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는 덜 익혀서 먹으면 정말 안 될까?

많은 사람이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구워 먹습니다. 구워 먹는 이유는 맛 때문이기도 하나 궁극적으로 기생충으로부터의 감염 등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큽니다. 이와 관련해 소고기를 먹을 때 소고기는 살짝만 익혀 먹어도 되고, 돼지고기는 바싹 익혀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겁니다.

실제 소고기를 이용한 요리 중에 얇게 썬 소고기를 팔팔 끓는 육수 물에 살짝 익혀 소스에 찍어 먹는 샤부샤부도 있고, 살코기 등을 잘게 썰어서 양념해 날로 먹는 육회도 있습니다.

하지만 돼지고기는 이런 방식으로 먹지 않습니다. 대체로 잘 익혀서 먹는 편인데, 왜 같은 고기임에도 취급하는 방식이 다른 걸까요? 돼지고기를 덜 익혀서 먹으면 무슨 문제라도 생기는 걸까요?

살아있는 생명체는 기생충에 감염될 수 있습니다. 기생충은 다른 동물의 몸에 기생하면서 영양분을 빼앗아 생활하는 동물로 몸 밖에 기생하기도 하고(이·벼룩 등), 몸 안에 기생하기도 합니다(회충·십이지장충·디스토마 등).

기생충에 감염됐을 때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도 있어서 관리가 중요했고, 이에 정부에서는 경제 개발과 더불어 기생충 박멸 사업을 진행하고자 1971년부터 국민을 대상으로 전국적인 장내 기생충 감염에 대한 실태조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른 장내 기생충 감염률 변화 추이를 보면 위와 같고, 조금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1990년대부터 기생충 감염은 사실상 옛날 일이 됐습니다. 아예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부주의한 생선회 섭취(민물고기 회)나 유기농 채소 등을 먹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돼지나 소를 통해 감염되는 기생충으로 아시아조충(Taenia asiatica)과 유구조충(Taenia solium), 무구조충(Taenia saginata) 등이 있습니다. 인간이 유구조충이나 무구조충의 유충인 낭미충(Cysticercus)이 기생하는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날로 먹거나 덜 익혀서 먹었을 때 감염됩니다.

그리고 낭미충이 소장(주로 공장·회장)에서 성충으로 발육된 뒤 알(충란)이 들어있는 분절(≒편절)을 생산하는데, 충란 또는 충란이 있는 편절이 인분으로 배출된 것을 돼지나 소가 직·간접적으로 섭취하면 감염됩니다.

인분을 직·간접적으로 섭취한다는 말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옛날에는 인분을 사료로 쓰기도 했고, 비료로 쓰기도 했습니다.

직접 먹으면 당연히 감염되고, 비료로 썼을 때는 충란이 채소류나 풀에 붙을 수 있어서 이를 먹으면 감염됩니다. 이외에도 인분으로 오염된 땅에서 하수구 물을 먹어서 감염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경로로 돼지나 소가 감염되면 충란은 유충을 형성하고, 피하조직이나 근육으로 들어가 (유구·무구)낭미충으로 발육됩니다. 이 상태로 도축한 고기를 인간이 날로 먹거나 덜 익혀 먹으면 인간은 감염됩니다.

돼지의 기생충은 중심 온도가 77℃ 이상이면 사멸하고, 소의 기생충은 중심 온도가 65℃ 이상이면 사멸하므로 잘 익혀서 먹으면 괜찮습니다. 아마도 이런 사멸 온도 차이 때문에 소고기는 덜 익혀서 먹어도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돼지의 기생충 중 유구낭미충에 감염되면 심근이나 눈, 중추신경계 등을 침범할 수도 있어서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으나 소의 기생충 감염은 심각한 임상 증상을 초래하지 않아서 돼지고기를 더 주의하라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해하면 안 될 것은 소에서 나온 고기 전부를 날로 먹어도 괜찮다는 뜻이 아닙니다. 소간에는 개회충이 있을 수 있는데, 주된 감염경로는 개회충란이 있는 흙이나 소간도 감염경로가 될 수 있습니다. 감염 시 진단이 어렵고, 증상이 치명적이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어쨌든 결론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앞서 봤던 회충·편충·구충 감염과 마찬가지로 낭미충 감염도 1990년대부터 옛날 일이 됐습니다. 대부분 위생적인 환경의 기업 목장으로 전문 사육을 하고, 1980년대부터 100% 사료화로 바뀌었기에 인간이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먹어서 기생충에 감염되는 일은 사실상 없습니다.

이를 방증하듯 농림축산검역본부(구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1989년 이후 낭미충 감염 사례는 전혀 보고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많이 걱정되면 구충제를 먹어주면 됩니다.

끝으로 기생충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하더라도 날음식 섭취는 대장균이나 일반 병원성 세균 등 다른 위험 요인들이 존재하므로 익혀 먹는 것이 안전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Copyright. 사물궁이 잡학지식. All rights reserved

돼지고기는 왜 덜 익혀서 먹지 말라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