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들조차도 차를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내용으로 자동차 앞·뒤 유리의 테두리에는 ● 무늬가 존재합니다. 물론 이 무늬가 보이지 않는 차량도 있으나 대부분 차량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 이런 무늬가 존재하는 걸까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왜 자동차 유리에 검정의 테두리가 둘러싸여 있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 무늬와 검정 테두리를 통틀어 프릿(frit)이라고 부릅니다. 프릿의 원래 의미는 용융한 유리질의 분말이고, 실크스크린 공법을 이용해 유리 위에 세라믹 도료를 인쇄하는 식으로 활용했습니다.
프릿의 주목적은 유리를 꾸미는 것에 있습니다. 유리라는 소재 특성상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이 어렵기에 프릿을 사용해 얇은 막을 한층 올리는 식으로 장식에 활용됐습니다.
이러한 프릿 공법을 자동차 유리에서 활용한 때는 1950~1960년대로 이전에는 금속 몰딩을 이용해 자동차에 유리를 장착해왔습니다. 그런데 자동차 특성상 주행 시 진동이 수반될 수 밖에 없어서 금속 몰딩만으로 고정하면 내구성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원가가 비싸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드 사용이 논의됐고, 매끈한 유리를 어떻게 자동차 철판에 효과적으로 붙일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자동차 연구원들은 프릿 공법을 활용했는데, 우레탄 본드에 유리를 바로 붙이는 것보다 프릿을 유리에 인쇄한 뒤 붙여주면 유리 표면이 거칠어지면서 더 잘 붙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접착제 자국을 숨기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우레탄 본드에 유리를 바로 붙이면 접착면을 밖에서 봤을 때 지저분해 보이지만, 프릿이 인쇄되면 본드 자국을 가려줄 수 있기에 깔끔해 보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본드 사용이 없는 측면 유리에는 프릿이 없기도 합니다.
어쨌든 요즘은 본드를 이용해 유리를 먼저 붙이고, 이음새를 가리기 위해 고무나 금속으로 된 몰딩을 추가로 붙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많고 많은 무늬 중에 ●를 사용한 걸까요? 그 이유는 망점(halftone)의 그러데이션(gradation) 효과 때문입니다. 망점은 점을 사용해 크기나 간격에 따라 연속 색조의 상을 따라 만드는 복사 기법으로 그러데이션 효과가 있습니다.
투명한 유리와 검정 테두리의 경계면을 자연스럽게 이으려면 그러데이션을 넣어야 했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유리에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즉, ● 무늬를 사용해야 작업이 수월해지고, 그러데이션 효과를 낼 수 있으며 디자인적으로도 자연스러웠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검은색은 빛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서 자동차 유리의 검정 테두리는 중심 면보다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습니다.
본드에 열이 집중될 수 있는데, ● 무늬 덕분에 조금이나 열 분산이 이루어집니다. 이런 맥락에서 앞 유리 상단의 룸미러 주변을 보면 ● 무늬가 유독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뜨거운 태양열로부터 룸미러를 보호해주고, 운전자의 눈부심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겁니다.
그리고 앞 유리를 가만히 살펴보면 상단에 푸른 빛이 보일 겁니다. 이는 틴팅지를 붙인 것으로 운전자의 눈부심을 줄여주기 위한 목적입니다.
추가로 자동차의 뒷 유리를 살펴보면 주황색의 선이 마치 미로처럼 되어 있습니다. 이는 열선으로 시야 확보의 목적으로 존재하는데, 왜 앞 유리에는 없을까요?
아무래도 운전할 때 시선은 전방을 향하므로 주황색의 선이 있으면 눈에 거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앞 유리의 하단에만 열선을 넣은 차량도 있었는데, 추운 날씨에 한 유리 안에서 온도 차이가 생기다 보니 파손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결국, 제조사에서는 무상 교환을 해줬고,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게 됐으나 제조사에 따라 시야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얇은 열선을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사이드미러에는 열선이 탑재됩니다. 왜냐하면, 거울 반대쪽에 열선을 설치하면 되니 문제 될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김진호 전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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