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오래 사는 동물의 수명은 어떻게 알아낼까?

인간의 평균 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의료기술의 발전과 공중 보건의 향상, 영양 상태의 개선, 생활 환경의 질적 향상, 건강에 관한 관심 증가 등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인간의 수명을 아는 이유는 공동체 생활을 하며 표본이 쌓인 덕분입니다. 그런데 다른 동물의 수명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특히 인간보다 오래 살면서 보기도 어려운 동물들의 수명은 어떻게 알 수 있는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동물의 수명을 추정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동물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추적 관찰하는 방법이 있고, 혈액, DNA, 조직 등을 분석하거나 일부 동물에서는 뼈나 이빨, 비늘, 등껍질 등에서 관찰되는 성장륜을 분석하여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분석해서 수명을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야생동물은 자연적으로 노화하여 죽기보다 외부 요인으로 수명보다 일찍 죽는 편이고, 개체별 차이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생존 확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동물의 수명을 아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생각할 수 있는데, 이를 분석하면 종 보호와 생태계 관리, 생명과학 연구 등 다양한 방면에 도움이 됩니다.

일단 대부분 동물 종은 추적 관찰 등의 방법으로 어렵지 않게 수명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단, 개체 추적이 어렵거나 수명이 인간보다 많이 길 때는 쉽지 않은데, 이때는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radiocarbon dating)으로 알아낼 수 있습니다.

특정 방사성 원소는 불안정한 방사성 원소가 붕괴하면서 안정한 원소로 변하는 방사성 붕괴(Radioactive decay)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붕괴로 인해 원자 수가 절반이 되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하는데, 이 반감기는 각 원소에 따라 일정하므로 이를 기준으로 연대 측정을 할 수 있습니다.

측정은 방사성 원소 중 탄소-14로 하면 되는데, 탄소-14는 지상 9km의 대기권에서 우주방사선(Cosmic radiation)에 의해 생성되는 중성자가 질소-14와 핵반응을 이루어 자연적으로 생성됩니다.

이후 대기에는 일정한 양의 탄소-14가 존재하고, 탄소 순환에 의해 동물 등 모든 유기체에 일정한 비율로 흡수됩니다.

그런데 동물이 죽으면 탄소-14는 더는 유입되지 않고, 안정한 원소인 질소-14로 붕괴하는데, 이때 동물의 몸에 남아있는 탄소-14의 반감기를 이용해서 나이를 추정하는 식입니다. 참고로 탄소-14의 반감기는 5,730년이고, 약 8번의 반감기를 지나면 원래의 0.1% 정도가 남으므로 최대 60,000년까지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최장수 척추동물로 알려진 그린란드 상어(Somniosus microcephalus)의 수명을 이 방법으로 알아냈는데, 눈의 수정체 중 단단한 중심 부분인 수정체 핵의 조직에서 샘플을 채취하여 탄소-14의 농도를 측정해 알아냈습니다.

여담으로 1950~1960년대에 잦은 핵실험으로 인해 대기 중 탄소-14의 농도가 급증하면서 그 이후 사망한 생물체에 대해서는 더욱 정밀한 측정이 가능해졌습니다.

각설하고, 측정 결과 그린란드 상어의 최소 수명은 272살 이상이고, 최대 512살까지 살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보기 어렵고 사람보다 아주 오래 사는 동물의 수명은 이렇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주제의 의문은 해결했습니다. 최대 512살까지 살 수 있다는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한데, 이쯤 되니 생명체의 수명은 무엇이 결정하는지 또 궁금증이 생깁니다.

수명을 결정하는 요인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으나 강력한 가설에 총에너지 소비량(total energy expenditure)과 세포 분열 주기의 상한선(the number of cell division cycles) 등이 있습니다.

자연적인 죽음은 대개 노화에 의해서 발생합니다. 노화는 세포와 조직의 기능이 저하되어 신체를 유지하는 능력을 점진적으로 상실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모든 세포는 분열하고, 이 과정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세포가 분열할 때 DNA도 복제됩니다. 문제는 복제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세포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오류를 발생시키는 대표적인 원인에 활성산소가 있습니다. 활성산소는 자외선이나 방사선에 노출되어 발생할 수 있고, 염증이나 신진대사 과정에서 생성되기도 합니다. 또 흡연이나 스트레스와 같이 건강에 해로운 습관으로 인해 생성률이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DNA는 복제될 때마다 염색체의 끝부분이 완벽히 복제되지 않는 문제가 있는데, 다행히 염색체 끝에는 반복적인 DNA 서열로 구성된 텔로미어가 있어서 손실돼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세포 분열 과정이 반복되면 텔로미어도 계속 소모된다는 것으로 다 소모되면 세포가 더는 정상적으로 분열할 수 없고, 신체를 구성하는 여러 장기와 시스템도 망가지게 됩니다. 노화로 인한 죽음은 이를 뜻합니다. 그러면 활성산소가 적게 생성되고, 세포 분열이 느리면 수명이 길다는 걸까요?

맞습니다. 앞서 나왔던 최장수 척추동물인 그린란드 상어는 1년에 0.5~1cm로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리고, 150년이 지나야 성 성숙이 되어 생식이 가능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노화를 지연시키기 위해 활성산소를 줄이거나 텔로미어 길이를 조절하는 연구를 진행 중인데, 유의미한 연구 결과들이 있긴 하나 아직 완벽한 제어 방법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안전하게 노화를 지연시키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최근의 연구 결과를 보면 세포 분열 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AMPK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먼저 과도한 칼로리 섭취를 자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칼로리 식단을 하여 신체의 포도당을 부족한 상태로 유지하면 AMPK가 활성화되어 세포 내에서 에너지 생성과 소비를 효율적으로 조절하도록 합니다. 또 음식 섭취량이 감소하면 음식을 분해하는 신진대사 과정이 줄어들어 활성산소의 발생도 줄일 수 있습니다.

아니면 운동을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운동하면 ATP가 소모되고, 이게 AMPK를 자극하여 항산화 단백질을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운동은 근육과 심폐 능력을 향상시켜 대사성 질환이나 당뇨, 골다공증과 같은 노화 관련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낮추고, 장기 루틴을 가진 운동은 텔로머레이스 활성에도 영향을 미쳐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일 수도 있습니다.

끝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전 염증성 사이토카인(pro-inflammatory cytokine)을 방출하게 되고, 다른 여러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킵니다. 이에 따라 활성산소의 발생이 증가하여 세포 손상을 일으키고, 장기적으로는 텔로미어 단축 속도도 증가시킵니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다른 많은 생명체, 특히 비슷한 크기의 포유류에서는 비정상적으로 긴 수명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수명의 연장이 신체 기능의 지속적인 건강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건강을 유지하려면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 통해 심폐 기능을 향상시키고,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화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도 그 속도를 늦추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길 바랍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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