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서 비행기끼리 충돌하는 사고는 어떻게 피할까?

* 이 콘텐츠는 항공교통본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하늘이 아무리 광활해도 비행기끼리 만나는 경우가 분명히 있을 텐데, 이럴 때 비행기들은 어떻게 충돌을 피할까요? 엄청난 속도로 비행하고 있으므로 눈으로 보고 나서 피하면 늦을 것 같아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평소에는 공항 관제탑이나 레이더를 이용하는 관제소에서 근무하는 항공교통관제사가 조종사에게 비행 방향과 고도를 지시하여 비행기 및 장애물 간의 충돌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항공교통관제라고 하는데, 보통 공항의 관제탑에서 눈으로 보면서 수행하기도 하고, 영화처럼 레이더 화면을 참고해 수행하기도 합니다.

또한, 항공관제시스템에는 관제사를 보조하기 위한 각종 충돌 경고 기능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관제사의 결정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관제사의 항공교통관제에 따라 일차적으로 비행기 간의 충돌을 방지하고 있는데, 극히 드물게 관제사와 조종사 간에 통신이 안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소통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해외에서 비행기끼리 공중에서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고들을 반면교사 삼아서 지상의 항공관제 시스템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미연방항공청 FAA에 의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공중충돌경고장치(ACAS, Airborne Collision Avoidance Systems)가 개발되었고, 우리나라도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1998년부터 항공법 시행규칙에 따라 장착을 의무화했습니다.

* 공중충돌경고장치의 개발 배경
- 1956년 그랜드 캐년 상공에서 두 여객기 간에 공중충돌발생 → 항공당국과 항공사가 시스템 개발연구에 착수
- 1978년 샌디에고에서 경항공기와 여객기 간에 공중충돌발생 → 1981년 미국 연방항공청(FAA)에서 공중충돌경고장치 개발에 착수
- 1986년 캘리포니아 서리토스에서 자가용항공기와 DC9 항공기 간에 공중충돌발생 → 미 의회에서 1990년 4월 9일부로 ACAS 적용 승인

해당 장치는 안테나를 통해 자동 응답 장치(트랜스폰더)를 장착한 비행기에 질문파를 발사하여 수신된 반송파를 통해 상대 비행기의 현재 위치와 고도, 대기속도 등의 정보를 알려줍니다.

이후 충돌 가능성이 있으면 회피 지시를 내리는데, 방법은 한쪽은 올라가게 하고 한쪽은 내려가게 하여 고도에 변화를 주는 식입니다. 이 과정은 조종사와 관제사가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재차 확인하고 있고, 혹시나 지시가 상충할 경우 공중충돌경고장치의 지시를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애초에 광활한 하늘에서 비행기끼리 만나는 일이 많을까요? 많은 사람이 잘 모르는 사실로 하늘에도 육지의 도로처럼 정해진 길(항공로)이 있고, 항공로를 통해서만 비행해야 합니다.

조종사가 원하는대로 비행을 나갔다면 만날 일이 많았을지 모르지만, 정해진 항공로를 비행하고, 항공교통본부의 관제사가 항공교통관제를 하고 있으므로 만날 일이 거의 없어 안전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행 절차를 살펴보면 비행기는 지상 활주로에서 이륙해 목적지에 착륙하기까지 위와 같은 단계를 거칩니다. 그리고 비행 절차에 따라 비행기에 탑재된 계기 장치를 활용해 비행기의 고도와 위치, 방위 등의 정보를 파악하여 정해진 항공로에서만 비행합니다.

이륙 후 비행기가 상승과 강하 사이의 안정된 고도인 순항고도에 진입하는 때가 하늘의 길인 항공로에 진입한 단계이고, 이해하기 쉽게 탑승객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때입니다.

이런 항공로는 VOR/DME라는 항행안전시설을 기준으로 설정되는데, 비행기가 자신의 방위를 VOR 지상 장치로부터 얻고, 거리 정보를 DME 지상 장치로부터 얻음으로써 위치를 인식합니다.

보통 VOR 시설의 전파 직진성으로 인해 해당 시설을 기준으로 직선의 항공로가 구성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위성 등을 활용하여 비행기가 자신의 위치를 더 이상 지상의 항행안전시설(VOR/DME)에 의존하지 않고, 어디서든 항공로를 구성하여 비행할 수 있게 됐으며 우리나라도 이런 위성을 기반으로 하는 항공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총 54개의 항공로가 있고, 비행기는 정해진 항공로만을 따라서 인천·김해·제주공항 등 국내선과 중국이나 미주, 일본 등 국제선을 운행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도 항공로가 있고, 위와 같이 세계가 연결되어 있어서 이 항공로만을 통해 비행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비행기가 항공로에서 비행하는 동안에는 항공교통본부에서 실시간으로 비행기들을 관제하고, 2017년부터 공항, 항공로, 공역제한 및 폐쇄 등에 대한 정보를 사용자들이 실시간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된 항공정보통합관리(AIM)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여 제공하는 중이기에 비행기끼리 충돌하는 사고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해진 국내 항공로를 보면 김포에서 제주로 가는 항공노선은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일직선으로 가는데, 대구에서 제주로 가는 항공노선은 창원 방향으로 비행한 뒤 남해를 거친 다음에 제주로 갑니다. 앞서 위성을 이용하여 항공로를 어디나 그을 수 있다고 했으면서 왜 항공로를 이렇게 우회해놓은 걸까요?

지상의 토지는 논이나 밭, 대지, 도로 등 총 28개의 지목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늘도 항공로 외의 사용 목적에 따라 공역을 구분해놨는데, 국가안보와 중요시설 보호를 위한 비행금지구역, 항공사격·대공사격 등으로부터 비행기를 보호하기 위한 비행제한구역, 군용 비행기의 작전과 훈련이 이루어지는 군작전구역 등의 통제공역이나 주의공역에서는 비행이 어렵거나 제한이 있습니다.

항공로는 항공교통본부가 만드는데, 아무렇게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부 공역들을 피해서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일직선으로 가지 않는 경로가 종종 생깁니다.

그렇다고 아예 비행이 불가한 건 아닙니다. 비행기는 목적지까지 최단 거리로 비행해야 유류와 탄소배출, 비행시간 등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상황에 따라 항공교통본부가 국방부와 협의하여 항공로가 아닌 비행제한구역을 가로질러서 비행시키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비행기끼리 충돌하는 사고를 어떻게 피하는 것이고, 하늘에도 길과 영역이 있다는 정보를 알아봤습니다. 이륙하고 나면 구름과 파란 하늘만 볼 수 있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을 텐데, 좋은 정보가 됐길 바랍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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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서 비행기 충돌사고는 어떻게 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