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생명체가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알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물고기도 고통을 느낄 수 있을까요? 이런 의문을 가지는 이유는 물고기를 잡는 방식에서 비롯됩니다.
물고기를 잡는 방식 중에 낚시가 있습니다. 낚시는 낚싯바늘에 미끼를 걸어놓고, 물고기가 미끼를 물면 낚싯바늘에 입이 꿰어지면서 잡는 방식입니다. 바늘이 입에 꿰어진다니.. 사람이었다면 비명을 지르거나 매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을 겁니다.
그런데 물고기는 낚시바늘이 입에 꿰어져도 비명을 지르지 않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지도 않습니다. 몸을 파닥이는 행동이 유일한데, 이 행동이 고통스러워서 하는 행동인지 반사적으로 하는 행동인지 구별할 수 없었기에 주제에 대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수세기 동안 물고기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주장이 정설로 통했습니다. 사람은 통증을 감지할 수 있는 통각수용기가 존재하고, 통증 정보를 전달해주는 신경섬유인 C섬유와 Aδ섬유가 있습니다. 이 섬유가 물고기는 거의 없었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인식할 대뇌 신피질(neocortex)이 없었기에 통증을 느낄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는 뇌의 다른 부분을 통해 물고기도 통증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2000년대에 들어서 물고기도 통증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연구자료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잘 알려진 실험은 벌침의 독액과 아세트산(산성 용액)을 무지개송어(Oncorhynchus mykiss)의 입술에 바르자 수조의 벽면과 바닥 등에 입술을 비비는 행동을 보였다는 내용의 실험인데, 이 행동이 포유류가 통증을 느낄 때 완화하기 위해 하는 행동과 비슷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외에도 2009년에 금붕어를 이용해 진행한 실험이 있습니다. 실험 방법을 보면 한쪽 집단(실험군)에는 진통제(모르핀)를 투여하고, 한쪽 집단(대조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물의 온도를 38℃까지 천천히 올립니다. 그리고 물의 온도를 낮춘 다음에 금붕어의 행동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실험 결과를 보면 진통제를 투여한 집단에서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진통제를 투여하지 않은 집단에서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를 근거로 물고기도 통증을 느낀다고 주장했는데, 해당 연구는 설계가 빈약하고, 해석상의 오류가 있다는 의견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습니다.
이처럼 물고기가 통증을 느끼는지의 여부에 관해서는 명확한 결론 없이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만약 물고기도 통증을 느낄 수 있다는 게 확실하다면 많은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스위스 정부에서는 2018년 3월부터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살아있는 바닷가재나 새우 등 십각목에 해당하는 갑각류는 산 채로 조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갑각류가 통증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고, 이와 관련한 근거는 2013년 실험생물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게재된 논문입니다.
내용을 보면 게의 다리에 전선을 연결하고, 게가 숨을 동굴 2개(A, B)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A 동굴에 들어갈 때마다 전기자극을 반복해서 줬더니 게가 A동굴을 피해 B 동굴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또한, 일부 게는 자신의 다리를 자르고 도망가기도 했습니다.
이런 반응을 근거로 동물보호단체 운동가와 과학자들은 갑각류가 고통을 느낀다고 주장했고, 스위스 정부에서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만약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는 게 입증되면 동물보호법이 개정될 수도 있을 겁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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