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질문입니다. 가습기는 공기 중에 수증기를 공급해 습도를 높이는 기기이고, 제습기는 공기 중의 수증기를 제거해 습도를 낮추는 기기입니다. 두 기기의 사용 결과가 정반대라서 동시에 작동시켰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두 기기는 사용 결과만 정반대일 뿐이고, 작동 원리는 전혀 다릅니다. 제습기는 수증기를 직접 액체 상태로 만드는 기기이고, 가습기는 물이 증발하는 속도를 높이는 기기라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두 기기를 단순하게 시간당 가습량과 제습량으로 비교해볼 수 있는데, 같은 브랜드에서 판매 중인 가습기와 제습기를 각각 비교해보면 가습기는 시간당 가습량이 300~500mL 정도이고, 제습기는 시간당 제습량이 660~830mL 정도입니다.
즉, 시간당 가습량과 제습량으로 비교해보면 제습기가 이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동 시 제공되는 에너지가 같다면 어떨까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 각 기기의 원리를 알아보겠습니다.
가습기의 종류는 대표적으로 위와 같습니다. 먼저 초음파식 가습기는 고여있는 물을 수많은 미세한 물방울로 만들어 작은 물방울이 공기 중으로 빠르게 증발하도록 하는 원리이고, 자연기화식 가습기는 부직포나 천, 숯, 제올라이트 등 부피 대비 표면적이 넓은 다공성 물질을 이용해 빨아들인 물을 팬 등을 이용해 빠르게 증발하도록 하는 원리입니다.
가열식 가습기는 물을 끓여서 액체 상태의 물을 기체 상태의 수증기로 직접 상태변화 시키는 원리로 앞에서 알아본 방법들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제습기도 제습을 하는 방법이 다양합니다. 냉각, 다공성 물질, 화학물질을 이용하는데, 일반적으로 냉각의 방식을 이용합니다. 그 원리를 살펴보면 습한 공기를 팬에 의해 냉각기로 유입시킨 다음에 온도를 낮춰 물로 변화시킵니다. 변화한 물을 통 안에 모아주고, 건조한 공기를 배출하는 원리입니다.
아무래도 공기 중의 수증기를 물로 상태변화 시켜야 하므로 그에 해당하는 열에너지를 뺏어줘야 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여기까지 가습기와 제습기의 원리를 살펴봤는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초음파식 가습기와 냉각식 제습기를 한 공간에 놔둬서 작동시키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때 필요 에너지를 계산해서 결과를 도출하고자 합니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물의 양은 1kg(=약 1L)이고, 25℃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리고 엔트로피는 고려하지 않도록 하고, 팬과 필터 등의 영향도 고려하지 않겠습니다. 이에 따라 실제 기기의 사용 전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양해 바랍니다.
계산한 값을 보면 가습기는 216J/kg의 표면에너지가 필요하고, 제습기는 2441.7kJ/kg의 액화열을 빼앗아야 합니다. 따라서 같은 조건에서 제습기가 가습기보다 이론적으로 10,000배나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값을 얻을 수 있고, 동일 전력사용량으로 놓고 비교해보면 가습기가 이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가열식 가습기를 놓고 비교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곳에 있는 물을 넓게 퍼뜨리는 것보다 넓은 공간에 퍼져있는 물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인데, 쉽게 말해보면 제습기는 무질서도가 높은 기체를, 그러니까 엔트로피를 낮춰서 보다 질서있는 상태인 액체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엔트로피라는 개념이 좀 어려울 겁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적으로 표현해보자면 위와 같으니 한 번 읽어보길 바랍니다.
여기까지 주제의 의문을 해결했는데, 흥미롭게도 가습기와 제습기의 싸움은 아주 중요한 의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바닷물을 식수로 바꿀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략적인 과정을 살펴보면 바닷물을 가열식 가습기로 가열해 수증기로 만들고, 제습기를 이용해 다시 액체로 만들면 마실 수 있는 물이 만들어집니다.
즉, 해수담수화 설비가 만들어집니다. 다만, 이 과정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서 현재는 에너지 효율을 높여 절약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국가 및 기업 차원에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캘리포니아 대학교 – 산타바바라 캠퍼스 화학공학 박사과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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