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신 다음 날에는 왜 술똥을 누는 걸까?

술 마신 다음 날 아침에 평소와는 다른 대변감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반복 경험을 통해 상황에 익숙해지면서 ‘술똥’이라고도 부르는데, 술 마신 다음 날 누는 똥은 설사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먼저 술을 마셨을 때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이 체내에서 어떠한 대사 과정을 거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술(알코올)을 마시면 구강 점막과 식도를 거친 다음에 위(stomach)로 이동합니다.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알코올을 소량 흡수하고, 위에서 20~30% 정도의 알코올을 흡수합니다.

나머지 알코올은 소장으로 이동하고, 소장에서 70~80% 정도의 알코올을 흡수합니다. 흡수한 알코올은 간에서 알코올탈수소효소(ADH, Alcohol dehydrogenase)에 의해 아세트알데하이드(Acetaldehyde)로 분해되는데, 과음했다면 마이크로솜 에탄올 산화 체계(MEOS, Microsomal ethanol oxidizing system)가 일시적으로 활성화되어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하이드와 초산으로 분해합니다.

Alcohol poop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독성 물질로 체내에 축적되면 어지럼증이나 두통, 구토 등을 유발합니다. 숙취의 원인 물질로 우리 몸은 이를 해독하기 위해 열심히 일합니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아세트알데하이드탈수소효소(ALDH, Aldehyde dehydrogenases)에 의해 분해되어 비독성 물질인 아세트산(acetic acid)으로 분해되고, 아세트산은 산화되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됩니다.

그리고 앞서 마이크로솜 에탄올 산화 체계(MEOS)에서 분해되어 만들어진 초산은 세포 곳곳에서 탄산가스와 물로 분해됩니다. 아세트산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지 못하면 지방산과 콜레스테롤이 되어 체내에 축적되고, 분해됐다면 물은 소변이나 땀으로, 이산화탄소는 호흡을 통해 배출됩니다. 탄산가스는 허파를 통해 배출되고, 대사산물들이 몸속에서 빠져나가면 알코올 대사 과정이 끝납니다.

Alcohol poop 1

전체적인 과정은 이러한데, 과음하면 알코올을 바로바로 해독할 수 없어서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집니다. 그러면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하는 항이뇨호르몬인 바소프레신의 분비가 억제되는데, 바소프레신은 소변을 농축시켜 소변 양을 줄이는 기능과 신체의 수분 유지 조절, 혈관 수축 등의 기능을 합니다.

이러한 바소프레신의 기능이 억제되면 소화 과정에도 문제를 일으키고, 이 상황에서 알코올은 대변을 담당하는 대장의 신경을 자극해서 장운동을 촉진합니다. 또한, 쓸개에서 분비하는 쓸개즙의 생성을 저하시키는데, 쓸개즙은 위산을 중화하는 역할과 소화효소인 라이페이스(리파아제)의 작용을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쓸개즙을 제대로 분비하지 못하면 음식물의 장내 흡수율도 저하됩니다

앞서 나온 여러 이유를 종합해보면 술 마신 다음 날에 술똥을 누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수분 유지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장 안의 내용물은 묽어집니다. 그리고 소화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알코올이 대장의 신경을 자극해서 장운동을 촉진하고, 쓸개즙의 생성을 방해해 장내 흡수율이 저하하도록 하니 술똥이 나오는 겁니다.

Alcohol poop 2

또한, 술을 마실 때 함께 먹는 안주들은 대체로 기름졌거나 맵고·짜고 자극적인 음식이 많으므로 장이 버티질 못합니다. 그런데 오해하면 안 될 것은 알코올이 꼭 술똥을 누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한 논문에 따르면 너무 많은 양의 알코올은 오히려 장의 운동성을 지연시킨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실제 알코올 중독 증상 중의 하나가 변비인데, 매일 과음하여 장의 기능이 저하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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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주제의 의문은 해결했고, 주량과 관련한 이야기를 더 해볼까 합니다. 앞서 알코올 대사 과정을 통해 여러 분해효소를 알아봤는데, 분해효소가 많은 사람은 주량이 셉니다. 그렇다면 술을 많이 마시면 이 분해효소가 늘어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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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맞는 말입니다. 중요한 내용은 알코올탈수소효소(ADH)나 아세트알데하이드탈수소효소(ALDH)의 양은 늘어나지 않고, 마이크로솜 에탄올 산화 체계(MEOS)가 일시적으로 활성화됩니다. 하지만 술을 계속 마셔야만 활성화된 상태가 유지되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원래대로 돌아오므로 술을 마셔서 주량을 늘리겠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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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신 다음 날에 왜 술똥을 싸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