탄을 운반할 수 있도록 발전했습니다. 물론 사용의 목적보다 전략적 억제 수단으로 운용되고 있긴 합니다.

정리해보면 핵폭탄을 만들기 위해선 핵연료 확보 및 농축 기술과 핵분열을 효과적으로 일으키기 위한 내폭 기술, 핵탄두 소형화 기술, 핵탄두 운반 기술 등이 필요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캘리포니아 대학교 – 산타바바라 캠퍼스 화학공학 최규환 박사과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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