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월 1회 이상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1,340만 명이고, 매일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330만 명이라고 합니다(만 12세 이상에서 69세 이하 인구 대상-2017년).
정말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타는데, 지속해서 자전거 도로가 확충되고 인프라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이용자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러한 자전거는 용도에 따라 크게 산악 자전거(MTB), 로드 자전거, 시티 자전거(생활용) 등으로 세분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자전거 종류는 다양하나 형태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살펴보면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안장으로 만져보면 많이 딱딱합니다. 딱딱한 곳에 앉으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푹신하면 더 편할 것 같기에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왜 자전거 안장은 딱딱한 걸까요?
답은 자전거를 타는 방식에 있습니다. 먼저 자전거는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만 하더라도 발로 땅을 박차는 식으로 움직였습니다. 땅에서 발을 뗀 채 달릴 수 있는 자전거는 1839년이 돼서야 등장했고, 계속 발전해오다가 1880년대가 돼서야 현대의 자전거 형태를 갖추게 됐습니다.
이때 체인(사슬)이라는 부품을 기어(gear) 또는 스프라켓(sprocket)에 맞물리게 하여 바퀴와 동떨어진 위치에서도 동력을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됐는데, 페달링할 때 하체의 움직임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페달링하는 모습을 보면 당연히 안장은 하체의 움직임에 방해되지 않아야 하므로 인체공학적인 측면에서 안장 코(앞부분) 부분은 뾰족한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안장이 딱딱한 이유도 인체공학적인 측면에서 설계됐기 때문인데, 골반은 크게 궁둥뼈(좌골, ischium)와 엉덩뼈(장골, ilium), 두덩뼈(치골, pubis)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안장에 앉으면 안장의 넓은 부분이 궁둥뼈에 닿고, 상체 하중을 지지합니다. 이때 궁둥뼈가 닿는 부위 근처의 안장 코 부분에는 허벅지가 닿고, 페달링 중 주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 몸을 앞쪽으로 숙이면 두덩결합(pubic symphysis)과 궁둥뼈 사이의 두덩뼈가 안장에 닿으면서 궁둥뼈에 가해지는 압력이 분산됩니다. 안장은 두덩뼈에 가해지는 압력도 분산해줘야하므로 골반의 구조를 고려해 굴곡지게 만듭니다.
어쨌든 주행 속도를 높이고자 몸을 앞으로 더 숙이면 신체 하중도 골반의 앞으로 향하고, 가해지는 압력도 중앙 회음부에 가까워집니다. 골반에는 두덩뼈 안쪽에서부터 두덩결합 앞으로 나오는 신경(nerve)과 동맥(artery)이 있습니다.
몸을 앞으로 숙이면 안장에 의해 신경과 동맥에 압력이 가해지는데, 이러한 압력을 분산시켜주기 위해 안장 코 부분을 살짝 낮게 설계하거나 안장의 중심부에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그런데 안장이 푹신하면 안장에서 궁둥뼈가 닿는 부분이 쿠션 속으로 더 깊게 들어가 두덩뼈 또는 중앙 회음부가 압력을 더 강하게 받습니다.
물론 자전거를 잠깐 타는 것이라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으나 장시간 타는 경우 회음부의 신경과 혈관, 요도 등이 강한 압력을 오랫동안 받게 되므로 더 아프게 됩니다.
또한, 안장과의 접촉 면적이 증가한다는 것은 땀 배출과 공기 순환에도 비효율적이므로 엉덩이가 조금은 아플지라도 안장을 딱딱하게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골반 구조는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큰 편이기는 하나 사람에 따라서 제각각입니다. 따라서 본인의 궁둥뼈 사이즈에 맞는 안장을 고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전거 안장에 이렇게 놀라운 공학 기술이 숨겨져 있어서 안장을 훔쳐가는 사람이 많은가봅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투고 :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박사과정생 @두유카페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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