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요거트 뚜껑에는 왜 요거트가 안 묻어 있을까?

유산균을 이용해 우유를 발효시켜 만든 음식을 요거트 또는 요구르트라고 합니다. 직접 만들어서 먹기도 하나 대부분은 완제품 상태로 판매되는 제품을 먹는 편입니다.

완제품으로 판매되는 제품의 형태는 다양해도 플라스틱 용기에 요구르트가 담겨 있고, 비닐 포장지가 부착되어 뚜껑 역할을 하는 틀에서 웬만하면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요구르트를 먹기 위해 비닐 뚜껑을 떼어 냈을 때 뚜껑에 요구르트가 묻어 있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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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뚜껑은 평평해서 숟가락을 이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으므로 많은 사람이 뚜껑에 묻은 요구르트를 혀로 핥아 먹는데, 요구르트를 먹을 때 나름의 재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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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제부턴가 요구르트 제품의 비닐 뚜껑에 요구르트가 묻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요즘 요구르트 제품의 뚜껑에는 왜 요구르트가 안 묻어 있는 걸까요?

결론을 말해보면 ‘발수 리드’라는 특수코팅기법이 적용됐기 때문입니다. 발수(撥水)는 표면에 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 성질의 뜻을 지닌 단어이고, 리드(Lid)는 뚜껑의 뜻을 지닌 영어 단어입니다. 단어 뜻만 알면 발수 리드의 목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원리에 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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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수성(親水性, hydrophilic)과 소수성(疏水性, hydrophobic)이라고 들어봤을 겁니다. 친수성은 물과 친화성이 있는 성질을 의미하고, 소수성은 친수성에 반대되는 성질을 의미합니다.

발수성(撥水性)은 소수성에 유사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친수성과 발수성의 구분은 물방울의 표면과 바닥면이 이루는 각도인 접촉각(contact angle)을 이용해서 합니다.

바닥면이 물과 친화성이 있다면 물방울은 넓게 퍼질 것이므로 접촉각은 작아질 것이고, 친화성이 없다면 물방울은 표면장력(액체의 표면이 스스로 수축하여 되도록 작은 면적을 취하려는 힘)에 의해 구 모양을 만들 것이므로 접촉각은 커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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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로 보면 90도 이하는 친수성, 90도 이상은 발수성, 150도 이상은 발수성이 아주 강하다고 해서 초발수성이라고 합니다. 발수성인 표면에서 물방울은 구 모양에 가까워서 바닥면을 조금만 기울여도 쉽게 굴릴 수 있고, 이러한 성질을 뚜껑에 적용해 요구르트가 묻어도 쉽게 떨어지게끔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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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발수성을 지니게 할 수 있을까요? 그 비밀은 뚜껑을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보면 알 수 있는데, 미세한 돌기들이 빽빽이 정렬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돌기들 사이에 갇힌 공기층이 물방울을 밀어내는 역할을 하여 요구르트와 바닥면의 접촉각을 90~100도 정도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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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요구르트는 뚜껑에 묻질 않는 것이고, 억지로 묻혀 보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기법은 사실 자연계에서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연잎이 있는데, 연잎에 물방울이 동그랗게 맺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연잎을 확대해서 보면 표면에 매우 미세한 돌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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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효과가 있는 타로 잎 사진입니다.

그리고 곤충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막에 사는 나미브사막딱정벌레(Onymacris unguicularis)는 물이 부족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마실 물을 만드는데, 뿌연 안개가 낀 이름 아침에 물구나무를 서듯이 머리를 아래로 향하게 자세를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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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바람에 흩날리는 미세한 물방울이 발수성을 띠는 등껍데기와 충돌하면서 동그랗게 맺히고, 어느 정도 쌓이면 중력에 의해 아래로 흘러내립니다. 몸을 앞으로 기울인 덕분에 물방울은 앞으로 흘러내리므로 바로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이같은 딱정벌레의 생존 원리를 활용한 제품도 개발 중입니다.

발수 코팅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로도 되어 있어서 옷이나 신발 등에 뿌려 원하는 제품에 발수 기술을 적용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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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이나 금속에 발수 코팅하면 비가 올 때 먼지가 자동으로 씻겨 내려갈 것이므로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고, 자동차에 와이퍼도 없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이 자연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매우 놀랍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투고 : ‘커피 얼룩의 비밀’의 저자 송현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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