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는 다양한 동물이 살고 있습니다. 동물은 먹는 먹이에 따라 육식·초식·잡식으로 나누는데, 사람은 대표적인 잡식 동물입니다. 만약 사람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한쪽은 고기 위주로, 다른 한쪽은 풀 위주로 먹인다면 고기 위주로 먹는 쪽의 몸집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자연을 보면 몸집이 작은 초식동물도 많이 있긴 하나 코끼리, 기린, 소, 하마, 코뿔소 등 육식동물보다 훨씬 몸집이 큰 초식동물도 많습니다. 여기서 주제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어떻게 풀만 먹으면서 몸집이 큰 걸까요?

주제의 궁금증을 해결하려면 큰 몸집이 무엇으로 만들어지고,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몸집은 결국 몸을 구성하는 재료와 그 재료를 합성하고 유지하는 에너지에 달려 있기 때문인데, 여기서 재료의 핵심은 단백질과 아미노산이고, 에너지의 핵심은 어디서 어떤 형태로 확보하느냐입니다.
근육은 단백질과 물로 이루어져 있고, 단백질은 여러 개의 아미노산이 연결되어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큰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미노산과 이를 연결하는 에너지가 중요합니다.

포유류는 20종의 아미노산을 모두 활용해서 단백질을 합성하는데, 이 중 9개는 외부로부터 섭취해서 얻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입니다.

육식동물이든 초식동물이든 필수 아미노산을 어떻게든 얻어야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몸을 구성하고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함유한 단백질을 완전 단백질이라고 하며, 필수 아미노산 중 1개 이상이 부족한 단백질을 불완전 단백질이라고 합니다.

완전 단백질에는 육류, 생선, 달걀, 우유와 같은 음식들이 대표적이고, 보면 대부분 동물성 단백질입니다.

물론 콩, 곡류, 견과류와 같은 식물에도 단백질이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식물성 단백질은 필수 아미노산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 필수 아미노산을 얻기 위해서는 더 다양하고 많은 양을 섭취해야만 합니다.
정리해 보면 육식과 초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큰 몸집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 아미노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재료인 아미노산을 잘 준비했으면 이를 이용해 단백질로 합성할 수 있어야 하고,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도 필요합니다. 에너지가 부족하면 몸은 단백질을 합성하기보다 그 단백질을 분해해서 에너지원으로 쓸 것이기 때문입니다.

초식동물이라고 해도 식물의 주성분인 섬유질(셀룰로스)을 직접 소화하지는 못합니다. 대신 장내 미생물을 통해 섬유질을 발효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휘발성 지방산(Volatile Fatty Acids, VFA)을 흡수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소는 반추위(제1위)에서, 말과 코끼리는 맹장과 대장 등이 해당하는 후장에서 이러한 발효가 일어납니다. 휘발성 지방산을 흡수하면 간을 거쳐 에너지원으로 직접 사용되거나 간에서 탄수화물이 아닌 물질로 포도당을 만드는 대사 경로를 통해 일부는 포도당으로 전환되어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에너지원을 충분히 공급받으면 단백질 합성에 유리합니다. 또한, 에너지가 부족하면 단백질이 에너지로 사용되기 위해 분해되는데, 에너지원이 충분히 공급되면 단백질이 분해되는 일도 막을 수 있습니다.
보다 시피 소와 말, 코끼리는 식물을 통해 아미노산을 얻고, 필요한 에너지도 만들어냅니다. 충분한 에너지 및 아미노산을 얻어내기 위해 하루에 섭취하는 양이 어마어마하며, 아래와 같습니다.

특히 소는 몸속에 거대한 미생물 양식장을 갖추고 있습니다. 총 4개의 위 중에서 제1위인 반추위(Rumen)에 대량의 미생물이 살고, 이 미생물들이 소가 섭취한 풀을 발효시키며, 그 영양분을 이용해 스스로 복제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 미생물 자체가 훌륭한 고단백질 덩어리라는 겁니다.
제1위에서 발효된 음식물들과 이 미생물들이 제4위와 소장을 거치며 소화되어 아미노산 형태로 흡수되는데, 소는 이렇게 풀을 먹고 미생물을 키워 소화하여 단백질을 확보합니다.

그런데 앞서 말과 코끼리는 후장에서 발효가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위장을 다 지나친 다음에 발효가 되므로 미생물을 이용한 효율적인 단백질 회수가 어렵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소화율이 낮더라도 훨씬 더 많이 먹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에너지를 뽑아내 필요한 절대량을 채우는 전략을 취합니다.

여기까지 몸을 구성하는 성분과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몸집이 큰 것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먼저 덩치가 클수록 오히려 kg당 유지비가 저렴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클레이버의 법칙(Kleiber’s law)으로 알려진 관계에 따르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인 기초대사율(basal metabolic rate, BMR)은 체중의 0.75 제곱에 비례한다고 합니다. 이해하기 쉽게 몸무게가 10배 늘어나면 에너지 요구량은 약 5.6배 정도만 증가하는 겁니다.

또한, 몸집이 커질수록 표면적 대비 부피의 비율이 낮아지므로 열 손실이 적어 포유류와 같은 항온 동물의 체온 유지에 더욱 유리해지게 됩니다. 즉, 몸이 클수록 체중 1kg당 필요한 에너지가 줄어들어 유지에 효율적입니다. 이는 풀과 같은 열량의 밀도가 낮은 먹이를 먹는 동물에게 유리한 전략이 됩니다.
두 번째로 몸이 크면 장(소화관)도 크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초식동물은 발효 시스템에 의존하여 에너지를 얻는다고 했는데, 몸이 크면 소화관의 내부 공간을 넓게 유지할 수 있고, 그만큼 발효 공간이 넓어집니다.

또한, 풀의 체류 시간이 늘어나 발효시키는 데 넉넉한 시간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소와 같은 반추 동물에서는 반추위가 클수록 섬유소 분해 효율이 올라가므로 넓은 발효 공간과 긴 체류 시간을 활용하여 더 많은 에너지(VFA)를 뽑아내는 데 유리해집니다.

무엇보다 풀은 분포가 넓고 도망가지 않아 사냥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적 확보가 가능하기에 많이 먹고 오래 처리하는 전략이 초식동물에게는 유리한 전략입니다. 이렇게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음식을 통해 에너지 및 단백질 섭취 전략은 다르게 진화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초식동물들은 치아 구조와 장 길이, 미생물 군집, 에너지 대사 경로가 모두 식물 섭취에 특화되어 진화해 왔습니다.

반면 사람은 소처럼 반추하지도, 말과 코끼리처럼 효율적으로 후장 발효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단백질을 고기와 채소에서 골고루 섭취하는 방향의 전략을 택했습니다. 채식 기반 식단을 하더라도 충분하고 다양한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면 모든 아미노산을 얻을 수 있으며, 근육 합성 및 유지가 가능합니다.
정리하자면 소, 말, 코끼리와 같은 거대한 초식동물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식물에도 아미노산이 존재하고, 충분한 양을 섭취하며, 미생물 양식장이나 후장 발효 같은 독특한 에너지 섭취 전략으로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또 거대한 몸을 유지하는 게 발효에 더 효율적이므로 초식동물임에도 몸집이 큰 겁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수의사 신동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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