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길을 걷다 보면 조그마한 날벌레들이 떼를 지어서 허공에 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워낙 크기가 작아서 시야에 보이지 않다가 가까이 접근했을 때 갑자기 나타나는데,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므로 기겁하면서 피하게 됩니다.
간혹 입이라도 벌리고 있는 상태로 그사이를 이동할 때면 입안으로 날벌레가 들어오는 아주 불쾌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날벌레 떼를 발견하면 입을 꾹 다물고 걸어가곤 합니다.
날벌레가 하늘을 비행하는 모습은 별로 놀랍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정한 높이에서 떼를 지은 상태로 계속 날고 있어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일단 우리가 접한 날벌레의 정체는 깔따구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대부분 날벌레는 떼를 지어 비행하는 모습을 보이므로 정확한 종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조그마한 크기였다면 깔따구가 맞을 겁니다.
깔따구의 생김새는 모기와 비슷하고, 크기는 모기보다 작습니다. 입은 퇴화해서 사람을 물지 않지만, 접촉했을 때 알레르기 등의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웬만하면 피하는 게 좋습니다. 만약 사람을 공격했다면 불쾌감을 유발하는 대상이 아닌 공포의 대상이 됐을 겁니다.
깔따구 떼가 허공에서 떼를 지어 비행하는 이유는 번식하기 위함입니다. 암컷 깔따구가 허공에서 특정 유인 물질을 분비하면 그 주변으로 수컷 깔따구가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떼를 짓습니다. 이러한 번식 방법은 많은 곤충이 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떼를 지어서 비행하면 포식자의 눈에 띄어 단체로 잡아먹히지 않을까요?
실제 떼를 지어서 비행할 때 포식자가 나타나면 많이 잡아먹힙니다. 그렇다고 1:1로 만나서 번식을 시도하면 성공률이 떨어지고,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하고, 떼를 지어서 번식하는 겁니다.
그리고 포식자가 나타났을 때 사방으로 퍼지면 나름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방식의 번식은 유전적 다양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미래까지 내다본다면 매우 합리적인 번식 방법입니다.
여기까지 날벌레가 떼를 지어서 비행하는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진짜 궁금해하는 내용은 왜 우리의 얼굴 주변에서 떼를 지어 날아다니느냐는 겁니다. 많은 사람이 곤충이 번식하든 말든 관심 없습니다. 우리가 번식의 순간을 방해해서 화풀이라도 하는 걸까요?
이와 관련해서 사람의 눈과 입 등에 수분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고, 사람의 체온 또는 화장품 냄새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사실이 아니고, 본능적인 행동입니다.
그러니까 날벌레들이 혼인 비행을 할 때 수컷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암컷에게 잘 보일 수 있는 특정 지형의 고점에 위치하려고 합니다. 사람이 지나갈 때는 날벌레 입장에서 사람의 머리 쪽이 특정 지형의 고점이 되므로 머리 주변으로 모이는 겁니다.
이때는 한쪽 팔을 들어올려서 새로운 고점을 만들어주면 팔 쪽으로 날벌레 떼를 유인할 수 있습니다. 혹시 날벌레 떼를 발견했다면 손을 든 채 지나가보길 바랍니다. 물론 날벌레와의 접촉은 좋지 않으므로 재빠르게 자리를 피해 주는 게 좋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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