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잎에 선크림을 바르면 광합성을 못할까?

많은 사람이 햇빛이 화창한 날에 햇빛을 막고자 선크림을 바릅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기는데, 이 크림을 식물의 잎에 발라주면 햇빛을 차단해주어 광합성을 못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주제의 의문을 해결하려면 식물의 광합성 원리를 알아야 합니다. 광합성은 식물의 엽록체에서 발생하는 광화학 반응으로 엽록소가 흡수한 빛을 이용해 물과 이산화탄소를 포도당과 산소로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엽록소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일반적인 엽록소 a는 400nm(청색)와 700nm(적색)의 파장을 가지는 빛을 흡수해 광합성에 사용하고, 흡수 스펙트럼으로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500~600nm 파장 영역은 흡광도가 거의 0에 가까운데, 흡수하지 않고 반사하는 영역으로 이 영역이 초록색이라서 식물의 잎도 초록색입니다.

다음으로 선크림은 파장이 400nm 이하에 해당하는 자외선을 반사 또는 흡수해 피부에 침투하지 못하게 하여 세포의 손상을 막아주는 제품입니다. 따라서 선크림을 자외선 차단제라고도 하고, 일반적으로 무기 또는 유기 자외선 차단제가 있습니다.

무기 자외선 차단제는 물리적 차단제라고도 불리며, 일반적으로 산화아연이나 산화타이타늄과 같이 자외선을 반사하는 아주 작은 무기물 입자가 들어있습니다.

유기 자외선 차단제는 화학적 차단제라고도 불리며, 자외선을 잘 흡수하는 아보벤존과 같은 유기물 성분이 구조가 대신 변형 또는 파괴되면서 피부를 보호해줍니다.

이러한 자외선 차단제들이 차단하는 빛의 파장은 280~315nm 파장을 가진 자외선 B(UV-B, ultraviolet-B) 파장 315~400nm 파장을 가진 자외선 A(ultraviolet-A, UV-A)입니다.

자외선 차단제가 차단하는 파장과 엽록체가 광합성을 위해 흡수하는 파장을 비교해보면 거의 겹치지 않으므로 자외선 차단제를 잎에 바르면 광합성 효율은 감소하겠으나 광합성은 가능할 겁니다.

또 엽록소 a가 잘 흡수하지 못하는 다른 파장의 빛을 흡수하여 그 에너지를 전해주는 엽록소 b나 카로티노이드 같은 보조 색소도 있으므로 광합성은 여전히 지속될 겁니다.

그렇다면 식물에 선크림이 필요한 상황은 없는 걸까요? 빛은 식물에 필수적인 요소지만, 과도한 빛을 받으면 식물의 성장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해 시들거나 죽습니다.

그래서 식물은 과도한 빛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광합성의 전환 효율을 떨어뜨리는 광억제 작용을 하는데, 광합성 과정을 시작하기 위해 빛 에너지를 포착하는 단백질과 색소의 복합체인 광계 II를 일시적으로 억제해 광합성 시작이 일어나지 않게 합니다.

그런데 광계 II는 주로 680nm, 광계 I은 700nm의 파장을 흡수하므로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준다고 하더라도 큰 차이는 없을 겁니다.

오히려 피해만 줄 수 있는데, 일부 선크림에는 자외선 차단 물질이 잘 혼합되고 제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름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식물은 스스로의 보호를 위해 잎이나 줄기 표면에 얇은 왁스층을 만드는데, 선크림의 기름 성분이 왁스층을 녹여 식물의 보호막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나 저러나 식물에 선크림을 바를 이유가 전혀 없고, 햇빛이 너무 강력할 때는 그늘을 만들어주거나 물을 주는 등의 조처를 해주는 것이 더 좋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캘리포니아 대학교 – 산타바바라 캠퍼스 화학공학 박사과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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