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 커버 안에 벌레의 사체가 쌓여 있는 집이 많을 겁니다. 상당히 불쾌하나 치우기 귀찮아서 한참을 미루고 미루다가 전등을 교체할 때쯤 겸사겸사 치우곤 합니다. 근데 벌레의 사체가 왜 전등 커버 안에 쌓여 있는 걸까요?
경험을 통해서 벌레가 밝은 빛에 달려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벌레가 전등 주변을 계속 맴돌다가 우연히 전등 커버의 틈새로 들어가서 죽었다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는데, 많은 사람이 이 모습을 보면서 벌레가 밝은 빛을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일부 벌레는 빛이 비치는 것에 따라 운동하는 방향이 정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주광성이라고 하고, 빛을 향해 나아가는 성질을 양의 주광성, 빛이 없는 곳으로 나아가는 성질을 음의 주광성이라고 합니다. 주제의 의문과 관련한 내용은 양의 주광성인데, 왜 일부 벌레는 이런 성질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대부분 곤충은 2개의 겹눈과 3개의 홑눈이 있습니다. 곤충의 눈을 확대해서 보면 벌집처럼 되어 있고, 무늬 하나하나가 사물을 보고 있어서 시야각이 매우 넓습니다. 날아다니면서 움직이는 물체를 잘 볼 수 있게 해주는 생존에 적합한 눈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눈 구조의 단점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으로 곤충 중 비교적 시각이 발달한 축에 속하는 꿀벌도 사람 시력의 1/60~1/80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빛에 민감하게 반응해 이동하는 방향을 결정하는 식으로 환경에 적응했습니다.
참고로 곤충은 눈꺼풀이 없으므로 강한 빛이 내리쬘 때도 눈을 감을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한 적응으로 낮에는 명적응 상태가 되어 밝은 빛을 차단하고, 밤에는 암적응 상태가 되어 약한 빛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자연에서 빛이라고 하면 햇빛이나 달빛이 일반적입니다. 해나 달은 지구로부터 매우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햇빛이나 달빛은 지구 어디에서나 거의 평행하게 내려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벌레는 평행한 빛을 표준점으로 일정한 각도(80도)를 유지하면서 비행할 수 있는데, 전등에서 나오는 빛은 새로운 광원의 출현입니다.
전등에서 나오는 빛과는 거리가 가깝다 보니 빛이 평행하게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방사형으로 규칙성 없이 내려옵니다. 그래서 빛을 이용해서 날아가는 곤충은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면서 날 수 없게 되고, 두 눈이 균등한 자극을 받기 위해 계속 나선형을 그리면서 광원에 접근하는 광나침운동(light compass movement)을 합니다.
즉, 벌레가 빛을 보면 달려드는 이유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인공조명으로 인해 비행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고, 이에 대한 대응책이 없으므로 빛을 내뿜는 뜨거운 전등 주변을 맴도는 겁니다. 이렇게 전등 주변을 맴돌다가 전등 커버의 틈새로 들어가고, 그 안에서 죽음을 맞이하여 전등 커버 안에 쌓입니다.
참고로 벌레가 모든 빛에 달려드는 것은 아닙니다. LED 조명에는 벌레가 잘 꾀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 벌레가 좋아하는 자외선을 방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특성을 활용해 캠프용 조명등에 LED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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