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칼에 찔리면 입에서 피를 토할까?

드라마나 영화 등을 보면 칼을 이용해 사람을 찌르는 장면이 종종 나옵니다. 칼에 찔린 상대는 순간 멈칫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상처 부위에 손을 가까이 가져갑니다. 그리고 갑자기 입에서 피를 왈칵 토해내면서 아주 천천히 쓰러집니다.

일상에서 사람이 칼에 찔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고, 대부분 연출이 이러하므로 많은 사람이 칼에 찔리면 입에서 피를 토하는 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복부나 등에 칼을 찔렸는데, 왜 입에서 피를 토해내는 걸까요?

생각해볼 수 있는 메커니즘은 칼에 찔려서 내부 출혈이 발생했고, 피가 역류하면서 나왔다는 겁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이라면 복부나 등에 칼을 찔렸다고 왈칵 피를 토해내지는 않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칼에 찔린 다음에 피를 토해내는 장면을 넣은 것이고, 실제 칼에 찔렸을 때 입에서 피를 토해내는 상황이 나오려면 위장이나 식도 등 소화기 계열에 문제가 생겼거나 폐 등의 호흡기 계열에 문제가 생겨야 합니다.

칼에 찔리면

그러니까 신체 내부의 기관에서 출혈이 발생해 내장 속에 피가 고이고, 소화계를 따라 피가 이동하면서 이물질을 뱉어내려는 구토 반사가 일어나 입으로 피를 토해낼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상태라면 매우 심각한 수준의 장기 손상이 발생했을 겁니다.

또한, 폐 등에 피가 고였을 때도 기침 반사가 일어나 피를 토해낼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냈을 때 심폐소생술을 하면 물을 토해내면서 깨어나는데, 토해내는 물은 폐에서 나온 것으로 물 대신 피가 고였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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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정도로 피가 고이기 전에 이미 사망했을 확률이 매우 높으므로 실제로 칼에 찔렸을 때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입에서 피를 왈칵 토해내는 상황은 사실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살면서 칼 등의 흉기에 찔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사람이 몸에 박힌 흉기를 즉시 제거하려고 시도할 텐데, 이때는 찔린 채로 병원에 가야 합니다. 장기든 혈관이든 흉기에 직접 찔린 상황이라면 오히려 흉기가 근육과 함께 지혈해주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몸에 박힌 흉기를 강제로 제거하려고 하면 상처 부위가 벌어지거나 파편이 남을 수 있고, 과다 출혈이 발생해 쇼크로 사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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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주제의 의문은 해결했고, 추가로 의학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장면 중에 기흉이 발생한 환자에게 볼펜 등을 이용해 관을 꽂는 장면이 있습니다. 실제로도 이렇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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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환자가 숨을 아예 못 쉬는 상황이라면 죽을 수 있으므로 볼펜 등을 이용해 관을 꽂는 선택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소독이 제대로 안 됐기에 폐 안에 감염이 생겨서 패혈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당장에 죽는 것보다 감염된 이후 처치 받는 것이 나을 겁니다.

그리고 심전도 기계도 정말 많이 나오는데, 심전도 그래프가 일직선으로 되는 순간 제세동기를 이용해 전기충격을 주는 연출을 많이 봤을 겁니다. 실제로는 대부분 측정 기계가 떨어져서 그러는 경우가 많기에 심전도 기계가 환자에게 제대로 부착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이고, 동시에 환자 경동맥을 통해 맥박을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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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전도 기계가 제대로 부착되어 있고, 맥박이 없는 상황이라면 심정지(asystole) 상태로 진단됩니다. 이때는 제세동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심폐소생술(CPR)을 진행해야 합니다

드라마나 영화는 의학자문을 받은 다음에 연출하나 세세한 부분까지 자문받기는 어려워서 자잘하게 놓치는 부분이 많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마취과 의사 없이 대수술을 한다거나 엑스레이 사진을 거꾸로 보면서 환자에게 설명하거나 등으로 드라마나 영화는 재미로만 봐야 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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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 찔리면 정말 입에서 피를 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