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유는 걸어 갈 때는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만 맞으면 되지만, 달려서 갈 때는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과 자신의 앞에 떨어지고 있는 빗방울을 몸의 전면으로 맞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엉뚱한 생각처럼 보이나 재밌게도 많은 과학자가 해당 주제로 연구를 했습니다.
1987년 유럽 물리학회지(European Journal of Physics)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비가 올 때 이동할 거리가 짧은 경우에는 달리기가 걷기보다 낫다고 합니다. 다만, 약 10% 정도만 덜 맞는 것뿐이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1995년 영국의 한 과학자는 비가 올 때 초속 3m 이상의 빠르기로 이동하면 걷든 달리든 별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냈는데, 두 연구결과를 보면 비가 올 때 굳이 달릴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근데 미국의 국립기후데이터센터(National Climatic Data Center)의 기후학자인 토마스 피터슨(Thomas Peterson) 박사와 트레버 월리스(Trevor Wallis) 박사는 기존의 연구들은 사람이 걷는 속도를 너무 빠르게 잡았고, 바람의 영향이나 달릴 때 몸을 앞으로 숙이는 등의 상황을 무시했으므로 객관적인 결과가 아니라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본인들이 직접 실험을 했는데, 비가 오는 상황에서 100m 거리를 이동할 때 달리기가 걷기보다 약 40% 정도 비를 덜 맞는다는 결과를 도출합니다.
사실 비가 올 때 장거리를 이동하는 경우라면 달리든 걷든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어차피 비에 흠뻑 젖을 것이고, 이미 젖은 상태에서는 주제의 의문을 해결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적 호기심 해결을 위해서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라는 상황을 가정해놓고,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제가 내린 결론은 비가 올 때 달리면 걸을 때보다 비를 덜 맞습니다. 그 이유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알아보고자 하는데, 프로그래머 B군님에게 의뢰해서 프로그램을 제작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사람의 이동 속도와 비의 낙하속도, 강우량 등을 조절할 수 있고, 설정한 조건에서 사람이 맞는 빗방울의 개수를 3D 환경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작 비용의 한계로 바닥에 떨어진 빗방울은 튀기지 않고, 달릴 때 모션은 걸을 때와 같음을 알립니다.
프로그램에서 사람이 이동하는 거리는 약 20m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비의 낙하속도는 5m/s로 놓고, 강우량은 중간값으로 놓겠습니다. 사람이 걸을 때 속도는 1.3m/s로 놓고, 달릴 때는 6m/s 정도로 놓아서 과연 비를 얼마나 맞는지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비는 무작위로 내리므로 사람이 맞는 빗방울의 개수가 그때그때 달라집니다. 그래서 총 10회를 시행해서 평균값을 구하겠습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20m를 걸어서 이동할 때는 평균적으로 48.5개의 빗방울 맞았고, 달려서 이할 때는 26.8개의 빗방울을 맞았습니다.
걸을 때보다 달릴 때가 21.7개나 덜 맞았는데, 빠르게 달리면 위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은 덜 맞을지 모르나 자신의 앞에 떨어지고 있는 빗방울을 몸으로 부딪혀야 하므로 일정 속도 이상으로 달리면 맞는 빗방울의 개수는 큰 차이가 없어집니다.
물론 매우 빠른 속도로 달리면 맞는 빗방울의 개수가 줄어들긴 하나 비현실적이므로 비가 올 때는 적당한 속도로 달려서 비를 피해 주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우리가 주제와 같은 의문을 가진 이유는 같은 시간 동안 비를 맞는 상황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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