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제비(Stone skipping)는 둥글고, 얄팍한 돌을 강하게 던져서 물 위로 튕기는 놀이를 말합니다. 근데 어떻게 돌이 물 위에서 튕기는 걸까요? 사실 물수제비와 관련한 연구는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는데,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프랑스의 물리학자 리데릭 보퀘트(Lydéric Bocquet)가 과학저널 ‘미국 물리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physics)에 게재한 논문 자료부터 보겠습니다. 보퀘트 교수는 돌이 날아가는 속도와 몇 번 회전했는지를 알면 돌이 물 위에서 몇 번을 튕길 수 있는지 계산할 수 있는 방정식을 구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돌이 날아가는 속도와 회전력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는데, 보퀘트 교수는 이 연구에서 멈추지 않고, 크리스토프 클라넷(Christophe Clanet) 박사와 물수제비에 관한 공동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알루미늄 원반을 지름 2m의 연못에 자동으로 발사하는 장치를 만들고, 고속 비디오카메라로 원반이 수면에 부딪히는 순간을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반복 실험을 통해 둥글고, 납작하고, 지름이 5cm인 돌이 초속 2.5m 이상의 속도로 수면과 20˚의 각도를 유지할 때 물 위에서 가장 잘 튕긴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추가로 20˚보다 작은 각도에서는 돌이 수면과 너무 많이 접촉해서 운동 에너지가 감소해 잘 튕기지 않았고, 20˚보다 큰 각도에서는 돌이 튕기는 각도가 점점 커지면서 물에 가라앉았고, 45˚보다 큰 각도에서는 물속에 바로 잠겼다는 결과도 얻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2004년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을 게재했습니다. 근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고체는 분자 간의 결합이 단단하고, 액체는 분자 간의 결합이 고체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느슨합니다. 따라서 고체(돌)와 액체(물)가 충돌하면 고체가 액체를 파고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근데 돌을 비스듬히 던지면 순간적으로 물과 접촉하는 표면적이 넓어지고, 충돌면에 한해서 액체 분자가 고체 분자보다 결합력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돌이 물속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튕기는 현상을 보입니다. 그리고 돌을 회전시키면 돌의 평평한 면이 안정적으로 수평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계속 튕길 수 있는 겁니다.
여기까지 주제에 관한 의문을 해결했는데, 단순 놀이를 왜 이렇게까지 분석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사실 물수제비 현상은 과학적으로 아주 중요한 의의가 있습니다.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면 우주선이 지구로 진입하고자 할 때 적절한 각도로 진입하지 않으면 밀도 차이로 인해 물수제비 현상이 일어나면서 튕겨 나갑니다. 물수제비 현상을 이해해야 이러한 문제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전쟁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실제 1943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에서 독일의 군수공장 전력을 차단하기 위해 수력 발전용 댐을 폭파하고자 할 때 물수제비 현상을 이용했습니다. 그냥 폭탄을 투하해서 폭파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높은 곳에서 폭탄을 투하하면 정확도가 떨어지고, 저공비행으로 접근해서 폭파시키기에는 반대로 공격을 받을 수 있었기에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폭탄으로 물수제비를 시도한 것이고, 방법을 보면 길이 1.5m, 지름 1.2m의 원기둥 모양을 한 특수 폭탄을 고도 18m, 댐 정면 800m에서 투하합니다. 이때 그냥 투하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모터를 이용해 투하 직전 분당 500회의 속도로 폭탄에 역회전을 줬습니다.
투하 중인 폭탄은 공기저항 때문에 위쪽과 아래쪽 회전 속도의 차이가 생기고, 압력 차이가 양력을 만들어 냅니다. 양력은 폭탄을 물 위에서 튕길 수 있게 하는 물수제비 현상을 유도할 수 있었고, 폭탄은 물 위에서 네 번 튕긴 다음에 댐 앞에서 가라앉은 뒤 수압에 따른 자동 기폭 장치에 의해 폭발했습니다. 물수제비 현상은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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