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차문은 살살 닫으면 잘 안 닫히고, 세게 닫으면 안 될까?

다른 사람의 자동차를 이용할 때 차 문을 세게 닫으면 차주로부터 살살 닫아달라는 요청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통 가족이나 연인, 지인 등 어느 정도 가까운 사이에서 차주가 동승자에게 위와 같은 요청을 많이 하는데, 요청받는 입장에서는 자동차가 고가이기도 하고, 차주에게 소중한 물품이기에 그러려니 했을 겁니다.

그런데 조금 억울하기도 했을 겁니다. 차주의 기분을 상하게 하려고 차 문을 세게 닫은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안 닫혀서 다시 여닫는 상황이 발생할까 봐 세게 닫았을 테니 말입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왜 차 문은 살살 닫으면 제대로 안 닫히고, 그렇다고 세게 닫으면 왜 안 된다는 걸까요?

일단 자동차 문이 제대로 닫히기 위해서는 철로 된 차 문이 문틀에 달린 고무와 부딪히면서 도어 래치와 도어 스트라이커가 완벽히 맞물려야 합니다.

차 문이 제대로 닫힌 것처럼 보여도 차주가 다시 닫아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은 두 부품이 어설프게 맞물린 상황인데, 살살 닫았을 때 어설프게 맞물리기 쉬운 이유는 도어 래치 내부를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도어 래치는 위 그림처럼 톱니 형태로 되어 있고, 걸쇠가 위 그림처럼 끝까지 맞물려야 차 문이 제대로 닫힌 겁니다. 그런데 살살 닫으면 톱니가 중간쯤에서 바에 걸리는데, 이때가 문이 어설프게 닫힌 상황입니다.

그리고 도어 래치는 센서와 연동되어 있어서 차 문이 열림과 동시에 계기판에 경고등이 뜨고, 차문이 닫힐 때까지 지속되어 운전자가 그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차 문을 닫을 때 어느 정도 힘을 가해주는 것이 좋긴 합니다. 그런데 차 문을 너무 세게 닫으면 안 되는 이유는 차량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부품에 피로가 누적되어 고장이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문의 내부에는 문을 여닫거나 잠그는 부품, 창문을 여닫는 부품, 스피커 등이 기본적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시대를 거듭할수록 여러 기능이 추가되고 있는데, 차 문에 달린 버튼으로 시트의 열선과 통풍 기능을 작동시킬 수도 있고, 시트의 각도와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등 다양합니다.

즉, 차 문을 세게 닫을 때 발생하는 충격에 영향을 받는 부품의 수가 늘어나고 있으므로 차 문은 살살 닫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개발 단계에서 내구성을 충분히 고려해서 제작됐기에 차 문을 세게 닫는 행위로 금방 고장 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차주 입장에서 따로 말하기는 뭐하고 지켜줬으면 하는 부분이기에 살살 닫아야 합니다.

추가로 자동차 제조업체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자 여러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문을 자동으로 여닫게 해서 탑승객의 편의성을 높인 차 문도 있고, 문이 덜 닫혔을 때 자동으로 닫아주는 고스트 도어 클로징 기능도 있습니다.

다만, 고스트 도어 클로징의 경우 닫는 힘이 매우 강력해서 끼임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제조사에서는 기능이 작동하는 시간 또는 작동하는 최소 틈을 줄이는 식으로 보완하고 있으나 해당 기능을 사용하는 경우 위험성을 인지하고 경각심을 갖길 바랍니다.

끝으로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이 주제를 다루게 됐는데.. 자동차 문은 4개니까 세게 닫으면 안 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김진호 전 자동차 칼럼니스트

왜 차문은 살살 닫으면 잘 안 닫히고, 세게 닫으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