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들을 보면 벽이나 천장뿐만 아니라 유리처럼 매끄러운 곳에도 중력을 거스르며 잘 붙어 있습니다. 심지어 그 상태로 이동까지 하는데, 사람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곤충은 어떻게 할 수 있는 걸까요?
이 궁금증은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여러분이 이 의문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현미경으로 곤충의 발을 관찰하고자 했을 텐데, 옛날에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다만, 당시의 현미경으로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고, 명확한 답변 없이 논쟁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고, 미스터리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현미경의 기술이 크게 발전해 나노 단위로 분석이 가능해졌고, 곤충이 어떻게 벽이나 천장에 붙을 수 있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됐습니다.
곤충의 다리 구조는 일반적으로 위와 같습니다. 그리고 발 끝을 확대해서 보면 옆으로 넘긴 그림과 같습니다. 욕반과 발톱, 흡착반, 미세한 강모 등이 보일 겁니다.
발톱은 거친 표면을 오르기에 적합하고, 욕반을 가진 곤충들은 끈끈한 점액을 분비해 미끄러운 표면에서 붙을 수 있습니다. 곤충에 따라 형태는 다양해도 이런 기관들을 이용해 환경에 맞게 한 가지 또는 복합적으로 사용해서 벽이나 천장에 붙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의문이 생깁니다. 곤충은 벽이나 천장에 붙어있는 것뿐만 아니라 이동도 하고, 순식간에 날아가기도 합니다. 접착과 탈착이 매우 자연스러운데, 무슨 비밀이 있는 걸까요?
이와 관련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University of Cambridge)의 윌터 페델레(Walter Federle) 연구팀의 연구자료를 보겠습니다. 그들은 모든 곤충이 욕반을 통해 얇고 끈적한 액체 막을 분비한다고 주장했고, 해당 물질이 무엇인지 밝히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기름 성분과 물 성분의 액체가 나노미터 두께로 퍼져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 물질은 비뉴턴 유체(non-Newtonian fluid)로 힘이 가해지는 정도에 따라 더 액체 또는 더 고체로 변한다고 합니다.
각설하고, 곤충에 따라 욕반에 털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그런데 곤충의 부착에서 이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욕반을 확대해서 보면 미세한 강모가 있습니다.
여기서 비뉴턴 유체가 분비되고, 벽이나 천장에 붙어 있을 때는 비뉴턴 유체가 고체화되어 자신의 무게보다 100배에서 300배 이상 강력한 부착력이 발생해 벽이나 천장에 붙어 있을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발을 떼고자 하면 발목마디를 구부러뜨려 강한 응력이 집중되도록 해서 뗍니다. 이때 미세한 돌기에 뭉쳐 있던 미세한 물방울들은 끊어지면서 다시 액체화됩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벽이나 천장에 붙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마뱀붙이라는 파충류가 있습니다. 이 도마뱀붙이의 발바닥은 사람처럼 건조한데, 그럼에도 벽이나 천장에 붙어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발바닥에 있습니다. 현미경으로 확대해보면 매우 미세한 강모가 수백만개나 배열해 있습니다. 그리고 강모는 또 수백 개의 섬모로 구성되는데, 이렇게 매우 미세한 강모와 섬모를 가진 발바닥이 바닥에 닿으면 표면적이 매우 크게 증가합니다.
이에 따라 분자간에서 작용하는 작은 인력인 반데르발스 힘(van der Waals’ force)의 작용으로 인해 강력한 접착력을 보이면서 벽이나 천장에 붙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도 도마뱀붙이처럼 부착면에 접촉하는 표면적이 넓어지면 벽에 붙을 수 있을까요? 아래의 자료는 도마뱀, 거미, 쥐, 파리 등 벽을 타고 다니는 생물 225종의 몸 크기와 발바닥 크기를 측정해서 비교한 자료입니다.
몸집이 클수록 발바닥도 커야 했는데, 해당 데이터를 사람에게 적용해보면 접착 부위가 신체 표면 전체의 40% 이상, 전면부의 80% 이상이어야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발 사이즈가 최소 5.016m 정도는 돼야 가능하다는 것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도 이러한 도마뱀의 발바닥을 모방해 매우 강력하면서 반복해서 붙였다 뗄 수 있는 테이프를 만들기도 하고, 물체를 흡착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기도 하기에 무의미한 연구는 아닙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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